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의 달 기획 Ⅱ] 해외선교 지금 우리는 (2) 선교사 양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10-12 수정일 2011-10-12 발행일 2011-10-16 제 2766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해외선교사 양성·지원은 한국교회 사명”
80개국 792명 선교사 해외에서 활동
교육부터 지원까지 교회 차원 협력 절실
한국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KCFMEA)가 주관한 2011년 첫 해외선교사 교육 파견미사 후 미사를 주례한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와의 기념촬영.
1997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는 교회 내 각 단체 교구 수도회에 150부의 설문지를 발송했다. 해외선교 준비 프로그램 시행에 앞서 내용의 필요를 식별하기 위한 조치였다.

조사 결과, 17개 단체 단체 교구 수도회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선교회측은 ‘177명 이상의 파견된 선교사들 중에 83명 이상이 3년 넘게 파견돼 있으며 이들 대다수가 언어 문화적응 등 준비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파견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해외선교 교육 프로그램 준비에 돌입한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교육 프로그램 시행을 위한 실무팀 이름을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로 결정했고 1999년 2월 1일 제1차 교육을 실시됐다. 198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 의미의 해외선교사가 파견된 이후 18년 만에 나름의 해외선교사 교육이 첫 걸음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0년 현재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는 16개 수도 선교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는 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맡고 있다. 지난 2월, 17차 교육까지 배출된 교육생은 총 526명으로 수도자 433명 사제 45명 평신도 48명이 참가하는 기록을 보였다. 2007년 4월부터 2008년 7월까지는 귀국 선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두 차례 운영하기도 했고, 2008년부터는 교육 신청자가 증가해서 연 1회 교육 과정이 연 2회 운영 형식으로 변경됐다. 그만큼 선교사 파견에 앞선 교육 현장이 부족하고 또 관련 교육을 목말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선교사 양성 교육의 필요성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 통계를 참고할 때 2011년 현재 세계 80개 국에 파견돼 있는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사 수는 800명에 가까운 792명이다. 30년전 4명의 선교사가 처음으로 해외선교사의 발길을 내딛었던 것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교회내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해외선교 진출의 확대와 선교사 숫자의 증가에 비례, 이제 한국교회는 그에 걸맞은 역량 있는 선교사 양성의 교육 기회 역시 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의견을 밝힌다.

김동원 신부(서울대교구 대만선교)는 최근 서울대교구 선교 세미나를 통해 “해외선교에 앞서 지성적인 준비가 필수적인데, 선교 신학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은 외국에서의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근본적인 기준이 되기에 바르게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의 사업에 기술적인 것들에 집중 신학적인 사업자처럼 진행하는 선교는 그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리스도교 정신을 심어주는 일은 등한시하기 쉽다”고 사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신부는 또 “나서 자란 곳의 익숙함을 현지 교회에 심어주는 것이 선교는 아니다”면서 “그래서 본인이 지니고 있고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배경, 신체적 배경, 교회적 배경, 민족적 배경 등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양성을 통해 인간 근본적인 본성과 본능 위에 학습된 것들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들려준바 있다.

선교 경험자들은 이 같은 선교 신학의 기본 지식 이외에도 문화적 다양성, 종교적 다양성, 민족적 다양성, 정신적 다양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다가갈 수 있는 소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선교사로 파견되기 전 한국에서 질높은 교육으로 좋은 양성을 받는다는 것은 ‘기본적 선교사 자질을 갖추는 기본’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은 아직 해외선교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만큼이나 선교사 양성 교육 면에서도 열악한 처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를 통한 교육이 유일한 공식 선교사 교육 과정일 만큼 선교사 양성 교육 체제는 아직 걸음마 상태라 할 수 있다.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다채롭게 연구 지원할 수 있는 독립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파견 선교사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양성 교육과 함께 재교육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인 만큼 역량있는 선교사 양성에 교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외방선교회(총장 김명동신부)가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합동으로 28개 여자수도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6%가 ‘보다 전문적인 선교사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들이 요청한 교육 내용으로서는 ‘선교사들의 경험 나눔을 통한 간접 체험’ ‘타문화 이해’ ‘선교사의 정체성 사명 이해’‘현대 선교에 대한 이해’‘현지 정보’ 등이었다.

# 전 교회의 관심 지원 있어야

‘전문적인 해외선교사 양성은 곧 한국교회가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따라 말씀 선포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선교사의 양성과 지원은 한국교회 전체의 중대 관심사이며 그만큼 지원과 협력이 따라줘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송영호 신부(서울 송파동본당 주임)는 전문적인 해외선교사 양성 교육과 관련 “유럽교회 등지에서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 양질의 선교사 양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교회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교육 과정 마련에서부터 재정적 지원까지 교회 당국의 총체적인 지원이 이뤄질 때 한국교회의 선교적 위상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좀 더 희망적인 것은 내년초 주교회의와 한국외방선교회 협력으로 시작될 ‘해외선교사학교’ 소식이다.

송 신부는 “현재 구체적 일정은 보다 협의돼야할 내용이지만 내년 초, 주교회의 해외이주사목위원회가 한국외방선교회에 의뢰한 1년 과정의 선교사 양성프로그램 ‘해외선교사 학교’가 열릴 예정”이라고 들려주면서 ‘주교회의에서 인정하는 보다 공신력 있는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한편 선교사 양성 교육의 통로가 좀 더 다양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 신부는 “좀 더 심도있는 선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될 것” 이라며 “한국 선교사 양성 교육이 진일보 하게 됐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가 지난 2월에 개최한 제11차 해외선교사 교육의 한 장면.
수단에서 한만삼 신부가 이곳 가족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 신부는 이젠 삶의 터전이 마치 수단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