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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십수년째 나눔 실천하는 ‘조셉의 커피나무’ 대표 강지형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07-06 수정일 2011-07-06 발행일 2011-07-10 제 275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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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향기 퍼져나오는 커피 전문점”
기아돕기 벼룩시장·수익금 기부 등 일상 생활 속 나눔실천 몸에 배어있어 어려운 이웃 통해 예수님 느끼려 노력
가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예수님처럼 대하려 노력하는 강지형씨는 ‘늘 어려운 사람을 피붙이같이 느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나눔 실천에 앞장서 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350-3번지, 성북동에서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길목에 위치한 ‘조셉의 커피나무’.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으로 커피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나무 장식에 하얀색 도안 글씨로 장식된 간판에서부터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긴다. 곳곳에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진 계단을 지나 커피숍에 들어서니 ‘들어오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선한 눈빛과 시원스런 미소의 강지형(요셉·서울 돈암동 본당)씨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강씨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커피 전문점을 통해 해외 기아돕기 등 십수년째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나있다.

이날 커피숍 정문에는 작은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7월 1일 금요일 계산은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하루 수익금 전액을 기아 돕기에 사용됩니다. 많은 이해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강씨는 2009년부터 4, 6, 9, 10월 등 비교적 날씨가 좋은 시기를 택해 일년에 네 번 정도 커피숍 주차장에서 ‘기아돕기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또 12월 25일과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는 달 매월 첫 금요일에는 공지문처럼 하루 전액 수익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매일의 첫 테이블 매상도 하느님 몫이다. 생활 속의 나눔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는 듯 했다.

말 그대로 핸드드립 커피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볶은 커피콩을 갈아 종이 필터 등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믹스된 인스턴트 커피나 원액을 기계로 추출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 등의 ‘빠른’ 커피를 찾는 상황에서 핸드드립 커피는 그야말로 ‘느린’ 커피다. 강지형씨의 커피 전문점은 그 느림의 시간 때문인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의 선율과 커피를 내리는 향내 속에 마음이 침잠될 만큼 무언가 편안한 더딤과 여유가 느껴졌다.

꽃잎과 소라 껍질 등으로 꾸며진 쿠기 접시에 각각 다른 디자인의 커피잔을 이용한, 정성을 다한 모습의 테이블 세팅 등도 잠시 내면의 앙금을 내려놓고 휴식으로 이끌어 주는 듯하다. “손님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따뜻함을 주기 위해 배려한 것”이라는 강씨의 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한 잔 한 잔 커피를 따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주문을 하고 난 후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보통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4분 정도. 강씨는 가톨릭 신자의 입장에서 커피를 만드는 시간 동안 예수님께 대접하는 듯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고 했다. 입구에 붙어있는 ‘들어오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다’는 문구는 바로 그런 의미다. “마음을 모아 커피를 만들어 서빙을 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정말 커피가 맛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면서 “사랑을 담아 커피를 내리면 확실히 그 맛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원칙은 직원 교육에서도 첫 자리다.

다시 강씨의 나눔 사연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원래 전통 찻집을 운영했던 강씨는 이때부터 하루 첫 매상 금액은 예수님께 돌리자는 나름의 철칙을 가졌었고 그 기금을 모아 1995년부터 주교회의 사회복지회 즉 한국 카리타스를 후원하게 됐다고 했다.

결혼 후 월급에서 십분의 일을 떼어 봉헌금으로 내놓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그에게 그러한 기부 역시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 2009년 3월 한국 카리타스 초청으로 방글라데시 빈곤 모자가정 주택지원사업 현장 방문에 참여했던 강씨는 가난한 이웃 나라들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후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 실천에 나섰다. ‘기아돕기 벼룩시장’이 그것이다. 이제 조셉의 커피나무 벼룩시장은 온라인 상에서도 자주 떠오르고 지인들을 통해서도 제법 알려져 여러 형태의 후원자들도 생겼다. 이를테면 재능기부다. ‘폰 콰이어’라는 연주단은 행사 때만 되면 자신들의 모든 일정을 벼룩시장에 맞춰 연주를 하러 와준다. 또 지인이나 본당 신자들은 먹을거리를 준비해 오기도 하고, 취지에 동감한 한 수녀회원들은 물품 판매를 도와주기도 하고 합창 출연을 자청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오묘하신 분”이라며 “내어놓는 이상으로 장사가 잘되게 해주신다”고 웃음지은 강씨는 “금액을 기부하는 의미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기억하게 하고 도울 수 있다는 뜻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고 했다.

기아돕기 벼룩시장에 앞서 강씨는 부인 김향신(마리아)씨와 함께 네팔에 방한복 보내기를 시도한 바 있다. 네팔 여행에서 봤던 추위에 떨던 사람들을 위해 주변 지인을 통해 방한복 모으기에 나섰던 이들 부부는 그때 사람들이 보여준 온정을 통해 기부와 기증의 묘미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벼룩시장도 그때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벼룩시장의 경우 준비 과정부터 여러 가지가 사실 늘 쉽지는 않습니다. 매번 할때마다 앞으로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곤 하는데, 일단 마치고 나면 예수님께서 힘을 주셔요. 냉담 교우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비가 와서 걱정을 하고 있는데 손님 수는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표현 못할 감사함과 보람을 주십니다.”

‘불쌍한 사람들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항상 느끼고자 하는 것이 일종의 좌우명이라는 강씨는 그래서 ‘늘 어려운 사람을 피붙이 같이 느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 소중하고 좋은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 “1달러도 안 되는 기금만 있어도 어린 생명들이 소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싶다”고 말했다.

현재 조셉의 커피나무에 자리를 잡은 것은 4년여 전이다. 전통 찻집을 운영하다 커피전문점을 병행하게 됐고 이때 커피 맛의 매력에 빠져 핸드드립 커피의 전문가가 됐다. 20대와 70대가 어우러지는 가게가 됐으면 싶었다는데, 그 바람대로 커피를 즐기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부터 젊은 신세대들까지 강씨의 커피 전문점은 세대를 아우르며 커피향이 흐르는 공간이 됐다.

또 신부·수녀님들이 매일 오시면 좋겠다 싶었다는데, 역시 그 원의대로 여러 명의 성직·수도자들이 조셉의 커피나무를 기억하고 찾아주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시골에 터를 잡고 우리 차와 커피를 총괄하는 공간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좋은 차 그리고 커피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강씨는 현재 교육과정을 통해 바리스타들을 양성하는 것처럼 그 자리를 통해서도 특별히 불우 청소년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 재능 있는 바리스타인으로 길러내고 싶다고 밝혔다.

“나눔은 할 만한 처지가 되니까 하는 그런 것이 아닌 듯합니다. 나중으로 자꾸 미루게 되면 도와주기가 힘들어 집니다.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누는 십시일반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그리고 조금씩 더 나눔의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는 강지형씨. 그는 핸드드립 커피 중에서도 ‘스트롱’ 커피를 한 번 마셔보라고 권했다. 에스프레소의 쓴맛과는 다르게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뒷맛이 느껴졌다. 고소하면서도 신맛이 어우러진듯도 싶었다. 강씨의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여운을 남기는 나눔의 생활과 닮아 있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