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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회의 7개 의안(초안)을 간추려본다 - 선교와 쇄신의 의지담아] 2. 신심운동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5-08 제 135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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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덕항의 원천인 신심
신심운동 용어 토착화 시급
전례의 토착화ㆍ활성화로 능동적인 전례참여 모색토록
올바른 신앙ㆍ영성교육이 과제
모든 신심운동은 성사ㆍ전례와 조화
민족문화와 이질감 해소해야
한국 천주교회 선교 2백주년을 맞이하여 하느님 백성의 모임인 교회는 쇄신을 통하여 세상에 봉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때에 우리는 사목 회의를 통하여 신심 생활의 원리가 되는 그리스도교 영성과 영성 생활의 본질적 내용에 따라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여러 신심과 신심 운동들을 다시 한 번 반성 해보고 보다 건전한 발전을 모색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오늘날의 각종 신심과 신심 운동들이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심화시키고 교회를 쇄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신학적 사고의 전환기에 있는 오늘의 역사적 상황과 비 그리스도교 문화권 아래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신학의 토착화를 모색해야 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 여건은 신심과 신심 운동의 실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순교하신 우리 선조들의 투철한 신앙은 우리의 영성생활을 위해 탁월한 귀감이 될것이다. 순교 선조들은 기복 신앙을 철저히 배격하고 순수신앙을 실천했으 며 토속신앙과 타협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리스도를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그들의 태도는 바로 성부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영성의 구현이었다.

그리스도교 영성이란 한마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계시와 구원 사업의 신비적 차원을 가리키며, 그리스도교적 영성 생활이란 그 신비를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성령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도달하려는 빠스카적 삶이라는 단 하나의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은 시대와 장소ㆍ상황과 사명에 따라 다양하게 구체화된다.

인간은 세상 만물의 주인으로 설정되어 만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도록 마련됐으나 모든 피조물과의 조화를 깨뜨렸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보내어 잃었던 은총과 구원을 다시 회복시켜 준 것이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를 지상에 건설하고 죽음과 영광스런 승천과 성령의 파견으로 구원 사업을 완성했다. 이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빛이 되었으며 우리 모두의 빛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리스도의 구원 은총을 나누어 받도록 불리웠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구원을 받았지만 현세를 사는 동안 아직 완전히 구원받지는 못한 처지에 있다.

그리스도를 뒤따르며 완덕에의 길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우선 현세적 집착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스스로의 감정을 바로 지배함으로써 복음적 청 빈정신에 반대되는 현세 사물의 사용이나 재산에 대한 집착 때문에 완전한 사랑의 추구를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하겠으며 이 세상을 이용하면서도 그 안에 사로잡혀 있지 말 것이니 이 세상 모습은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려는 생활은 믿음ㆍ희망ㆍ사 랑의 생활을 그 기본 태도로 지닌다.

이 믿음ㆍ희망ㆍ사랑에 기초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모든 인간들이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하도록 이웃들을 초대한다. 이초대는 교회와 교회지체들의 사도직을 통하여 수행된다.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와 보다 밀접히 결합될 수 있도록 영성 생활의 여러 수단들을 제공한다. 신자들은 세례 때 받은 은총을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신심들을 통해서 계속 향유하고 향상 시킬 수 있으며 또한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심은 하느님의 신비나 하느님과 연관된 어떤 창조적 실재에마음을 향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기고 예배하려는 인간의 자세이다.

하느님을 섬기고 예배하려는 인간의 자세인 이 신심은 종교적 덕행의 일차적 행위이며 다른 모든 종교적 행위의 원천이다. 하느님은 신심의 궁극적 대상일 뿐 아니라 신심의 원천으로 신심은 하느님의 은총과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묵상을 통한 하느님 은총에의 인간 협력으로 형성된다.

교회 안에는 신앙의 전체적 내용과 일치하는 교회의 본질적 신비에 대한 신심들이 있다. 교회의 본질적인 신비에 관한 신심은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에 근본적인 것으로서, 그것은 모든 신자에게 요구되는 것이지만 신비의 어떤 부수적 문제에 중점을 두는 신심은 모든 신자에게 일괄적으로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사도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돕기 위하여 전례와 같은 공적 신심의 실천뿐 아니라 개인 신심의 사적인 실천에 대한 결정도 교회의 교계 적 권위에 유보시켜 왔다. 교회는 공의회를 통해서 신심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며 특히 경신 성성을 통하여 교회 전례 및 신심 행위에 관한 규정을 제시한다.

신심은 감정과 이성과 의지를 모두 동원하여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려는 전인적 인 자세이며 하느님을 섬기려는 내적인 자세이므로 그 척도를 선정하기란 어렵지만 그것은 감정으로서가 아니라 그 실제적 열매 즉 기도ㆍ봉사ㆍ희생 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 안에 있는 여러 신심 행위와 신심 운동이 교회의 쇄신과 신자들의 영성 생활 을 심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신심이 그 시대 교회의 영성을 표현하고 있는 한 전체 교회가 신앙의 내실화와 계속적인 쇄신을 통하여 복음 정신을 견지할 때 비로소 건전한 신심 행의와 신심 운동을 기대할 수 있다.

신심은 하느님의 신비와 하느님과 연관된 어떤 창조적 실재에 마음을 향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기고 예배하려는 인간의 경선한 자세이다. 따라서 신심의 내용은 언제나 신앙의 내용 곧 하느님의 계시된 진리와 일치해야 하며 신심 행위는 이 신앙의 내용을 가능한 대로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오늘날의 모든 신심과 신심 운동들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성령과 성령의 활동 및 은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 아래 신자 생활의 쇄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신심 운동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교회 역사의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모든 신심행사와 신심 운동은 민족 문화 및 사고와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신자들에게 주는 이질감을 해소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심이 되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중 하나로 신심 운동체에서 사용하는 명칭 및 용어들의 모국어화 등의 토착화 작업은 시급한 일로 본다.

모든 개인적 신심과 신심 운동이 결코 교회의 성사와 전례에 우선 되어서는 안 되며 전례와 조화되고 어느 정도 전례에서 나오며 또한 신자들을 전례로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건전하고 균형 있는 신심 행위와 신심 운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올바른 신앙 교육 내지 영성 교육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이 신앙의 내용에 일치하는 신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의 원천인 성서와 구원 신비의 재현인 성사, 그리고 하느님 말씀의 공적 선포이며 영성 생활의 실천 규범인 전례에 관한 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성서와 성사 및 전례에 관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비 전례적 신심 행위들을 성사 생활과 전례 생활에 수렴시키는 한편, 전례의 토착화와 활성화를 통한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