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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메시지 해설] 11. 103위 시성식

최석우 신부ㆍ한국교회사연구소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8-19 제 141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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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司牧방문의 절정 이뤄
순교자들의 영웅적 증거의 삶
한국 교회에 승리의 관 씌워
교황은 방한 중 바로 여의도에서 시성식이 거행되던 날을 한국에서 가진 그의 사목봉사의 절정이라고 하며 자신의 감개무량함을 조금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과연 시성의 날이 교황을 위해 최고의 날이었다면 시성을 위한 그의 강론도 또한 한국교회를 위해 최고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황은 시성에 관한 강론을『그리스도는 영광에 들기 위하여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지 않았느냐』(루까24ㆍ26)는 복음의 말씀으로 시작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로부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오늘도 교회 안에 살아 계시다고 하며『정말입니다. 주께서 부활하셨읍니다』(루까24ㆍ35)란 복음의 말씀으로 끝을 맺었다. 여기서 우리는 교황 강론의 大意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님과 함께 죽었던 한국 순교성인들이 오늘 주님과 함께 부활하여 생명과 영광을 누리는 기쁨을 갖게 되었고、이 기쁨에 교황을 위시하여 우리 모두가 참여하게 되었으며 한국교회는 승리의 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교황은 이 장엄하고 감격스러운 날을 한국교회사상 가장 기쁜 날이요、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표현하였다.

교황은 우선 그리스도의 복음이 한국에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가 부터 설명한다. 주님의 부활을 의심하고 엠마우스로 가던 제자들은 결국 그들 앞에 타난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고 나아가서 주님의 부활에 대한 증인이 되었다. 이들의 증언과 다른 사도들、수많은 남녀신도들의 증언을 통해 그리스도에 관한 진리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마침내는 한국에도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그리스도에 관한 진리를 선교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분에 관한 책을 읽고 연구하고 묵상하고 기도함으로써 부활하신 그분을 알아보고 그분에 대한 믿음을 일으켰고 미구에 그분을 믿고 세례를 받은 이들의 공동체까지 생기게 되었다. 완전히 신도들 자신에 의해서 세워졌다는 점에서 이것은 세계교회사상 유일한 공동체였다.

그 후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새로 태어난 교회의 믿음을 심화하고 주교직과 사제직은 특은으로써 신앙공동체에 교회조직을 갖추게 해주었고、또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시키고 사도로부터 전해오는 로마교회에 결합시킴으로써 전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에 고유한 자리를 찾게 해 주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역시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의 값에다 자신의 증언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고、이리하여 박해가 일어나게 되었다. 모진 박해는 1백년이나 계속되었고、그러나 굳센 믿음으로 이겨냄으로써 한국교회는 1만명이 넘는 순교자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교황은 『오늘날 한국에서 교회가 그처럼 훌륭히 꽃피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순교자들의 영웅적 증거의 열매입니다』고 하며 구체적으로 103위성인 중 최연소자인 13세의 유대철、최연장자인 72세의 정의배를 위시하여 권데레사 유진길 조윤호 이아가타 등의 영웅적 증거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들이 배교를 거부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은 이 세상에서 부모를 배반할 수 없듯이 더더구나 모든 사람의 아버지를 배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순교자들의 이러한 증거는 다름 아닌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였다.

이 증거를 통해 그들은 뛰어나게 그리스도와 결합되었고 예수의 죽음을 스스로 몸에 지님으로써 또한 예수의 생명이 그들의 몸에서 드러나게 되었다. 이것은『우리는 언제나 예수를 위해서 죽음에 붙여져 있으므로 우리의 죽을 몸에 예수의 생명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II꼬린4ㆍ10~11)고한 성경말씀을 문자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다음 교황은 순교자들의 새 생명이 그들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고 남에게까지 전해져서 그리스도인의 씨앗과 누룩구실을 하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순교자들의 죽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닮은 것은 그들의 죽음도 새 생명의 시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새 생명은 그리스도를 위해 죽음을 당한 그들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남에게까지 전해졌읍니다. 그리하여 예수그리스도의 제자와 증인들의 산 공동체로서의 교회 안에 누룩이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국 순교자들은 비단 증거의 힘만이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의 새 생명을 전하는 구원의 힘을 통해 한국에서 그리스도를 널리 알렸던 것이다. 그러므로 교황은 그들의 증거를 통한 구원의 힘이 오늘의 교회 안에서 더욱 발휘되기를 기원한다. 『이 증거로써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여러분 땅에서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시성식은 곧 이 구원의 은혜에 대해 천주성삼께 드리는 장엄한 감사이기도 하다. 교황은 엠마우스의 두 제자가 「빵을 쪼개는 것을 보고 그리스도를 알아본 것」처럼 한국 땅에서도 계속 성찬을 통해 새로운 제자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또 그분을 받아 모심으로써 그분과 일치하기를 기원하면서 또한 그리스도는 부활하시어 늘 교회 안에 살아계시기 때문에 이 장엄한 시성의 날이 대대손손으로 생명과 거룩함의 기약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의 강론을 끝맺었다.

특히 교황은 시성식이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족과 교회、그리고 우리 자신들과 관련된 것임을 이렇게 강조하였다. 『이 시성식을 통하여 한국의 순교복자들은 이제 천주교회의 성인반열에 들었읍니다. 그분들은 여러분 나라의 참된 아들딸들 입니다. 그분들은 혈통으로나 언어로나 문화로나 여러분의 조상입니다. 아울러 그분들은 피로써 증거한 여러분의 부모들이십니다.』

또한 교황은 완벽하게 진행된 시성식이 행사적 의미를 넘어 하나의 사도직의 실천이요 하나의 증거였다고 하며 한국교회를 치하하여 마지않았다.

최석우 신부ㆍ한국교회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