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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음악으로 순수함과 사랑 전하는 ‘나무자전거’ 가수 강인봉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09-07 수정일 2011-09-07 발행일 2011-09-11 제 276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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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노래’로 세상에 보탬 되고 싶어”
위로 주시는 주님께 늘 빚진 기분
봉사하는 만큼 채워주시는 하느님
크신 사랑·은혜 오묘하고 감사해

10여 년간 매주 평일 새벽미사 반주
신자 연예인 함께 생명 음반 발매도
올 연말 새 생활성가 음반 출시 예정
강인봉(베네딕토·서울 한강본당)씨가 멤버로 있는 그룹 ‘나무자전거’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손때 묻은 신선함’ ‘어느새 우리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노래처럼…’이라는 편안한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극적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가요계에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 ‘부드러운 목소리의 포크 듀오’라는 세간의 평가들에서 보듯 그가 속한 나무자전거의 첫 인상에서는 무언가 자연주의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언젠가 보았던 “기계적인 소리보다는 자연적인 소리를, 사람의 소리를, 밝고 은근한 미소가 번지는, 그저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질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가 기억났다.

그렇게 세상 안에 음악으로서 순수함과 사랑의 근본을 전하고 있는 강인봉씨. 한국 최초의 가족음악그룹 ‘작은별 가족’으로 1975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자전거 탄 풍경, 세발자전거, 키키, 벌거숭이 그룹 등을 거쳐 현재 나무자전거를 이끄는 그는 ‘단 한 번도 MR(반주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라이브만을 추구하는 팀’이라는 고집스러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그대를 사랑해’ 발표를 시작으로 ‘이제와 영원히’(2008) 등의 생활성가 앨범을 통해 가톨릭 신자들과도 음악으로 신앙을 나눠온 그는 그간 생명, 인권 분야의 교회 활동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아 다양한 관련 콘서트에서 자주 나무자전거의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2009년에는 신자 연예인이 함께한 생명음반의 음악 감독을 맡아 ‘사랑해 기억해’ 음반을 내놓았고, 이번 9월에는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가 주관하는 사형제도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의 출연도 앞두고 있다.

“하느님이 주신 재능으로 기회가 닿는 한 교회 활동에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생명, 인권 등 사회 안에 생명 문화를 일으켜야 하는 분야에 함께함으로써 조금이라도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음악으로 사람들 안에 착함과 선함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는 그의 소신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모태 신앙으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그의 신앙적 배경은 외가 쪽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는 “어머니의 신앙 이력은 제주교구 초기 가톨릭 교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외고조부께서 제주도에서 활동한 외국 선교사들을 보필했을 만큼 신앙적 연륜이 깊은 집안이었단다.

10여 년간 매주 화요일 본당 새벽미사 반주를 맡고 있고, 거의 같은 기간 동안 본당 어린이 성가대 지도를 해오고 있는 그의 내공(?)에는 그같은 가족의 신앙적 이력이 스며들어 있는 듯했다.

“무언가 지치고 겉치레에 신경쓰는 듯한, 또 신앙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면 평일미사에 참례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 안에 큰 위안이 쌓이는 것 같아요.”

그에게 신심적으로 에너지를 주는 것은 미사 참례다. 본당에서 10년 넘게 평일미사 반주를 하게 된 것도 자주 평일미사에 참례했던 것이 계기였다. 10여 년 전 현재의 본당으로 교적을 옮겨온 후 사순기간을 맞아 매일 미사 참례를 했던 그는 어느날 ‘얼굴을 알아 본’ 본당 수녀로부터 평일미사 반주를 제의받았다. 기쁘게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금껏 반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느님께는 늘 빚진 기분입니다. 많은 재능을 주시고 은혜를 주셨는데 그 많은 것들에 응답해 드리지 못했다는 느낌이죠. 늘 위로를 주시는 하느님께 죄송함과 감사함의 마음이 있습니다.”

삶과 신앙, 그리고 본당 활동에 대한 변(辯)을 이같이 들려준 강씨는 그런 면에서 본인에게 청해오는 교회의 도움 요청도 일정이 되는 한도에서 ‘우선적인 일’에 두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하듯 교회의 일들과 봉사를 어느 기본 순위에 올려놓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다.

“뜻 있는 곳에는 무료로 자선 공연도 하고 있는데, 자선 공연을 하게 되면 그 공연만큼 일반 공연도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시는 듯 하다”고 덧붙인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성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의 예를 들면서 “드리는 만큼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뜻이 참 오묘하다”고 말했다.

그간의 교회 활동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작업은 지난 2009년 신자 연예인들이 뜻을 모아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했던 생명 음반 ‘사랑해 기억해’ 발표다.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여러 어려운 일에 맞닥뜨려야 했지만, 힘들었던 만큼 모든 과정이 끝나고 음악이 세상 밖으로 처음 나왔을 때 그 뿌듯함과 보람에 눈물이 솟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에게 음악이란 한마디로 어떤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탈렌트’라는 단어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로 여긴다고 답한 강씨는 “결국 그 탈렌트를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해야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라고 말하는 강인봉씨는 결국 음악을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올해 초 생활성가 새 음반 발매를 계획했었으나 지난 4월 한 방송의 녹화 무대에서 낙상하는 사고로 차질이 생겼다. 이번 연말쯤 발표하는 것으로 다시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교회 청년들을 돕는 것도 그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 중 한 부분이다.

“음악은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일로 생활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또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고 아껴 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면으로든 제 노래가 있어서 보탬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강인봉씨는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착한 노래를 많이 남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발걸음마다 그대 함께 있으니 나 가는 길에 두려움 없네, 영원토록. 나 그대 만을 믿고 따르리 항상. 내 안에 있는 그대를 사랑해~’. 그의 생활성가 1집에 수록된 곡 ‘그대를 사랑해’의 구절들을 다시 한 번 들었다. 그의 신앙 스토리들이, 삶의 이야기가 노랫말 속에 톡톡 살아 올라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