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 오기선 신부 사제생활 50년의 회고] (끝) “너는 영원히 탁덕 이로다”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9-30 제 142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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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年 학수고대끝에 神品
눈발날리던 그날 못잊어
사랑의 화신으로 새로 태어
1931년과 1937년 6월에서 9월까지의 석달 여류방학을 황해도 곡산성당으로가서 존경하는 요셉 구천우 신부님께 사사를 받았다.

정확성있고 어떠한 일이든지 옳은 일이면 대소사를 막론하고 관철하시는 구 신부님은 내 형님같기도 하고 내 스승같기도 하다. 한문에 능하시고 섬세하시며 한시(漢詩)도 잘쓰셨는데 수단을 치렁치렁입고 손가방을 든 모습을 두고「호랑이 신부님」으로 불렀었다.

곡산행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직접 마중나와 주셨다. 곡산하면 다산선생과 인연이 깊은 고장으로 다산선생이 1797년 윤 6월에「곡산도로부사」로 36세때 부임하여 2년간 봉직하신 곳이다. 봉직기간중 많은 치적을 남기셨는데「마과회통」12권을 저술하시고「목민심서」의 근간을 몸소 실행하셨다.

그리고 1798년 4월(37세때) 「사기전주」를 정조대왕께 올리고「田論」지어 농토와 농사짓는 일、논ㆍ밭세 공납규정을 정하고 그 규정을 강력히 실천하였다. 그 외에도「탕론」을 저술하였다. 곡산에 간지 1주일만에 다산선생이 정치하던 객사를 탐방하였는데 2백년전 그 관청ㆍ관객사ㆍ관아가 구태의연하게 남아 있었다.

전하는 바로는 다산선생은 특히 우두(종두)에 관한 연구도 하였다 한다.

달밝은 밤에 다산선생여 풍월과 시조를 옮으시는데 지당(연못)에서 개구리ㆍ맹꽁이들이 울어대면 정신이 산란해지기 때문에 연당(蓮塘)에 나가『너희들 내 말 잘 듣거라. 너희들 노래가 너무 시끄러워 내 시도 풍월도、글 짓는 일도 할 수가 없으니 이 시각부터 썩 멀리 물러들 가렸다. 다시는 여긴 오지 말렸다』하고 준엄하게 호령을 내렸더니 그 연당에는 그때부터 개구리ㆍ맹꽁이가 36계를 놓아 조용해 졌다고 한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이분은 올해 5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시성된 성 바오로 정하상과 성녀 엘리사벳 정정혜의 삼촌이고 그 두분의 자당、성녀 체칠리아 유소사의 시아주버니이다.

한때 다신선생이 천주교신자가 아니라고 떠들어댔지만 그는 분명히 가톨릭 신자로 주문모 신부 입국사건에 연루돼 전남 강진으로 10년동안 귀양갔던 분으로 영명이 요한이다.

「북경」주교를 통해 로마ㆍ교황성하께 주교신부 파견을 탄원한 편지를「로마」에 상정한 성 바오로 정하상은 우리 조선 독립 교구창설에 핵심적 역할을 하였는데 그 탄원서 문체가 다산선생의 문자라고 학자들간에 의견이 일치됐다.

그것은 다산선생이 1801년 강진으로 귀양갔다가 18년만에、즉 1818년에 마재 본 고향으로 돌아와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조카 성 바오로 하상이 교황께 올리는 탄원서를 작성하는 일을 전부 해 주었다.

아무튼 다산은 조카의 거족적 대사를 도운 것이다. 그리고 1836년 2월 22일 75세로 방제신부(중국인)에게 종부성사(병자성사)를 받고 마재에서 선종한 것을 봐서라도 그분이 가톨릭신자였음은 틀림이 없다.

각설하고 1931년과 1932년 두 방학을 곡산에서 보내는 동안 구 신부님 지도로 성가집 전체를 동사하여 그것을 찍어 제본해서 당시 청년 성가대들에게 사용케한 것이 54년이 지난 오늘도 생각난다.

1932년 6월 신학생시절 마지막 방학을 치루고 돌아와서 그 해 5월에 정부제품을 받게 되었다.

곡산을 지금도 내가 연모하는 것은 곡산성당 수호자인 성녀 소화 데레사를 내 사제생활에 특별 대수호자로 정했기 때문에 지금도 성녀 데레사하면 난 죽고 못 산다. 그러기에 9년간 가르멜스녀로 수도하다가 24세로 선종하시고 성녀가 되신 후 프랑스 서쪽「피서리」수도원을 다섯번씩 순례하기도 했다.

12년동안 학수고대하던 내 영원한 사제직에 오른 날이 이윽고 다가왔다.

그러니까 52년전 1932년 12월 17일 아주 추운、눈발이 날리던 겨울 날이었다. 명동 대성당 대제대앞에 엎드려 내 일생에 청춘을 깡끄리 주님 사랑에 번제로 불살리우고 페닉스같이 잿더미 속에서 주의 사랑의 확신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주의 사랑을 위하여 만민에게 종으로서 사랑의 기틀을 깔았다.

80회로 이글을 마감함에 있어 독자들과 귀사의 힘써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마우신분들을 위하여 이 생명 다하도록 미사와 로사리오중에 기도 드리기를 약속하며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