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억겁의 어둠을 밝히며 - 사진작가 석동일 씨 동굴탐험기] 4. 석화굴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10-10 제 132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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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는 둘도없을 돌 꽃밭”
베르사이유 궁전 천정장식 방불
화려한 꽃송이들이 눈을 현혹케
『지상에서는 물도 없을 돌꽃밭』. 지난 75년 일본의 동굴 연구자 가지마씨는 석화굴의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린 돌꽃밭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메라에 담아간 이 돌꽃으로 그림 엽서를 만들어 순식간에 10만대가 매진 될 만큼 일본에서는 이렇게 센세이셔널 했던 석화지만 정작 우리네는 귀중한 줄은 커녕 천대하고 망가 뜨려 하루하루 죽음의 길을 가고 있다.

석화굴은 강원도 명주군 옥계면 산계리 석병산 중턱에 있다.

강통에서 동쪽으로 해안을 끼고가면 정동진이 나온다. 재너머 금진이 옥계면으로 오는 낙풍천과 주수천 망양천의 세줄기가 가평들을 만들고 있다.

가평들은 넓고 긴 모래 사장이 명사십리에 버금 가는 천혜의 해수욕장. 여기다 뒤켠은 은령의 대관령. 이런위치에 석화굴은 자리 잡고 있다. 개발에 따라 새로운 명승지로 막대한 관광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이 석병산 일대를 집중조사, 30여개의 자연동굴을 발견해 낼 만큼 석병산 전체가 벌집처럼 뚫려있다. 석병산이 동굴 위에 얹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너무 좋은 종류굴이 많다보니 석화굴 정도는 천연기념물 지정은 어림없다는 어느 케이버 (동굴탐험가)의 질투섞에니 푸념처럼 마을사람들은 산 이름을 따라 「옥계굴」 또는 폐허가 된 절터위에 있다고 해서 「절골굴」이라고도 부른다.

길이 1천 4백m, 2층으로 된 굴이다. 입구에서 비스듬히 30여m 내려서면 이 굴의 진귀종인 40평 가량의 점토밭이 정교하게 깔려 있다.

네모나 육모, 거북등과 같은 균열이 어떤 곳은 길이 1m가 넘게 갈라져 있다.

깊이도 30cm이상으로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이 길을 따라 약 3백m들어가면 폭30m, 길이 1백m의 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천정은 대규모 낙반으로 왕통같이 동산을 만들며 그 주위를 두른 화려한 종유 퍼레이드가 나타난다. 광장의 오른쪽 막장 높이 2~3m 천정 60평이 바로 돌 꽃밭이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 천정의 장식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은색의 설화, 활짝핀 목화밭. 방금 봉우리를 터뜨릴 것 같은 매화송이, 꽃술만남은 민들레, 머리 칼보다 가는 갈대꽃에 백장미같은 화려한다. 꽃잎이 한창만 개할때는 이 막장 부근 일대가 짙은 안개로 싸인다는 얘기고 보면 습도 높은 안개가 아라고나이트 (방해석) 즉 들꽃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장의 왼쪽켠은 황금색 종유 폭포가 몸매를 자랑한다.

폭포의 바닥 부근은 인삼의 뿌리마냥 얽히고 설킨 것이 더욱 일품이다.

이 앞에 길이 5m, 폭 한아름이 넘는 대나무 모양의 석순이 버티고 서있다. 광장 입구의 오른쪽에서 경사 60도에 높이 10m의 지하굴이 또 있다.

관당 밑바닥으로 통하는 이길은 개발 전 만해도 자일을 이용해 힘겹게 내려 가던게 쇠사다리를 놓고부터 용이하게 됐다. 그 좋은 종유석이 마구 파괴되고 말았음을 물론이다.

길이 1백m의 지하굴 바닥은 부서진 종유석이 쓰레기처럼 널려있을 정도. 파괴에 갖가지 낙서, 게다가 자가 발전기까지 가설한 조명 시설이 동굴내의 기온을 상승 시켜 부식 시켰다.

몇 년 사이에 지하 천국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9년 6월 한국 동굴 보존협회 배석규 남궁 준씨 등과 함께 이같은 실태를 조사한 후 이 굴을 폐쇄토록 조치 했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 격.

아깝다는 후회보다는 분노가 치미는 곳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