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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주일 특별 인터뷰] 인천 가톨릭장애인연합회 홍민선 회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1-11-30 수정일 2011-11-30 발행일 2011-12-04 제 277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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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대한 편견, 교회가 먼저 허물자”
예수님은 눈먼 이, 고아들을 위로하고 간절한 그들의 외침에 응답해 주셨어요
홍민선 회장이 목발에 의지해 본당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홍 회장은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과거에 비해 좋아졌지만 아직도 편견이 존재한다”고 아쉬워했다.
인천교구 가톨릭장애인연합회 홍민선(피델리스·52) 회장은 “과거에 비해 교구의 지원이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교회 내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거리 두기’가 존재한다”는 말로 장애인 신자의 현 주소를 표현했다.

홍 회장은 네살 때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중학교까지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니다 ‘걷고자 하는 꿈’을 이루고자 척추뼈를 깎고 맞추는 대형수술을 2년 동안 세 차례 받는 등 27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목발에 의지해 홀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홍 회장은 비장애인의 몇 배 노력으로 치과 기공기술을 익혔고 귀금속 가공 2급 국가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며 장애인으로서 도전과 꿈을 실현해 왔다. 그만큼 홍 회장은 자연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신자로서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사회와 교회의 편견과 장벽에 누구보다 절실히 부딪혀야 했다.

장애인연합회 소속 남성 지체장애인단체 엠마우스 회장을 거쳐 3년째 장애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홍 회장은 “과거에는 성당에 올라가는 길이 계단으로 돼 있는데다 편의시설이 부족해 장애인들이 아예 미사를 드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래도 그 시절에는 장애인이 계단 앞에 멈춰 서 있으면 신자들이 다가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걸어왔지만 요즘은 몇 달을 성당에 나가도 장애인에게 먼저 말을 거는 신자를 만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과거 교구의 지원이 없던 시절 재정 마련을 위한 연극제 등 행사 홍보나 티켓 판매를 위해 본당에 찾아가 협조를 구할 때였다. 심정적으로 도와주고 싶어 하는 신자들도 있지만 마치 구걸을 하거나 물건을 팔러 온 듯이 냉대하고 피하고 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구의 재정 지원이 생긴 후에는 무료 공연을 홍보하러 본당을 방문하는 지금도 본당 신부가 사무장이나 식복사를 통해 접촉을 꺼리거나 명시적으로 홍보를 거부할 때는 안타까웠다고 한다.

홍 회장은 장애인이 본당 안에서 신앙생활하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도 토로했다. 1998년 이후 신축하는 공공시설에 장애인 접근시설이 의무화 돼 장애인이 성당에 출입하는 일은 이전보다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미사와 성사를 드리려면 봉사자들의 손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홍 회장의 주장이다.

인천교구 내에 전국 최초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인 청언성당이 있지만 거리상의 문제로 청언성당에서 미사를 못 드리는 청각장애인들이 많으며 관할 본당에는 수화통역 봉사자가 대부분 없고 필담으로 고해성사를 보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도 혼자서는 화장실이나 사무실을 이용하기가 힘든 점을 고려해 주일미사 시간대만이라도 팔을 잡아 길을 알려주는 봉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교구 가톨릭장애인연합회 홍민선 회장이 교회 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 회장은 “장애인 옆에 비장애인이 앉아 미사 참례를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말했다. 장애인이 성전에 들어가면 대개는 제일 앞자리에 앉도록 안내를 받는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옆에 앉지 않아 봉헌과 영성체 시간에 몸을 자유롭게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은 잠시나마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복음서를 읽으면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호소하는 눈먼 이, 고아, 과부, 지체장애인을 위로하고 그들의 외침에 응답을 주셨다”며 “오늘날 교회가 본당이나 교회 시설 확충에 힘쓰는 노력의 일부를 장애인에게 돌린다면 교회는 달라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홍 회장은 마지막으로 “장애인 신자들도 초대교회의 예수님처럼 마음 속에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충만하고 스스로 먼저 찾고 두드리는 자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