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인터뷰]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이기영 교수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8-30 수정일 2011-08-30 발행일 2011-09-04 제 2761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올바른 인성교육이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늘 신바람 나는 ‘노래하는 환경문화운동가’
‘밥상머리교육’으로 올바른 인성 함양하며
깨어진 몸·환경의 균형 회복방안 모색할 때
환경문화운동가. 10여 년 전부터 이기영(바오로·54) 교수 앞에 어김없이 따라붙어온 수식어다.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육대학원장이 대외적인 직함이긴 하다.

지구를 지키자는 다소 거창한 구호도 그의 앞에선 충분히 실현가능한 작은 계획 같이 느껴진다. 우선 그의 옆에 있으면 신바람이 나기 때문인 듯하다. 대학 강단에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펼치는 노래강연, 각종 저술, 농장 가꾸기와 자연음식 연구 등으로 24시간이 부족하도록 왕성하게 움직이지만 늘 새로운 기운이 넘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 교수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참살이’이다.

그와 나눌 주제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사람살이에 대해 말문을 연 이 교수와 사람을 살리는 살림살이에 대해, 하느님의 자비와 신비에 대해서까지 나누지 않을 도리가 없다. 최근 이 교수가 펴낸 ‘음식이 몸이다’라는 책에 대해 궁금증이 쌓여있었지만, 마주앉자마자 책은 저만치 밀려났다. 도대체 음식이 무엇인가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됐다.

“맛있는 것 먹읍시다”

이 교수는 대뜸 “현대인들은 무엇이 맛있는지 모른다”고 입을 열었다. 유기농 음식도 몸에 좋다고는 들어서 알지만, 왜 좋은지를 모른다는 지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교수의 강연을 듣고 나면 ‘그럼 무엇을 먹을까요?’라고 가장 많이 질문한다. 이 교수는 당장 가공식품부터 버리라고 강조한다. 자연 재료의 맛 성분, 색, 향이 다 빠져나간 가공식품은 ‘음식’이 아니란 말이다. 실제 이 교수는 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대기업 관계자들을 전면에서 공격하고 또한 설득에도 나서 친환경 식품 판매에 나서도록 독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식물의 향이나 맛은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 스스로 만드는 면역물질이거든요. 그런데 농약을 치면 벌레가 없어져서 식물이 면역물질을 만들지 않아요. 식물에 들어있는 성분들은 사람의 몸 안에서도 면역물질로 작용합니다. 아토피나 암이 크게 늘었다고 떠들어대는 통계보다, 왜 그런지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잖습니까.”

“텃밭,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지요”

그렇다고 혼자서 농사도 지으며 먹고 살 순 없지 않은가. 반박하는 기자에게 한강변에 일군 텃밭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한강 행주나루 인근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의 거주지와도 크게 멀지 않다. 행주대교 인근에 자리한 텃밭은 꽤 규모가 큰 편이다. 현재 천년초 재배 및 연구 농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앞으론 어린이들을 위한 열린 체험농장으로 확대 운영해나갈 계획으로 애정을 담뿍 붓는 곳이기도 하다.

거의 매일 아침 밭에 나가 농작물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교수네 밥상에는 매일같이 텃밭에서 딴 채소 샐러드와 각종 반찬거리들이 오른다.

‘오늘 아침에 따 온 것’이라며 이 교수가 권한 방울토마토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과일과도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그의 설명대로 우선 향이 짙고 육질이 탱글탱글하다. 농약을 쳐야 벌레 없이 실한 열매가 열린다는 그릇된 사고가 실낱같이 라도 남아있다면 싹 털어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 교수는 사람은 에너지를 먹고 산다고 강조한다. 물질과 에너지는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우리가 먹을거리를 키우기 위해 석유가 들어가고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키는 환경오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육식’입니다. 예를 들어 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콩이나 옥수수 10kg을 사료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 콩이나 옥수수를 키우기 위해 화학물질이 사용됩니다. 또한 식용가축들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20%를 배출합니다. 악순환이지요.”

“노래하는 환경문화운동가”

이 교수의 노래실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 이 교수의 꿈이 가수이기도 했다. MBC 대학가요제 본선까지 진출하며 실력도 나름 인정받았지만, 듀엣이던 친구의 사정으로 본 대회는 포기해야 했다. 무대 뒤편으로 물러섰던 아쉬움은 컸지만, 갈고닦은 음악적 재능은 환경문화운동에 가장 큰 힘이 됐다.

얼마 전엔 대운하 반대음반에 담아 내놓았던 ‘한강은 흐른다’가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이 곡은 이미 ‘내 마음의 노래 선정 가곡 100곡집’에도 실린 바 있다.

환경 보호를 주제로 올리면서 대화는 본 직업(?)인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으로 용케 돌아왔다.

이 교수는 식품공학자이자 환경공학자이다. 독일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학위를 받고 귀국하자마자 교수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돌입했다.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생균사료화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8년에는 가톨릭환경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수상의 기쁨도 잠시, 그는 환경상 수상을 계기로 아무리 음식물쓰레기로 좋은 생균 사료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먼저 음식을 버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즈음부터 본격적으로 환경교육에 매진하게 됐다.

이후 ‘환경 십계명’을 발표하고 ‘노래하는 환경교실’ 책을 썼다. 환경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구를 위해’, ‘김치된장청국장’ 등의 자작곡도 실었다. ‘지구를 위하여’라는 노래도 만들어 각종 강연회 등에서 공연했다. 2001년에는 초등학생 딸과 음반을 발표, 전국 각 학교와 관공서 등을 순회하며 ‘노래하는 환경교실’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래하는 환경교실은 지금도 인기 만점 활동 중 하나다.

“지금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밥상머리 교육입니다”

오랫동안 환경교육운동을 펼치면서 내린 결론이다. 우선 인성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그 바탕이 가정교육이다. 가정교육은 주로 밥상머리에서 이뤄지므로,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밥상머리교육을 되살려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이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올바른 의식교육은 물론 밥상머리교육을 중심으로 한 환경 교육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서강대에서 열린 한 강연을 통해 대외적으로 밥상머리교육의 부활을 주장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가톨릭신문에 ‘우리아이 밥상머리 교육’이 연재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환경교육운동을 하다 보니 인성교육이 근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거든요. 한국 교육의 문제는 가정교육의 부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전통음식도 우리의 밥상머리에 다시 올라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의미 있는 환경교육은 기본적으로 남과 이웃을 돌아보고, 인간관계 속에서 교류할 수 있는 인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밥상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예절교육의 중심”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는 “밥상머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학교성적도 뛰어나다는 것은 체험해본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가족이 밥상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일은 그저 고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기도하고 밥 먹는 것 자체가 교육입니다.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직접 밥상을 차려주는 일이 드물죠?”

“음식이 몸이다”

오랫동안 환경교육운동을 펼쳐온 이기영 교수는 “이제 세상을 더욱 크게 바라보고 지구 생태계와 우리 몸 살림살이의 깨어진 균형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한다.
“좋은 음식을 섭취해야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이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생물로 만든 음식입니다. 온실에서 키운 농작물들과는 달리 크기가 작고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향기와 맛, 색이 아주 진하고 질기지요. 이런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높아져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이 교수는 이제는 단편적인 과학 지식을 통합, 세상을 더욱 크게 바라보고 지구 생태계와 우리 몸 살림살이의 깨어진 균형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아울러 저서 「음식은 몸이다」(310쪽/1만3000원/살림)에서는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할 참 삶을 이해하기 위한 생활과학의 원리들을 음식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