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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와 있나? - 해외 교포 사목 시찰기] 7.

박정일 주교ㆍ제주교구장ㆍ한국 주교회의 해외교포 사목부담당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07-15 제 116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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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지역에 신부들편중、 심한불균형
해외파견신부는 교포사목부서 직접 교섭、교구장은 무조건 동의
교회전체의 관심이 문제해결의 관건
이상 독일과 남미 교포사목을 간단히 비교해보았는데、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 해외교포사목이 심한 불균형과 불합리속에 빠져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 절실한 필요성이 있는 곳에는 신부파견을 못 하고 있고 비교적 사정이 좋은 곳에는 보다 많은 신부를 파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는 이란과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도 수만의 교포가 진출하고 있는데 우린 그들을 거의 외면하고 있는 상태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해외교포사목 취지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사목자 차출문제이다. 국내에서도 부족한 신부를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교구가 적다. 또는 내놓기가 나가서 사목의 어려움을 감수하려는 열의 있는 신부님도 드물다. 지금가지 두고두고 어려움을 겪어온 해외 파견신부의 차출을 위하여 지난해 가을 주교총회에서는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즉 교포사목을 위하여 해외에 파견될 사제는 해외교포 사목담당 주교인 내가 개인접촉을 통해 선발하고 본 교구 주교님은 그것을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르헨틴에 파견할 신부님을 한분 찾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노파심에서 덧붙여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해외에 파견할 사제의 자질에 관한 문제인데 그런 사제는 그야말로 여러모로 선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교포 사목자체가 특수사목으로서 어려움이 많은 사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특히 어학문제가 있고 건강 문제도 있다. 대개는 자동차 운전이라도 할 줄 알아야한다. 동료사제들을 떠나서 혼자서 살아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보통으로 누구의 감시도 벗어난 상태에서 살게 되기 때문에 개인 영성생활에 있어서 철저한 사람이어야 한다. 해외에 파견되는 사제는 어떻게 보면 한국사제단의 얼굴이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입장에 놓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여행도중 풍문에라도 어떤 한국성직자의 안 좋은 소문을 들을 때는 매우 마음 아팠다.

해외 교포사목은 사제만의 독점물은 아니다. 수녀나 평신도들도、그 여건은 다를지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현재 이웃 일본(복자회)과 미국(부산 분도회) 및 브라질(대구분도회)에 수녀들이 4군데 분원을 설치하고 교포사목에 종사하고 있다. 교포사회 안에서의 수녀님들의 활동이 아주 값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직접 일본서 목격하였다. 앞으로 보다 많은 수녀들과 평신도사도들이 교포사목을 위하여 해외에 파견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③요망사항

마지막으로 해외교포사목 담당주교로서 몇 가지 요망사항을 이야기하고 이 시찰기를 마칠까한다.

첫째로 이 사찰기를 읽는 모든이가 해외교포사목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원조를 해주기 바란다. 이 관심이 바로 전교에 대한 관심이요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성경책과 교리책 가톨릭시보 학부를 교포들에게 보내 줌으로써 모국 교회와 교포교회 사이에는 따뜻한 다리가 놓여질 수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보면 교포신자들은 잊지 않고 모국교회를 돕는다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모국교회는 그런 면에서 너무 냉정했던 것 같다.

둘째로 바라고 싶은 것은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께서 교포사목을 좀 더 중요시하며 자진해서 교포사목에 나선다든가 신부파견을 허락해 주시라는 것이다.

셋째로는 해외에 계셔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이나 교포교회 회장님 그리고 평신도누구든지 해외교포 사목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자주연락을 주시라는 것이다. 우리 교포 사목부는 아직 제도화되어있지를 못하다.

사무실도 없고 사무원도 없다. 그러나 보다 긴밀한 연락과 유대가 강화되어야 앞으로 교포사목도 조직화 되고 발전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한 가지 예만 들더라도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 어느 정도의 우리 신자들이 나가있는지 그들한테서 직접연락이 없으면 나로서는 그곳 사정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교포신자들의 모임도 있다고 한다.

하기야 해외교포사목부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주소는 더욱 모를 것이니 무리도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앞으로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연락을 나에게 직접 하든지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로 해주기를 바란다.

위에 말한 바와 같은 긴밀한 연락과 유대는 본국의 교포사목부와 뿐 아니라 교포들이 살고 있는 그 나라 안에서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북미연 북미내의 모든 사목자와 교포들끼리 독일인이면 독일 내에서 서로 긴밀한 연락을 가질 때에 그 지역 내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쉽게 해결되는 길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전 세계적으로 한국 교포사목이 쉽게 조직화되고 제도화되어서 많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집트에서 타향살이 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특별히 돌보시고 보호하신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오늘 전 세계 여러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을 특별히 돌보시고 풍부한 은총으로 도와주시기를 기원하면서 이번 구라파지역 해외교포사목 시찰기를 맺는다. (끝)

박정일 주교ㆍ제주교구장ㆍ한국 주교회의 해외교포 사목부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