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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심는다 - 일선 전교사의 체험기] 83. 잊지 못하는 어린날의 아픔/김 이사벨라 수녀 20

김 이사벨라 수녀ㆍ마리아회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09-02 제 116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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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해야할 6학년생-인생의 아픔 배워 
어떤 역경도 견딜 수 있게 신앙심 길러줘야 
『지현아、 말해봐.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현이 마음이 아프면 내 마음도 아파요.』항상 명랑하고 티 없이 밝기만 하던 지현이가 웬지 기분이 좋지 않더니 모두가 잠든 밤에도 자지 않고 창가에 기댄 채 울음을 터트리는게 아닌가.『엄마!』『그래、어서 말해 보래두』

창으로 쏟아지는 희뿌여한 달빛에 흠뻑 젖은 지현이 외모습이 더욱 애처롭다『오늘 체육마라톤 시간 이었어요. 한 중간쯤 뛰는데 어떤 가정 앞에 개 한마리가 서 있었는데 까만 눈도 、알록달록한 털도 옛날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와 똑 같았어요. 난 개의 뒤를 따라 갔어요.개는 막 뛰었어요. 나도 뛰었어요. 얼마 후 개는 어느 집 대문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전 헤매다 5시가 넘어서 들어 왔어요』

『그래、지현인 그토록 개를 좋아 했었구나』그러나 내 마음에 충격을 준 것은 그다음의 이야기였다.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저의 돌아가신 엄마께선 제가 좋아했던 강아지를 생일선물로 사주셨어요. 그 강아지는 귀엽게 잘 자라고 내말도 곧 잘 알아 들었어요. 그런데 비가 막 쏟아지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니 글쎄 엄마께선 저의 이름을 부르시더니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날도 아빠께선 술집에서 오시지 않았는데 이튿날 밤 아빠는 엄마의 시체를 이상한 통에 넣어 낭떠러지에 던져 버리는 거였어요.

그 후 아빠도 어딘가 가버리고 말았어요. 날이 밝자 난 그 낭떠러지에 가보았으나 커다란 땅차가 그곳을 밀고 있었고 엄마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며칠 후 동생도 죽어버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개마저 아빠 외상 술값이라며 술집 아줌마가 개장국 집으로 끌고 갔어요.』지현이의 이야기를 듣던 난 한동안 말을 잃었다.

어린 가슴의 그 엄청난 상처들은 어루만져 주십시오 라고 마음속 끊임없이 빌었을 뿐...

그러나 지현이를 달래야했다.『지현아 정말 장하다. 넌 용감하게도 그 아픔을 잘 참아 견디었다. 그래 앞으로도 참고 이기는거다. 잃은것이 많은 것만 생각지 말고 잃은 만큼 또 얻을것을 기뻐하며 감사 해야 하는거야. 무엇보다 넌 하느님을 알았고 너희들의 장래를 위해 영ㆍ육의건강을 지켜보시며 애쓰시는 아버지 신부님이 계시고 또 너의 항상 가까운 친구인 수녀님들이 계시지않니? 슬퍼하지마! 외로와 하지만마! 너는 벌써 6학년、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엄마、알고 있어요、전 지금 행복해요. 외롭지 않아요. 슬퍼하지 않겠어요. 미안해요』베시시 웃으며 눈물을 닦던 지현이도 잠들었건만、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린 저들에게 신앙을 심어 주는것도 중하지만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신앙을 보존할 수 있도록 강한 신앙심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책임 때문일까?

김 이사벨라 수녀ㆍ마리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