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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회의 의안(초안)을 간추려본다 - 선교와 쇄신의 의지담아] 10. 지역사목 의안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9-04 제 137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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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곧 사목활동의 장
지역사목은 보편교회 성장시키는 활동의 전부
타본당ㆍ교구와 연결돼야
사목회의 12개 의안이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기위해서는 지역교회 안에서 그것들이 잘 운용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목이 별도의 의안으로 채택되었으나 구체적으로 지역교회안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하는 문제들은 이 의안에서는 주로 사목활동 전반에 관한 방향설정과 이와 관련된 사목자를 중심으로 의안을 작성했다.

지역사목이란 보편교회의 사명과 그 사명에 따른 사목활동이『주교를 중심으로 하는 목자아래 설정된 본당』안에서 작용하고 이 작용에 의한 지역교회의 사목활동이 그리스도신비체로 하느님백성의 공동체인 보편교회를 성장시키는 활동전부를 말한다.

그러므로 지역교회의 사목활동은 일차적으로 보편교회와의 통교(通交)에 있다.

이런 뜻에서 어느 본당도 교구전체 및 타본당과 고립되지 않아야 자기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

교회의 사목활동이란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인간구원의 봉사』(주교35)활동이다. 즉 보편적 구원의 성사인 교회가『지금』『여기』에 있는 세상과 관련을 맺는 모든 활동이다.

세상이 곧 사목활동의 場이 되고、어느 누구도 사목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모든 연령의 사람들、성별、사회계층의 모든 사람들과、사람들이 만드는 제도、교육、예술、과학、기술、언어、관습 등 모든 역사와 문화가 사목대상이 되어야한다.

사목자가 되는 사람들은 좁게 보면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와、주교의 협력자인 사제들이지만 넓게 보면 공동성의 원리에 따라 그리스도의 3중직무(예언직ㆍ사제직ㆍ왕직)에 참여하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모두이다. 사목자의 손이 부족한 현재、한국교회의 상황으로 새로운 사목자들의 양성에 관심을 기울임과 동시에 사목자들 상호간에 자기고유의 질서를 지키면서 서로 협력 보완하는것은 사목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일이다.

사목자는 보편교회 사명에 대한 의식과 더불어 변천ㆍ발전하는 세계와 항상 호흡을 같이하여야한다. 따라서 사목자는 자기 지역교회가 처한 상황을 복음적 정신으로 비쳐보는 사목연구가 계속 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서 나오게 되는 중요한 일반적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문화와의 관계이다.

사목자는 무엇보다도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이상적인 목자상을 보여야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먼저 가르치시는 분이시다.

그분 자신이 아버지께 들은것을 그대로 인간에게 가르치시는 분이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헤매는 착한 목자이시었고 또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으로서 해방자가 되셨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친근한 형제이시다. 사목자는 예수의 어느 한 목자 상에만 치우치지 말아야한다.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와 문화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와 문화와의 관계에는 근본적인 대립이란 없다. 그리스도는 이 세상 어느 문화와도 조화를 이루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문화란 무엇보다도 은총의 작품이다. 그래서 은총의 힘은 문화를 통하여 문화 안에 표현된다. 그렇다고 가톨릭이 어느 특정의 문화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문화에고 악은 있고 또 어느 문화도 예수그리스도를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악이 있는 세상문화 안에 살고 있으나 결코 이 세상 문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아 넘기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도 역시 은총에 의해 변혁되어 하느님왕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믿고 있다. 하느님왕국은 궁극적으로 이 세상이 아니고 교회는 하느님왕국 자체는 아니지만 예수그리스도는 이 세상 어느 문화와도 조화를 이루어 이를 변혁 발전시켜 완성하신다.

사목자는 예수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에서 어느 한 관계만을 강조하지 말아야한다. 이것은 가톨릭정신이기도하다. 그러므로 사목자는 가톨릭의 주요사상에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교회 사상은 모든 가치에 대해 절대적 개방이다. 아울러 교황직과 교계는 보편교회의 전체성을 위한 본질적 요소임을 안다. 또 다른 가톨릭사상은『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다.『이것과 저것 모두』라는 사상이다. 자연과 은총、이성과 신앙、법과 복음、성서와 성전、신앙과 신앙행위、권위와 자유、과거와 현재、안정과 변화、단일성과 다양성 등등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양쪽 모두』라는 사상이다.

가톨릭의 철학사상은 크리스찬 실재주의(實在主義)로서 경험만(성서주의ㆍ윤리주의)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관념만(교리ㆍ교의법)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의미를 가진 세계이다.

가톨릭신학사상은 하느님께서 볼 수 있고 구체적인 인간의 역사ㆍ공동체ㆍ장소ㆍ사건ㆍ자연을 통해 현존하신다는 성사성의 원리이며、하느님 은총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통해 매개된 은총이라는 묵상의 원리이고 끝으로는 통교의 원리이다. 즉 하느님께 이르는 우리인간의 길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르시는 길은 공동체를 통해서 매개된다.

이 통교는 길이 됨과 동시에 목표이기도 하다. 마지막 성인들의 통교는 세상 끝에 완성될 것이다. 이 통교의 정신에 의하면 지역교회와 본당의 모든 사목활동은 결국 이런 통교가 세상에 일어나고 있음을 부여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여기서 지역교회는 이상적 교회상에서 구체적인 실천사목방향이 설정된다. 사목자는 교회사명의 어느 한 면을 강조하여 사목방향을 설정하지 말아야한다. 존재론적 차원에서 이상적 보편 교회상과 사목방향 설정이 일치해야 한다. 이상적 교회상에만 집착하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 할 것이며、이상적 교회상이 없이 시대에 따라 교회사명의 한 면 만을 강조하면 전체교회의 사명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모든 사목활동은 은총에 의해 건설되는 것이고 인간 안에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선교사명은 결코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세우는 것이요、참신한 건설이다』(인간구원자 12) 이러한 건설의 원동력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신 사랑과 자비의 힘이다. 사목은 곧 하느님의 자비와 평화를 선포하여 사랑이신 하느님 모상으로 된 인간을 그 사랑에 일치시켜 은총의 공동체를 세우는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