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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뒤안길 - 세계적 작가와의 산책] 5. 『죄 와 은총』문제 제기한「그레이엄 그리인」- 상

구상ㆍ시인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11-11 제 117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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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전투장에서만 신발견 가능
역사ㆍ실존의식에서 현대인의 문제 광범하게 다뤄
여민의 무아적 발휘통해 신과 일치
그레이엄 그리인은 우리 나라에서도 비교적 일찍부터 그와 작품이 번역도되고 또영화(제3의 사나이, 사랑의 종말-愛終)도 들어와서 꽤널리 알려진작가다

물론 이것은 그의 가톨릭작가로서의 면목이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전세계작가들중에서 역사의식이 있어서나 실존의식에 있어서나 그만큼 현대인의 문제의식을 심각하고 광범하게 다루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과 또하나는 그가「스릴」과「트릭」을 교모히 사용하여 현대인의 구미에맞게 작품을쓰는 그 기교의 능란함이 어느나라고 많은 독자를 획득하는 요소라하겠다

그리인은 올해 일흔다섯, 아직도 모국인 영국에 건재하며 1925년 처녀작「內部의 사나이」로 등장하여 줄곧 허다한 소설을 써왔고 지난해에도「末期患者」를 발표할 정도로 이제껏 건필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을 보이는데 그 스스로가 주제중심의 본격소설(NOVEL)과 흥미치중의 오락소설(ONTERTAINMENT)를 나누는데 어느것이건 그의 소설에는 그 테마구성에 한「패턴」이있다. 즉 쫓고쫓기고 되돌아서 거꾸로 쫓고하는것으로서 이것을 우리인간의 사회현실로만이 아니라 인간의 心魂의 영위에다가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러한 그의 작품의 분류나 그의 작품연보를 늘어놓을 성질이 아니고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한 문학일반적인 고찰이 아니라 그의 작품 속에 담겨있고 나타나 있는 크리스찬적 테마가 특히가톨릭적 의식내용을 살피는 것이기때문에 모든것은 생략하고 저러한 문제의식이 농후할뿐만 아니라 그의 대표작이기도한「권력과 영광(1940)」「사건의 핵심(1948)」「사랑의 종말(1951)」의 요약에서 그의 종교적 작가로서의 면목을 미흡하나마 엿보기로 하자.

먼저「권력과영광」의줄거리를 소개하면 赤色혁명이 일어난 멕시코 어느 州에 신부들은 모두 도망을 치고 오직 별명이 위스키요, 파계를 해서 어린애까지 낳은 파락호 호세 신부만이 홀로 남아서 이리저리 숨어다니며 신자들에게 비밀리에 성사를 준다.

이러한 사실을 탐지한 혁명당국은 그를 맹렬히 추적하게되는데 이리쫓기고 저리쫓기다가 마침내 州경계선밖으로 간신히 벗어난 호세 신부는 그에게 붙은 현상금을 노려 그를 따라다니는 혼혈아로부터 어떤 은행을 턴 미국인 깽하나가 총에 맞아죽어가면서 신부를 찾는다는 말에 함정이 있음을 알면서도 되돌아가서 그 깽에게 고백성사를 주려다가 마침내 체포되어 총살을 당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 그리인이 제시하고있는것은 인간의 二重본성、즉 선과 악을 함께 지니고있는 인간으로서 인간은 착한사람이 따로 있거나 악인이 따로있는것이 아니요、오직 삶을 통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相反의 兩極속에서 헤매고 허위적대며 있는데 여기에다 자유가 주어지고 있으니 더욱 비극이라는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선악의 비극적 전투장에서만 하느님을 비로소 발견할수가 있고 성실한 인간일수록 그 전투는 더치열하고 그 고통도 거기에 비례한다고 그는 말하고있는것이다. 그리고 인간성실의 발로란 바로 煩憫데 이 인정의 無我的 발휘야말로 하느님과의 일치를 가능케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음「사건의 핵심」의 줄거리는 서부아프리카 어느 바닷가 소읍의 경찰서부서장인 주인공 스코비는 그의 부인 루이즈가 轉地요양을 떠난사이 조난선에서 젊은애인 헬렌을 구출해낸다 그리고 죽어가는 그녀를 소생시키고 새로운 삶을 도우려는 연민과 선의가 마침내 그고독한 여인과 情事에까지 나아가게한다. 그러나 부인이 돌아오자 선량한 그는 차마 그녀를 배반할수도 없이 그녀를 속이기 위하여 모령성체까지 감행하는 한편 그의 새 연인인 헬렌을 버리는 잔인도 그에게는 없어 마침내 자살로써 자기의 영원한 멸망을 택한다는 이야기다.

(계속)

구상ㆍ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