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메시지 해설] 3. 광주 성인입교식

김영환 신부ㆍ대건신학대학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6-10 제 140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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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가장 위대한 행위
하느님ㆍ人間과 화해 강조
역사적인 교황성하 방한은 온 국민의 가슴마다 지울 수 없는 영광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각 만남 때마다 우리에게 하신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혼탁하고 희미한 세상살이에 뚜렷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지침이 되었고 어두운 밤에 빛이 되었다. 가슴마다 맺힌 한과 시름이 성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너무나 밝고 밝게 가셔버렸다.

광주에서 성세ㆍ견진성사를 집전하시면서 행한 강론 말씀은 이 지방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 가슴마다 서려있던 답답함을 한꺼번에 지워주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을 초청해서 성세와 견진을 베풀게 한 것은 한국교회와 로마 그리고 온 세상 모든 교회가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다. 성세와 견진은 다 같이 그리스도교의 입문 성사로 이 성사를 받음으로 그리스도와 닮게 되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살겠다는 결심인 것이다. 그리스도는 죄를 이기고 부활함으로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켰고 사람들의 마음을 그릇된 집착에서 해방시켰다. 그것은 영신적 새 생명의 시작이요, 노예상태에서 자유를 되찾은 즐거움인 것이다.

특히 근래에 광주지방에서 일어났던 슬픈 사연들은 가슴마다 맺힌 지울 수 없는 응어리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이제 그리스도와 화해하고 죄에서 해방된 자유민이다. 즉 여러분의 죄는 용서받았다.

이제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닮게 되었고 그러기에 여러분은 화해의 완전한 모범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한다.

용서는 가장 위대한 행위이다. 여러분에게 내려진 은혜는 화해와 용서다. 마치 그리스도가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으로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키고 평화를 주었듯이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픈 상처를 통해 불화와 증오가운데서 그리스도의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되라.

여러분들의 선조는 참 생명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재산ㆍ명예ㆍ가족ㆍ생명까지도 버렸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들에게 영웅적 충성심을 주었고 그들은 참된 생명을 얻은 것이다.

견진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신앙을 굳세게 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교회와 세상앞에서 더욱 충실하게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증거케할 것이다. 이것은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대충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황성하께서 하신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용서와 화해라고 생각된다. 세례성사를 받기 전에 우리 모두는 죄에 얽매여 있었고 인간적인 집념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내게 잘못하는 사람을 언제나 증오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미워하는 죄에서 헤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마저 용서하고 사랑하라 명하셨고 그리스도 스스로가 모범을 보여 주셨다. 수난과 십자가의 뜻은 스스로를 희생시킴으로 자기가 짓지 않은 죄까지도 속죄하는 숭고한 사랑의 표본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도 남을 용서함으로 그 죄의 사슬, 즉 증오하는 마음을 스스로 자유스럽게 하라는 것이다. 세례성사를 받는 사람은 하느님한테서 용서를 받았으니 너도 남을 용서하고 모든 죄의 환경에서 해방되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같이 죽는다는 것은 십자가의 죽음, 즉 남을 용서하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와 같이 부활하라는 말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다시 살아나는 새 생명을 말하고 원죄와 세례이전의 지은 죄의 죽음에서 그리스도의 부활 즉 새 생명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영신적 갱생은 죄→죽음→부활→행방→새 생명을 뜻한다. 세례를 받아 들였다는 것은 하나의 근본적인 결단이고 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죽음으로 생명을 얻으려는 것이니 그 어떤 것도 내안에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 인간적인 원한ㆍ미움ㆍ질투ㆍ허위 등 모든 것을 완전히 송두리째 뽑아버려야 한다.

그래서 성하께서는『여러분들의 감탄할 선조들도 참 생명의 샘이신 그리스도를 목말라한 나머지 모든 것인 그분을 찾기 위해 모든 인간적인 부귀영화를 버렸다』라고 하셨다. 부귀영화도 증오도 생명까지도 버렸다는 것은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의 참사랑에 합치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그래서 순교자들은 영웅적인 힘으로 신앙을 받아들였고 스스로를 끊어 버리는 화해를 했던 것이다.

인간이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남을 용서하는 일이다. 반면 가장 하기 쉬운 것은 내 잘못을 용서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 모순된 인간마음을 순수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완전한 표본이고 모범이신 그리스도는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인간으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닮게 하신다.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용서로써 하느님과 화해하듯 현실적으로 인간과의 화해도 하라는 것이다. 그럼으로 하느님도 우리를 용서하실 수 있도록 말이다. 하느님이 우리를 용서하면 우리는 모든 죄에서 완전 해방되고 평화의 도구로서 그리스도와 같은 상속자가 된다는 것이다.

교황성하께서는『이런 것을 받아들이려고 결심한 여러분의 결단은 근본적인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러기에 선조들의 영웅적인 신앙을 찬양하셨고 견진성사는 바로 이런 신앙을 견고케 해 준다고 했다. 어떤 어려운 결단을 했고 실천했기에 성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성세와 견진성사를 받는 여러분은 마치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같이 가서 만민에게 화해와 평화의 증인이 되도록 당부하셨다.

마지막으로『이제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너그럽고 굳세고 참 되십시요. 무엇보다 예수님도 그러셨듯이 남을 위해 사십시오』라 하시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여러분은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의 원천이자 중심인 성찬에 초대되었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살라고 당부하셨다.

김영환 신부ㆍ대건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