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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백과] 34 자연은 미적 교육의 근본/정여주

정여주(리오바)·교육학 박사
입력일 2011-04-13 수정일 2011-04-13 발행일 1997-03-02 제 204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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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연수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1백 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그들이 사는 도시에서 아름답다고 느껴진 곳에 대해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있은 후에 한 회원만이『목포의 유달산 공원에서 보는 일몰이 기가 막힌다』라고 하였다.

작년 8월 초에 전주에 연꽃을 보러 갔다. 도시 한가운데 끝이 보이지 않게 피어 있는 연꽃을 보고 그 품위 있는 향기를 맡으며 전주시민 전체가 여유 있고 멋이 있으리라 믿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아름다운 곳은 어디인가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동네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도시가 미적인 표정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름다움을 발견할 여유가 없거나 미적 인식이 부족한 것일까?

도시인은 별 의식없이 사각의 형태 속에 갇혀 지낸다. 방 문, 대문, 엘리베이트 문, 아파트, 높은 건물 사이마다 난 큰 길 등 모두가 사각이다.

둥글다, 둥그스럼하다 라는 형태와 말을 우리는 잊어가고 있다.

해가 뜨고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는 자연에는 얼마나 다양한 조화로운 형태가 있는가. 우리는 능소화가 피어 있던 골목길도 잊어가고 있고 어린이들은 골목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계절마다 시에서 관리하는 획일적인 거리의 장식용 꽃들을 보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아름다움에 민감할 수 있는 미적 인식이 성장하기 어렵다.

Lowenfeld는 미적 인식은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지각 과정이며 개인과 조화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이라고 하였다.

도시는 능동적인 지각을 할 수 있는 자연의 조화로움과 다양함을 매몰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편리라는 이름으로 자위하며 손님처럼 산다. 둔감해지고 수동화되는 우리의 정신을 깨워야 한다.

미적 인식에 민감하다는 것은 지적, 정서적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도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그곳 시민들이 깨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들에게 음악, 미술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흙 냄새를 맡고 새 소리를 들으며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적 교육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를 높이고 늘이기보다 공유할 아름다운 산책로와 공원 조성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여주(리오바)·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