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8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2-23 제 204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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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고려…적절한 활용”

◆학교에서의 미디어 교육(주요 프로그램들) - 김기태 교수<서강대 방송아카데미 교수부장>

⑴「미디어 일기 쓰기」…고전적 방법이지만 효과 커

⑵ 매체의 내용 비평, 감시를 위한 모니터 활동도

⑶「감상문 쓰기」…초기 단계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

⑷ 영상 제작 직접 참여…본질 이해, 활용 능력 향상

⑸ 신문 등 미디어 제작사 방문, 생산 구조ㆍ실태 파악

학교에서는 각기 처해진 형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들을 실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담임을 맡고 있거나 특별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직접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활용 가능한 구체적 프로그램 필요

첫째, 학생들을 대상으로「미디어 일기 쓰기」를 실시해 볼 수 있다.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이젠 고전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디어 일기 쓰기를 통한 미디어 교육은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교육에서 미디어 접촉 습관 등 자세한 접촉 실태를 스스로 또는 친구 및 교사와 함께 정확히 살펴보는 일은 필수적인 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각종 매체를 접촉하는 양적 실태를 비롯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수용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능동적인 매체 접촉 습관을 기르기 위한 문제점 및 특성 파악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유형의 미디어 교육이 실시되든 미디어 일기 쓰기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특정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채택될 수도 있겠고 단일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상황과 특성에 맞게 교육 실시

둘째, 매체의 내용(기사나 프로그램)을 비평해 보는 것도 좋은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순수 프로그램 비평 뿐 아니라 대중매체 감시를 위한 모니터 활동도 미디어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채택해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교육은 각 국가나 지역 또는 학교마다의 현실적 상황과 특성에 맞게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의 대중매체 환경하에서는 이러한 매체 비평을 통한 미디어 교육 실시가 여전히 유용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통한 미디어 교육을 이러한 매체 비평 프로그램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디어 비평을 통한 미디어 교육은 한국의 경우 그동안 학교보다는 일반 사회 교육기관에서 주로 실시해온 바 있는데 학교 미디어 교육에서도 상황에 따라 채택, 활용할 경우 유용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비평 프로그램을 미디어 교육에 활용할 경우에는 비평 방법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검토를 통해 신뢰성 있는 비평이 이루어지도록 다각적인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매체 감상문 쓰기 활동이다.

이는 매체 또는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또는 미디어 교육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이해가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대중매체 접촉 경험을 자유로운 감상문 쓰기를 통해 정리해 보도록 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교생 대상의 공모전으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며 제한된 대상을 중심으로 한 문제 제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영상제작 과정으로 직접 매체 생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올바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영상제작 과정 중 카메라 조작과 간단한 편집 기술을 습득, 실제 제작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미디어 문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놓고 그룹별로 토론의 자료로 삼음으로써 실제적인 미디어 교육 효과를 높이게 될 것이다. 영상제작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미디어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데도 좋을 것이다.

▲학교 미디어 시설 감안 제작사 방문…현실적 방안

끝으로 신문, 방송, 영화, 출판잡지, 광고등 제반 미디어 제작사를 직접 방문해 매체 생산의 구조와 현실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교실에서의 설명이나 토론만 가지고는 현실감 있는 미디어 교육이 어렵다는 점과 현재 한국 학교의 미디어 시설 실태를 감안할 때 제작사 방문은 매우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이때 거대 방송사나 신문사뿐 아니라 소규모의 지역 신문사나 지역 방송사 또는 케이블 방송사를 방문해 보다 피부에 닿는 문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위의 프로그램들은 학교마다의 형편을 고려해 응용하는 등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현장 사람들 - 분도 시청각과 임 세바스찬 신부

완벽한 영상미·인간 심성 고양

"종교영화도 세련미 갖춰야"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 증가일로

『대중문화로서의 영화, 오락적 기능에 치중한 상업적 영화에 대한 반동으로 오히려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높은 예술성과 인간 심성을 고양하는 가치관이 물씬 배어 있는 예술영화들을 소개해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눈길을 모으고 있는「성 베네딕도 시청각 종교교육연구회」(이하 분도시청각) 임 세바스찬 신부.

「안드레이 류블로프」,「솔라리스」,「단스」,「길」,「나무를 심은 사람」등은 그가 국내에 소개한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특히 깊은 철학과 심오한 종교성, 완벽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들을 처음으로 소개함으로써 그는 국내 영화인들이 영화를 보는 눈을 한참 높여 주었다.

한국명 임인덕, 1966년 7월 한국에 건너와 30여 년간 경북 왜관의 성 베네딕도 수도원과 서울 장충동 분도출판사 사이를 오가며 예술영화를 소개하는 데 힘써 왔다. 영화에 대한 그의 식견과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혜지(慧智)는 이제 언론이나, 평론가들에게도 정평이 나 있다.

『전에는 영화 목록을 들고 신문사마다 찾아 다녀도 시큰둥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오늘은 어떤 좋은 영화를 갖고 오셨습니까」하고 관심을 보입니다. 그것이 발전이라면 발전이지요』

일반 상업영화를 다루는 제작사나 흥행업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영세하기 짝이 없는 분도시청각이지만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 면면을 볼 때 이미 나름대로 상당한 권위를 구축하고 있다.

분도시청각의 역사는 임 세바스찬 신부와 함께 한다. 1966년 그가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한국 교회 안에는 시청각 교육 자료가 전무했다. 1968년부터 조금씩 자료를 수집해 슬라이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84년은 분도시청각의 원년이다. 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제작한 교황 비디오를 국내에 소개했고 1992년 분도시청각을 문화부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1993년부터 비디오 제작을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외국 작품의 번역과 더빙이었다. 분도시청각의 영화와 비디오는 대개 스토리를 지닌 일반 예술영화와 길어야 한 시간을 넘지 않는 짤막한 다큐멘터리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매년 대여섯 편을 번역, 소개해 지금까지 30편에서 40편 정도를 소개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자유, 사랑, 인간과 같은 고귀한 가치를 전달하는 예술성 높은 영화들이지만 특별히 가톨릭의 종교적 교의를 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 중에는 사회와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겨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철저한 진보적 신앙을 담은 작품도 있다.

특별히 임 세바스찬 신부는 종교적, 교훈적이거나 예술적이라고 해서 현대 첨단 기술과 세련미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귀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일수록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높은 완성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영화를 대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흔히 영화는 오락이고 재창조(recreation)을 위한 긴장의 이완이다. 하지만 임 신부는『어떤 영화는 책을 읽듯이 되풀이해서 정독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 신부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시작됐다. 한국에 오기 2년 전인 1964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몰래 영화 강좌를 듣기도 하고 영화 전공 학생들과 그룹을 지어 나름대로 전문적인 안목을 키웠다. 한국에 와서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영화를 관람했다. 그 덕분에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더 자세하게 꿰고 있다.

임 세바스찬 신부는 영화가 인간성을 고양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때문에『가톨릭교회가 영화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