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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교회를 아십니까?] 27 본보 통해 보는 한국 교회 그때 그 모습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1-04-13 수정일 2011-04-13 발행일 1997-03-09 제 204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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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2월 25일자 고마운 미국 가톨릭의 온정
『미국 가톨릭에서 지난 11월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미국 주교단 주최하에 전국적으로 개최되었던 1953년도 감사의료운동은 과거 6개년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는 바 이 구호 물품들은 NCWC(국제가톨릭복지협의회) 전재구제부를 통해 그 제1회의 적하가 한국으로 향발하여 1월 28일 부산에 도착되고 동 31일에 입항식을 거행하였다』

윗글은 1954년 2월 25일자 가톨릭시보 제1면 하단을 장식한 기사의 첫머리 부분이다. 기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이날 오전 11시 부산 부두에서 교회 측으로 NCWC 한국 지부장 조지캐롤(안) 주교와 서울교구 노 주교를 비롯한 다수 성직자들과 한국 정부 측으로 경남지사 및 관계자 그리고 유엔군 대표들이 참석하고 해군악대 및 유엔 군악대의 주악리에 입항, 및 인도식이 거행되었던 것이다』

더 이상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 기사는 미국 가톨릭교회 구호 물자의 한국 도착을 알리는 낭보 중의 낭보였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척박한 땅에 유엔 특히 미국이 중심이 된 구호 물자의 행렬은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이 땅과 국민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기사는 당시 도착된 동 구호 물자는 48개 화차로 전국에 할당하여 각지로 이송되고 있으며 그 물량은 2백30만 파운드, 가격으로는 4백5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물경 39억 원, 지금 따져보아도 이 수치는 엄청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전후 수 년간 미국 가톨릭교회가 한국에 보내준 구호 물자는 총 1천6백70만 파운드이며 1백31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가톨릭시보는 전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대통령 임석하 분여식을 거행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로 다음 아래 칸의 가톨릭시보 보도가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 임석하 분여식 거행」이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는 당시 미국의 교우들이 보내준 온정의 구호품을 나누는 식이 서울 명동교회에서 거행됐다는 소식을 2단의 사진 기사와 더불어 게재하고 있다. 기사는 그해 2월 10일 이 대통령 부처를 비롯해 노 대주교 캐롤 안 주교가 임석한 가운데 윤을수 신부의 사회로 미국의 구호 물자가 9개 단체에 고루 나누어 전달됐다는「감격스런」내용을 전했다.

바로 옆자리에 박스 기사로 처리된 이 대통령의 감사 말씀은 당시 전재로 인한 한국민의 고통과 시련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가를 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가톨릭교회가 보내온 구호 물자가 한국으로서는 얼마나 엄청난 고마움이었는지를 웅변해 주고 있다.

드러내 놓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엄청난 양의 구호 물자로「기사회생」의 계기를 삼았고 오늘의 발판을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물론 구호 물자로 인한 부작용과 미국과의 현실적인 마찰문제는 접어두고) 따라서 당시의 기사를 돌이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그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과 우리의 사랑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와 있고 실제적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는 가운데 끝까지 겸소하게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보다 아름답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아갈 때만이 그 나눔, 그 사랑은 진정 값진 것으로 우리의 이웃에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자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