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색의 뒤안길 - 세계적 작가와의 산책] 7. 신 없는 인간 비참 묘사한 프랑소와ㆍ모리악

남궁연ㆍ성심여대 불문과 교수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11-25 제 118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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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늘 사랑의 목마름
사랑의 갈증에 허덕이는 영혼의 편력 그려
본능에서 기독교적 덕성으로의 변신지향
「프랑소와ㆍ모리악」은「끌로델」「베르나노스」「쥴리앙ㆍ그린」과함께 20세기의 프랑스가톨릭작가로서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섬세한 심리분석과 수려한 문체, 그리고 그 작품 세계가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와 종교적인 깊이 등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문제를 던져주는 작가라 할 수 있다.

1922년「문둥병자에게 보내는 키스」를 발표하여 문단에서 인정을 받게 된 모리악은 1925년「사랑의 사막」으로 小說大賞을 받았으며 그 후「테레즈ㆍ데케루」「독사떼」「검은 천사」등 수많은 문제작을 내어 결국 1933년에는「프랑스」翰林院 회원으로 선출되고 1952년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그는 어두운 죄악의 세계를 즐겨 다루며 하느님이 없는 세계의 비참함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흔히 모리악을 일컬어 「인간의 비참함을 노래한 詩人」또는「罪를 그린 소설가」라고 한다. 「사랑의 사막」에서는 情欲의 세계를、「독사의 도사림」에서는 탐욕의 세계를, 「테레즈ㆍ데케루」에서는 살인미수범죄 등 인간정열이 빚는 여러 가지 형태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제는 언제나 단한가지 사랑의 목마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사막、이것은 나의 全作品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작가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모리악의 작품은 한결같이 채워질 수 없는 사랑의 목마름에 허덕이는 영혼들의 편력을 그린다.

인물들은 흔히 전통적인 가정의 위선과 이기주의에 찬 숨막히는 환경 속에 살며 가슴속깊이 간직한사람의 갈증을 채우지 못하여 죄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테레즈는 결혼첫날부터 너무나 타산적이고 위선에 차있는 남편에게 실망한다.

재산과 가문만이 중요한 남편이나 시집식구들과 마음의 소통이 전연 없는 테레즈는 영원한 고독에 처단된 몸이다.

이러한 테레즈는 자신도 뚜렷한 동기를 의식하지 못하면서 남편이 복용하는 비상 분량을 늘여 남편의 독살을 기도한다. 위조한 약처방지가 발각되어 독살미수혐의를 받게 된 테레즈.

『나 테레즈는 이해관계가 게제 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단 몇 분 간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 순간을 위해 생명을 내 던질텐데!』

이러한 테레즈의 외침이 충족되지 않기에 테레즈는 반 무의식적으로 범죄 속에 빠져들어간 것이다.

또한「사랑의 사막」에 나오는 레이몽ㆍ쿠레주의 방탕한 생활도 소년시절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낳은 결과다. 사랑받지 못하는 고독하고 소심한 소년이었던 레이몽은 자기에게 쏠린 젊은 여인의 시선을 받아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첫 삽질이 앞으로 하나의 동상을 완성하는 데쓰일 한줌의 흙을 낳듯이 마리아ㆍ크로스의 첫 시선이 지저분한 고등학교학생을 새 인간으로 탄생시켰다』

그러나 마리아ㆍ크로스라는 여인은 레이몽의 친구아버지의 情婦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레이몽은 난폭하게 그 여인을 정복하려 한다. 소년의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사랑하던 이 여인은 냉혹하게 그를 물리친다

여기서 받은 상처로 끝끝내 향수어린 恨을 품은 레이몽은 이 여자 저 여자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게된다

테레즈의 범죄、레이몽의 방탕은 결국사랑의 갈증을 채워주는 참된 대상을 찾지 못하기에 어뚱한데 쏟는 정열의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리악은「길을 잘못들은 갈망」이 죄라고 하였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맑은 물을 축일수 없을 때 毒이든 우물물이라도 찾듯이「방황하는 갈망」인 인간은 대상을 잘못 찾아 죄에 떨어지게 된다.

「독사떼」에서 가족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에 차있던 루이 할아버지가 부인이 죽자 갑자가 자기 속의 증오심이 사라지며 재산에 대한 집착도 없어지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나는 언제나 나의 갈망의 대상을 잘못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는 것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바로 모리악의 인간관이다. 그에게 있어 인간은「갈망의 샘」이다. 우리의 무한한 정열、소진할 줄 모르는 정열이 바로이것을 증명해준다. 「사랑의 사막」의 끝부분에서 칠순이 넘도록 사랑의 고통을 간직한 아버지의 숨은 정열을 발견한 레이몽이 자신도 꺼질 줄 모르는 정열이 불타는 갈망의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레이몽은 자신 속에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광적인 정열을 느낀다.

죽을 때까지 얼마든지 다른 마리아ㆍ크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열을 … 』

이 아버지와 아들은 그들 속 깊숙한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뜨거운 照數를 끌어갈 수 있는 그 누군가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갈망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뿐이리라.

갈망은 태초에 솟아날 때 땅에서 갓 솟아난 맑은 물처럼 순수한 것 이었건만 향해 흐를 때 빛을 잃고 혼탁해진다. 모리악의 죄인들은 바로 이렇게 길 잃은 영혼들의 방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한가지 특징은 죄의 상태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떨어진 심연의 깊이를 느끼며 자신의비참함을 느끼는 죄인들이다.

죄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불안과 공허를 느낀다는 것은 이미 죄 아닌 다른 상태를 향해 마음의문을 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모리악은 그의 주인공들이 어느 누구보다 하느님가까이 있는 인물이라고 공언한다. 『악에 떨어진 인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선택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네들의 타락의 깊이는 그네들의 타락의 깊이는 그네들의 聖德으로 향할 수 있는召命의크기를헤아리게한다』「검은 천사들」에 나오는 이 귀절은『인간의 악덕은 그것이 아무리 추악하다 해도 무한을 그리는 취향을 증거 한다. 그것은 흔히 길을 잃은 취향이다』라고 한 보들레르의 귀절과 통하는 것이다.

모리악의목소리는 한마디로 사람의 목마름을 채우려는 영혼들의 불안과 고통의 절규라 하겠다. 그는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인간에 불안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그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약력=1885년 프랑스서쪽의 都市「보르도」에서 출생, 1903년 보르도대학 문학부에 입학. 13년 소설로서의 첫 작품「사슬에 얽힌 아이」출판. 22년 출세작「문둥이에의 키스」출판으로 호평을 받은 후 가톨릭작가로서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작품계속 발표.

▲작품=고독한자에게 보내는 키스(남궁연역ㆍ성 바오로 출판사) 사랑의 사막ㆍ테레즈 데케이루ㆍ독사떼(정기수역ㆍ을유문화사) 화염의 강ㆍ나환자에의 接문 (손석린 역ㆍ서문당)終夜(최현역ㆍ민교사)화염의 강ㆍ의사네 집에서의 테레즈(홍승오역ㆍ정한출판사)바리사이 여인(안응렬 역ㆍ삼성출판사)

남궁연ㆍ성심여대 불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