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루르드」성체대회 한국 대표단 성지순례기 - 순례 2만리] 20.「폼페이」「소렌토」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6-27 제 131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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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한 생활 속에 퇴폐 풍조 만연한「폼페이」
AD 79년 화산 폭발로 비극적 최후 맞아
지중해의 맑은 공기 마시며 휴식
베네딕또 성인의 수도 장소 였던 「몬테까시노」대수도원에서 미사를 드린 순례단 일행은「폼페이」페허를 향해 갈길을 서둘렀다.

기원전부터 이미 지중해 연안의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로 찬란한 자체 문화를 발전 시켜 온「폼페이」는 주민들의 생활 또한 유럽 어느 지역보다도 윤택했다.

그 당시 이미「폼페이」는 완벽한 상ㆍ하수도 시설을 갖추었고 마차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가로는 인조석을 깔아 놓았다.

놀라울 정도로 웅장ㆍ정교한 건축물 그리고 그 벽면에 그려놓은 각종 벽화는「폼페이」주민들의 생활상과 그들의 발달된 문화를 엿볼수 있게 한다 특히 펄펄 끓는 용암속에서도 조금도 변색 되지 않은 채 생생히 남아 있는, 벽화를 그릴때사 용한 물감은 현대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생활의 여유를 가진「폼페이」주민들의 생활은 불행히도 점차 무절제해지기 시작, 퇴폐 풍조가 만연되어 그들의 평균 수명이 24세라는 비극을 자초했다. 오늘날「폼페이」페허 건물에 남아있는 벽화들은 거의 남녀간의 정사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 보는 이의 낯을 뜨겁게 하고 있다. 아직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기 전 온갖 부정과 부패 그리고 탐욕으로 가득찼던 이 도시는 드디어 AD 79년 베스비오스 화산의 대폭발로 시가지가 완전히 용암 속에 매몰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최근에 들어 이「폼페이」의 비극은 도시의 페허가 하나 하나 발굴 되면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극의 화산 베스비오스 화산을 부쪽으로 끼고「나풀리」시가 약간 못 미쳐 위치한「폼페이」페허에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매일 같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오고 있다.

풍부한 富가 뒷받침해 주는 가운데 온갖 쾌락 추구에만 여념이 없다가 불의의 화산 폭발로 용암의 불길에 싸여 하루 아침에 시꺼먼 돌덩이로 변해버린「폼페이」주민의 화석은 우리 모든 인간의 참 존재 의의가 무엇 인가를 깊이 생각케 해준다.

원래「나플리」일대는 화산대가 발달된 곳으로서 베스비오스 화산은 AD 79년의 대 폭발 외에도 이 화산이 폭발, 2천5백여명의 인명을 앗아 갔다.

학자들은 이 화산의 주기적인 폭발 가능성을 경고, 1973년에도 대폭발이 있을 것으로 예고했으나 무사히 넘기고 1980년 연말「나플리」일대를 엄습한 강진으로 또 다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고속도로 변에 깔린 검붉은 용암 더미, 그리고 하늘 높이 치솟은 베스비오스 화산은 아직 강진과 화산 폭발의 처절한 체험을 갖지 못한 순례 단원들의 마음을 불안케 했다. 한시 라도 빨리 이 위험스런 (?) 곳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조바심으로 마음이 바빠진다.

「폼페이」페허를 들려본 순례 단원들은 세계적인 명승지「소렌토」로 향해 달렸다.

세계 3대 美港의 하나인「나폴리」항의 절경과 을씨년스런「폼페이」 페허를 뒤로하고 일행이 탄 관광 버스는 아카시아 가로수가 싱그러운 벼랑길을 숨가쁘게 올라간다.

오른쪽에는 천길 단애(斷崖) 아래 지중해의 푸른 물이 날빛으로 반짝이고 크고 작은 선박들이 흰 줄을 그리며 바닷물을 가른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반사 되어 유리 구슬을 뿌려 놓은 듯한 지중해 해변에는 울긋 불긋한 호텔들이 푸른 소 나무와 올리브 나무 숲속에 몸을 숨기고 수줍은듯 지붕만 내밀고 있다.

지중해를 거쳐오는 해풍에 몸을 맡긴채 가슴이 터지도록 맑은 공기를 마셨다. 긴 여정에 겹친 피로가 풀리는것 같다. 자신도 모으게 콧 노래가 나온다「소렌토」언덕에서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며 휴식을 취한 일행은「나폴리」로 향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림 엽서를 1500리라나 불러 1000리라에 선심 쓰듯 선뜻 팔던 뚱뚱보 노점 아줌마도 낯선 이방인들과의 작별이 서운한 듯 눈웃음을 보내준다.

여행에 시달려 짜증스럽던 표정들은 간 곳이 없고 모두의 얼굴엔 생기와 웃음이 넘친다. 아름다운 자연은 사람의 마음마저 이토록 곱게 만드는가.

깜짝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속에서 꿈나라를 헤매는 모두의 표정은 마냥 행복 하게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