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문인들이 엮는 신춘수상 릴레이] 7. 새해 아침의 기도

박송죽ㆍ시인ㆍ부산 괴정본당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2-27 제 134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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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꼬의 기도문을 실천하고파
「사랑」남용하며 위선 못 벗고 살지는 않는지…
한 방 가득 눌러앉은 어둠들이

빛으로 되살아나는

동항 사랑이 선교회에는

한키씩 자라던 어둠의 씻겨

水深깊은 마더 데레사의 숨결이

청남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버림받은 者 예와서 있고

고통속에 슬픈者 예와서 있고

病들어 의지할곳 없는者 예와서

뜨거운 심장 맞부비며 살과피 나눈다.

아-돌아다 보며

나 부끄러워라.

속속들이 비워진

나 부끄러라

잔 마다 채울수 없이

아멘 이라 아뢰인나

진실로 부끄러운 삶 일래라.

-뜨거운 한가운데에 서서-

주여-. 새날이 밝아 오는 아침입니다.

동항 사랑이 선교호를 찾아간 무거운 발길을 멈추고 조용히 당신 앞에 무릎 꿇고 속속들이 곪아서 쓰리고 아픈 죄스런 마음을 고스란히 펼쳐 놓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새 아침입니다.

어쩌면 내 이웃 안에서 사람이라는 낱말을 가장 많이 남용하면서도 정당한 사랑의 값을 치루지 못하는 이 위선의 꺼줄을 벗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이 진실로 부끄러워지는 오늘의 이 눈물은 마치 탕자의 피울음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자비로운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시고 관용과 은총으로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뜨거운 속마음이기에 내 아픔은 더 진하는 듯 하옵니다.

그러나 주님-.

이 아픔이 아픔만으로 머무르지 않는 삶의 거룸이 되어 당신 뜰에 피어나는 하나의 생명의 꽃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당신이 가꾸는 꽃이라면 당신이 가꾸는 형제만큼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하시고 한목숨 다하도록 오직 당신께 찬미와 영광을 돌릴 수 있는 내가 되게 하소서.

그러나 만일 당신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다면 나는 녹이 슬어 못쓰게 되는 연장처럼 당신들에서 시들어 죽어 가는 쓸모없는 잡초에 불가할 것이 옵니다.

그러므로 주여, 오직 당신 안에서 시들지 않는 향기로운 생명의 꽃이게 하시고 가지마다 푸르른 선의로움으로 내이기의 위선을 벗는 내가 되어 이웃 안에서 찬바람을 막아 주는 울타리이게 하소서.

그리고 또한 당신의 수족이 되어 당신 자비에 손길이 떠나지 않는 가운데 새롭게 태여나게 하소서.

내 일찍이 눈을 가졌으되 앞을 볼 줄 몰랐고, 내 일찍이 손을 가졌으되 당신의 쓰임새 있는 도구로서 쓰여지지 못하였고, 내 일찍이 사랑으로 빚어진 당신 모습대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인간의 값은 다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몰골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을 뼈아프게 뉘우치나이다.

그래서 나의 나날은 어둡고, 그래서 나의 방황은 무분별로 당신의 가슴에 대못질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중죄인이 옵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슨 일로 이 순간을 자비와 사랑으로 지켜 주시나이까.

당신이 뿌려 주신 이 생명의 텃밭에 목숨 꽃으로 심겨진 이 귀중한 목숨을 오직 값하여 되물려 드릴 수 있는 내가 되게 이끌어 주소서.

그리고 초근(草根)의 뿌리마다 아려드는 이 아픔만큼, 당신 뜰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 연약 하고 무례한 나의 나날을 책망하여 가늠하게 하여주옵소서.

바람이 붑니다.

살갗마다 도려내는 아픔을 안고 영혼의 피울음이 되어 흐느끼는 내 안에 입고 있는 매찬 바람이 붑니다.

지금 내 영혼은 처소를 잃고 성전 밖에서 선회하는 바람으로 웁니다.

그 처절한 울음을 되 반복하는 내질긴 죄악의 이기를 탓하여 살펴 주소서.

그리고 당신 뜰에 시들지 않는 영원한 꽃으로 내일일 지탱하게 하여주소서.

당신을 떠나서는 한시인들 살 수 없는 목숨이기에 보살펴 모가 닳도록 쓰여 주소서.

그리고 뼈아픈 고통 속에 건강한 삶을 찾을 수 있고, 치욕의 쓰라린 채찍 가운데서도, 당신을 증거 하는 영광의 순교가 되고, 순명하며 불사를 수 있는 내 신앙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하여주소서.

아픈 발자국 징으로 박혀 오는 일상의 나날 속에 충치처럼 아파 오는 이 삶의 반점 위에서 다시는 더럽혀지지 않는 굳은 결심으로 자아(自我)를 확인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가온 새해에는 내 질긴 이기대로 살지 않고 오직 겸손 되어 주님의 뜻에 맞는 내 생활로 찬미와 영광을 돌릴 수 있는 내가 되게 하여 주시고, 성 프란치스꼬의 기도문을 내 생활에 옮겨 실천하게 하여 주소서.

묵은 한해의 어둠을 벗고 새롭게 밝아 오는 새아침, 새롭게 하소서.

박송죽ㆍ시인ㆍ부산 괴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