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 2백주년 주교단 사목교서 전문 8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2-12 제 1392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회는 도처에 솟는데 사랑은 메마르기만 현실안에
그리스도의 말씀실현 않기 때문
12、이제 2백주년의 우리는 이 정신을 이어 받아야 하겠읍니다. 오늘 우리는 보다 더 뚜렷하게 이 모든 진리가 복음의 가르침을 깨닫고 있읍니다. 그러기에 2백주년에 선업들을 본받아 순교정신에 산다는 것은 단지 좁은 의미의 신앙, 이웃과 사회, 나라와 세계와는 관계없는 자기 구령만을 위한 신앙을 순교정신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진정 성열들을 본받는다면 선열들과 같이 하느님을 믿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평등을 믿고 또한 모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 그 사랑과 평화를 위해 아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선조들의 시대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윤리나 도덕 및 인간성의 희생위에 이루어진 물질의 발전입니다. 금력과 권력의 우상화, 이기적 개인주의와 현세적 쾌락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사랑이 메마르고 가정이 파탄되어 가고 사회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가고 있읍니다.

한마디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하느님의 진리, 하느님의 정의가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교회는 도처에서 있는데도 어찌하여 현상은 이러한지 우리는 참으로 그리스도 신자로서 심각히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이른바 그리스도신자인 우리자신이 믿음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복음의 가르침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2백년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문제는 우리는 참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믿는 사람인가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아는가? 그의 정신, 그의 마음을 아는가? 이것이 2백주년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할 핵심적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이시기에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순교선열들을 바라보면서 그분들이 본받고 따른 그리스도께로 향해야 합니다. 복음의 그리스도, 산상수훈을 비롯하여 구원의 말씀을 주시는 그리스도,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죄인들을 위로하시는 그리스도, 그들을 용서하시는 그리스도, 가난한이 약한이 천대받는이들의 친구 되시고 형제되시는 그리스도, 마침내 온 세상 모든 이의 죄를 지고 수난의 길을 가신 그리스도, 드디어 부활하심으로써 모든 이의 부활과 생명이 되신 그리스도, 그 그리스도께로 우리마음의 눈을 돌리고 그분을 바라보며 그분께로 나아가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하여 그 그리스도의 삶을 오늘 이 시간, 이 이 사회 속에서 우리자신이 구체적으로 살아야합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억눌리고 버림받는 이웃 속에서 그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야 합니다.

13. 그리스도의 사랑을 산다는 것은 단순한 동정이나 관심표시나 제도적 자선행위나 사회복지만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처럼 벗을 위하여 자기 생명까지라도 바치는 것입니다. 이런 정신으로 남을 받아주고 봉사할 때에 참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가진 이는 없는 이와 가진 것을 나누고, 남을 판단하지 말고 남을 용서하고 마음상한 이와 화해하고, 우는 이를 위로해주고, 찢어진 마음을 싸매어 주고, 한 맺힌 마음을 풀어줄 때에 우리는 참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 땅의 부정과 부패에 무감각하고 이 땅의 억눌린 사람들을 외면하고 이 땅의 슬픔에 젖은 사람들을 지나치고 바로 이웃의 고통을 나눌 줄 모른다면 이것은 이미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말할 수 없읍니다.

나아가 이 땅의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데올로기로 말미암은 이 나라의 분열과 분단을 체념하고, 빈부의 격차 도농의 격차 지역의 격차로 말미암은 내적분열을 보고도 이를 외면하여 자신 속에 안주하면 이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 용서와 화해, 진리와 정의의 도구가 되어야합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참으로『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는 그리스도 자신의 말씀을(루까4.18)이 현실 속에서 실현시켜야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 생명까지도 바쳐서 이 사명을 지켜갈 때에 교회는 진정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읍니다. 오늘날 교회까지도 포함하여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가장 큰 불행은 결코 물질의 부족에 있지 않읍니다. 사랑의 결핍에 있읍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도 기술이나 물질적 발전에 비하여 감소되어 가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읍니다. 여기서부터 모든 분의나 부정, 인명의 경시를 비롯하여 모든 인간 유린의 죄악이 범람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면 하느님이 가장 아끼는 것이 인간이요, 하느님이 가장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하느님은 성자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그 사랑으로 인간을 사랑합니다. (요한17·23)그리하여 하느님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시기까지 하셨읍니다.

(요한3·16)그 외아들 그리스도는 온 세상 모든 이를 위해 당신의 생명까지 바치셨읍니다. 이것이 곧 복음의 내용입니다. 이를 믿는 것이 또한 참된 믿음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시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이웃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2백주년의 한국교회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은 바로 여기에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