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1.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3-06 제 1345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올해도 그날은 다가오고 있었어요. 더더욱 큰 의미를 담고 더 큰 축하를 담고 이 세상의 생긴 이래 가장 크나큰 소식을 지닌 축복의 천사가, 그 은총을 받은 아가씨를 방문했던 그날을 기념하는 그 복된 날이 말이지요.

그리고 해마다 성탄 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해마다 가브리엘 천사는 이 세계에서 그 마음씨가 가장 여리고 고운 이를 찾아 그날을 기념하는 노래와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떠나가고 있었어요. 올해는 프랑스「리지웨」의 어디메, 내년에는「산마리노」의 누구에게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따라서 그리스도 복음 선포 1950년의 성년을 맞는 올해는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서 찾아간 곳은 로마 바티깐 성 베드로 성당의 지하 묘소에 꽃꽂이를 담당하고 있는 「노래하는 천사」들의 수도회 소속인 아네스 수녀님과 한국의 복자 성당 종지기의 딸 잎 다지양-이 둘이에게 였어요. 물론 꼭 같은 날에 말이지요.

한국과「로마」는 시간이 다르니까 그건 달랐지만 어쨌거나 둘이가 다 꿈속에서 천사를 만난 것은 새벽이었어요.

그리고 둘이는 언젠가 몇 번 편지를 주고받은 일이 있었어요. 어느 수도원의 원장 수녀님의 소개로 사진이랑 편지를 말이지요. 그래 아네스 수녀님은 내년에 선교 2백주년을 맞는 한국에 교황님께서 오실 때 쯤「노래하는 천사들」의 수도회를 설립하여 이곳으로 오고 싶은 생각이 복자 성당의 드높은 종각과 십자가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는 순간 와락 용 솟음 치는걸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쨌거나 둘이의 꿈속에서 둘은 노래는 다음과 같았어요. 먼저 아네스 수녀님부터-

드맑은 샘물이 솟아 나오고

레몬 꽃 피어나며 향기 피우네.

무화과나무 위의 까치집에서

반가움에 겨운 부르짖음들-

달빛 타고 오시었나?

별빛 타고 오시었나?

첫닭이 울기 전에 벌써 와 계시네요.

마리아 아가씨 기도하고 계시는데-

다음 순간 분홍빛 날개를 단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님의 방문 앞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어요. 다음처럼 노래 소리가 들리는 마리아 아가씨의 방문 앞에 말이지요.

온 땅의 모습이 새롭게 되며

정의가 꽃피는 그 성대에

저 달이 다 하도록 평화 넘치리라.

오오 하느님! 오오, 하느님!

어서 빨리 구세주 보내 주셔요.

이윽고 가브리엘 천사와 다음과 같은 인사말이 들려오고 있었어요.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 아가씨, 축하합니다. 멜로디 기도를 하고 계셨군요. 그 축복의 빛이 벌써 이방에 이르렀습니다.』

『…?!…』

『저는 가브리엘 천사…』

『…!!!…』

『이사야에서 예언된 임마누엘(주께서 함께 계시다)의 탄생이 마리아 아가씨의 대답을 기다리고 계세요. 하느님께서 궁금해 하십니다』

따라서 장미 빛 뺨이 되는 마리아 아가씨의 모습이 천사들의 무리 속에 가리워 지면서 다음 노래 소리가 하늘과 땅에서 우렁차게 들려오고 있었어요.

크시 도다 크신 자비, 크신 그 사랑 하늘이 땅 위에로 오시기 위해 천사가 사절로서 파견을 왔네.

아가씨의 그 마음을 알기 위하여 거룩하도다 거룩한 그 믿음

생명을 내걸고 대답을 했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래도 이루어지소서-

이제로부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라.

지금으로부터 모든 세기가

나를 복되다 말하게 되리라.

천사들이 마리아 아가씨의 집을 에워싸는 장면과 함께 그 노래 소리도 차츰 희미해지면서 찬란하디 찬란한 무지개 빛 속으로 베드로 성당이 하늘로 번쩍 들리어져 올라가고 있질 않겠어요. 다음 노래 소리가 차츰 커지면서 말이지요.

수정같이 빛나는 생명수의 강변

열 두가지 열매 맺는 생명나무를

등불로 햇빛도 필요 없는 곳

하느님과 아드님이 모든 것 되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짙 푸르디 짙푸른 겐네사렛 호수가, 고깃배가, 어부들이, 베드로가 나타나고 있었어요. 물론 빨간 옷에 푸른 덧옷을 걸치시고 샌들을 신으신 예수님이 말이지요. 그분의 머리카락은 이로서 택하시는 장면(루까5ㆍ1~11)-.

하늘과 땅에서 어떤 노래가 들려 왔을 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어요.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