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9.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5-08 제 135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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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훗날 드높은 하늘나라에서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든 십사만 사천명(요한 계시록)의 무리 속에 들어갈 유진길 아우구스띠노는 그 후에도 한 차례 북경엘 다녀 왔으며, 거기에서 흡수한 더욱 새로운 종교적 지식을 역시 그 어느 훗날 같은 대열에 들어갈 아들 베드로에게 들려 주곤 하였어요.

그리고 그 공장의 어느 산골 의진 곳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그리스도(마태 25ㆍ35~40) 를 찾아서 사랑의 나눔의 곡식 가마니를 보내기도 하였어요.

이러한 일들이 이웃의 눈길을 끌었으며, 그렇잖아도 여기 저기에서 교우들 중에 배신자가 생겨서 순교의 영관을 차지하게 될 기회는 평화로운 이댁을 휘몰아칠 비바람과 함께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겁에 질리고 날카로와진 친척들의 눈길과 얘기들을 천사는 다음처럼 나타내 주었어요.

친척A

일가 친척 오손도손 모여 살면서

조상들이 물려 준 명문의 문벌

이쉼없는 가산에다 몸 건강하며

이렇게나 우리 삶이 복스러운데

천주학생이 저 친척 마음만 돌리면

우리 집안 탄탄대로 자손만대까지

한 사람 응고집이 온집안 망치다니

밤참을 설치면서 걱정이로세.

친척B

한 사람 탓으로 백 사람 죽음인가.

백 사람을 위한 한 사람 회심인가

나는 죽기 싫은데. 제대로 못 죽겠는데.

우리가 왜 자네 때문에 죽어야 하나?

제발 마음을 돌려 주게나. 우릴 위해서도?

우리들의 처자식들을 위해서도 말일세.

아내의 울부짖음

옥구슬로 비단 방석위에 자라온 이 몸이요.

허다한 혼처를 다 물리치고,

역관댁 선비님이 가장 진중하다고

검은 머리 백발이 되도록 해로하라고 보내셨는데

어쩔라고 그 고집이셔요. 엉엉

당신의 아내된 죄로 자식들과 더불어 생죽음을 하게되다니

양친부모 걱정으로 식음을 전폐하셨다는데

혼인때의 약속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돌려주셔요. 엉엉

기름진 전답의 벼이삭, 수수 이삭이 당신을 쳐다보며

남의 손에 점어가기 싫다고 애원을 하고 있는데 엉엉

(딸의 목소리)

아버지, 너무하셔요. 꼭 그렇게하셔야만 되나요?

저도 남들처럼 시집가서 한 사람의 지어미가 되고 싶은데

목고개가 아프도록 수놓은 병풍과 족자들…

엄마가 손수 길쌈을하여 마련하신 혼수감이

저 장농속에 가들한데 엉엉

약혼을 한 이 정승댁 도련님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좋기만 한데요. 엉엉

아버지, 이딸의 청춘을 꼭 그렇게 짓밟으셔야

만 되시겠어요? 엉엉

어느새 유진길의 얼굴엔 비오듯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그러나때를 같이하여 들려 오는 자기 영혼의 소리, 한늘의 소리?

그 누가 세상의 주춧돌을 놓았느냐?

네가 땅을 도장찍힌 흙벽돌처럼 붉게 만들고

옷처럼 울긋불긋하게 만들겠느냐?

빛의 전당으로 가는길은 어디냐?

어둠을 본고장으로 몰아갈수 있느냐?

네가 천상의 운행법칙을 결정하고 지상의 자

연법칙을 만들었느냐?

인종이란 있어본적없는 광야에 비가 쏟아져거친 들을 흠뻑 적시고.

메말났던 땅에 푸성귀가 돌아나게 하는 것이 누구냐?

누가 따오기에게 지혜를 주었느냐?

(욥기 38장)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