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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성모발현 80주년 특별기획] 파티마 성모발현과 한국 천주교회 1 파티마 성모발현의 의미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2-10 수정일 2012-02-10 발행일 1997-05-04 제 205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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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시대 회개와 쇄신 촉구
파티마 성모발현 80주년을 맞아 성모성월 기획으로 「파티마 성모발현과 한국 천주교회」를 마련했다. 「우리 민족이 성모님과 함께 해방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파티마 성모발현의 의미」 「푸른 군대와 파티마의 성모」 「한국 교회와 성모신심」 「마리아운동의 쇄신과 방향」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1980년대 후반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공산 국가들이 붕괴, 몰락하자 세계는 다시 한 번 파티마 성모의 메시지에 주목하게 됐다. 무신론자들과 정치가들은 공산 국가의 몰락이 국가 경제의 붕괴에 기인한다고 진단했지만, 파티마의 성모에 대해 익히 들어오고 알았던 전 세계의 수많은 믿는 이들은 공산권의 붕괴는 성모 마리아를 통해 전구한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 허락하신 큰 은총임을 확신하고 있다.

◆발현과 메시지

금년은 바로 파티마 성모가 발현한 만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모 마리아는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5개월 동안 포르투갈의 파티마에 매 13일 6회에 걸쳐 발현하셨다. 후에 가르멜회 수녀가 된 루시아와 그녀의 사촌남매 히야친다, 프란치스코 등 세 명의 목동들에게 발현한 성모는 「속죄」와 「로사리오 기도를 자주 바칠 것」 「성직자를 위해 기도할 것」 「세계 모든 사람이 성모의 티없는 성심께 봉헌할 것」 「매달 첫 토요일에 속죄의 영성체를 할 것」 등을 당부하시면서 그 대가로 「많은 영혼이 구원」되고 더 끔찍한 「세계 전쟁을 피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가져다 줄 것」임을 약속하셨다.

성모 마리아는 또 당신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약속한 10월에 태양이 지상에 수직으로 떨어지며 회전하고 갖가지 빛을 발하는 「태양의 기적」을 7만여 명의 군중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당신 메시지의 신빙성을 더해 주셨다.

이에 1930년에 포르투갈 주교들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1942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모의 요청대로 러시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면서 세상을 성모의 티없는 성심께 봉헌했다.

◆발현의 의미

파티마 성모 발현은 20세기의 가장 큰 사건이다. 20세기 초반인 1917년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 마리아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신론인 공산주의를 붕괴시키는 길을 가르쳐 주었고, 인류 구원을 위한 교회의 쇄신과 회개를 촉구하셨다.

20세기 세계는 티없으신 성모 성심께 세상을 봉헌해야 할 만큼 어수선했고 성모님께서 직접 발현해 교회와 세상의 회개와 참회를 촉구할 만큼 심각했다.

성모님의 촉구는 「회개와 쇄신」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이끌어냈고, 공의회는 성모를 「교회의 어머니」 즉 그리스도를 믿는 백성 전체, 사목자 및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로 선언했다.

특히 교황 바오로 6세는 교황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주님의 모친께 대한 신심이 신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라도록 하는 기회가 되는데 이것은 모든 사목활동의 최종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마리아 공경은 하느님 백성 안에서의 마리아의 사명과 고유한 위치를 상기시켜 주며, 이로 인해 마리아는 하느님 백성의 탁월한 지체이자 뛰어난 모델이시며 자애로운 어머니가 되신 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파티마 성모 메시지의 핵심은 「보속」 「참회」 「회두」이다. 이 회개와 보속을 위한 준비는 티없으신 성모 성심께 대한 공경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즉 성모 성심께 대한 올바른 공경을 파티마의 성모는 요구하고 계신다. 파티마의 발현은 성모 섬심에 대한 공경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다. 마리아 신심의 최종 목표는 신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부합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데에 있다(「마리아 공경」39항).

티없이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성서적이고 교의적으로 합당한 신심이다. 이 신심은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승리하신 분인 마리아에 대한 「승천」과 「무염시태」 교리가 합치된 성모 신심이다.

◆한국 교회와 파티마 성모

파티마 성모는 하 안토니오 신부가 선교사로 입국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한국교회는 한국교회의 주보이신 「무염시태 성모」에 대한 신심이 널리 퍼져 있었으며 한국 가톨릭교회지도서가 성모 신심 관리 문제를 명시해 본당 「성모회」를 중심으로 실시되는 마리아 운동을 지도했다.

그러나 한국동란 이후 부산에 「푸른 군대」가 목포에 「레지오 마리애」가 상륙하면서 성모 신심은 다양해졌고, 과거와 같이 신학적 바탕 위에 성모 신심이 전파되기보다 선교사를 통해 마리아운동에 가까운 활동적 영성이 교회 안으로 확산되었다.

한국 교회의 마리아 신심운동에 있어 가장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푸른 군대」 역시 파티마 성모의 메시지를 통해 한국 교회에 티없으신 성모 성심에 대한 영성을 불 지펴오고 신자들을 성화시킨 수많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파티마 발현」에 대한 개념적 원칙론 안에 머물고 조직적으로 미진한 안타까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 조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학자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신학자들은 또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붉은 군대」의 정치, 사회 지도자들의 무조건적인 회개를 촉구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화해와 일치」 「사랑과 평화」를 강조할 때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푸른 군대의 염원이 더욱 불 지펴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수원가톨릭대학 교수 이정운 신부는 『한국 교회의 마리아운동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마리아 공경의 방향으로 신학적으로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마리아 신심이 신학적으로 정립될 때 파티마의 티 없으신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이 실질적인 신앙인들의 생활 안에서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