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 오기선 신부 사제생활 50년의 회고] 72. “나도 그를 증언하겠다"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6-10 제 140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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迫害 속의 우리 민족에게 
기쁨의 말씀 전해준 교황
감격의 그 기쁨 다시 한번 맛보아
우리 한국 천주교는 처음 西學으로 시작해서 西敎로 발전했으나 반국가적 종교로 지목되어 모진 박해를 받기 시작했다. 1801년 신유박해때는 주문모 신부를 위시하여 3백여명이 순교했고 1834년에는 범 주교, 나 신부 정 신부外 재건운동에 나섰던 지도계급 신자 2백여명이 죽었다. 1846년 병오년에는 우리 김대건 신부와 8명의 교우들이 순교하였고 1866년에는 병인박해로 주교 두분(장 주교·안 주교)과 프랑스인 신부 13명이 순교했다.

박은식의「한국 통사」에는 박해로 죽임을 당한 교우들이 12만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같은 기록은「매천야록」의 황현씨도 뒷받침해 주는가 하면 일본 역사가들도 인정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순교 직전 장 주교님이「로마」에 보낸 통계에는 순교자가 24만명이라 보고했다한다. 이 통계는 교우와 직접 간접으로 관련된 이들(처가·외가·본인직계자손)을 합하면 24만명은 족히 죽임을 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2백년간 주교3명 신부9명 여회장2인 동정녀15명 궁녀3명 환부(홀아비)3인 미망인13명 젖먹이어머니5명 군인3명 선인(배)1명(우아렉시오 세영) 성서출판업자 2명(최베드로 전요한·장운)성녀 유체칠리아 소사, 성인유베드로 대철, 성녀 이바르바라 영희 등, 그들은 곤장 태장 학춤 뭇매 박살 능지육시 살점 오려냄 뼈를 박살 위협 공갈 귀양 재산몰수 등 피나는 고초를 당하며 하느님 앞에 증거 하기 위해 죽어갔다.

그리스도 지상 대리자 삐오 9세 교황성하는 1866년 12월19일 슬픔에 찌든 우리들의 사연을 들으시고 위로하셨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사료로 밝혀드린다면 우리 폐부를 찌르고 두 눈이 멀만큼, 감격하여 통곡해도 시원치 않으리만큼 눈물 속에 기쁨을 준 말씀이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강복하노라, 새해가 복되게 시작되어 선교의 자유가 있게 되기를 바랐으나 뜻밖에 박해가 소낙비처럼 닥쳐와 마치 산도야지가 우리의 포도나무덩굴을 밟고 뒤집어 놓아 다시는 열매가 맺지 못하게 함과 같게 되었도다. 이런 일을 짐이 들으니 눈물이 흐르도록 마음이 슬퍼지는 도다. 주교와 신부의 순교함과, 목자를 잃은 아들들의 순교함과, 온갖 고난을 받으면서 목숨을 내걸고 의지할 곳 없이 숨어 다님과, 사방의 감옥에 갇히어 피로 물듦을 생각하니 천주께서 주신 거룩한 성덕이 우리의 본성을 보호하지 않으면 어찌 아비의 마음에 슬픈 소리와 눈물을 금하겠는고! 너희들이 오 주 예수를 위하여 굳센 마음으로 헛된 세상을 버리고 목숨까지 바침을 들으니 우리의 길은 걱정에 위로가 되여 찬양하는 소리로 바뀔 것이다.

성교회 속에서 순교의 영광이 새로 일어나고 순교자의 피에서 많은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며 또한 너희들을 부러워하노라. (中略)

사랑하는 자녀들아 걱정을 하지 말고 눈물을 그치거라. 오 주 예수께서 너희들을 위하여 사랑하심으로써 먼저 생명을 주시고 또 너희와 결합하여 계시고 그 값으로 너희들도 같이 생명을 바치었으나 기쁜 일이 아니겠느냐? (中略) 복자가 없음으로 마치 흩어진 양과 같은 것이로다. 많은 위험을 면하기 위하여 아무쪼록 이전에 순교하신 주교와 같은 열심과 덕이 있는 주교와 신부를 보내리로다. 천주께 너희가 보이었음으로 이와 같이 시험하셨으니 조선이 평안함과 이후에 많은 공로를 주시기를 날마다 기도하며 천주의 거룩하신 은혜와 우리가 너희를 사랑하는 증거로 모든 교우에게 즐거이 당부하노라』

교황위에 오른지 21년인 1866년 12월 19일 로마 성베드로상당에서 삐오 9세.

이것이 8도강산을 다시한번 울렸다.

마침내 『사랑 앞에 순교한 그들을 증거해 주시려고』요한 바오로 2세 교황성하는 로마에서만 시성식을 갖던 2천년 가톨릭 역사를 뒤엎고 1984년 5월 6일 서울여의도에서 103위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리시어 만백성 앞에 그들을 증거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감격스런 그 순간, 그 감동이 한반도에 새 기원을 창조해 줄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