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6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2-02 제 203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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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에게는 경험의 세계 넓혀줘야”
매체 속 가상 현실과 현실세계 혼돈 우려 
경험 통해 현실 바로 알게 해주는 것 필요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 - 김기태 교수<서강대 방송아카데미 교수부장>

가정은 미디어 교육의 일차적인 장인 셈이다.

대중매체와의 접촉이 가장 직접적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가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성가정」을 이루려는 많은 신자들의 의지와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 중 대중매체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이 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그들의 매체 접촉 습관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은 모든 수용자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중심으로 올바른 매체 수용 수칙을 만들어 활용하는 게 좋다.

물론 가정에서 실시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위한 실천 수칙은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가정에나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각 가정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할 경우 기본적인 원칙과 그 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실천 과제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은 가족들의 매체접촉 습관 관찰로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를 막론하고 스스로의 매체접촉 습관을 관찰하는 일 자체가 이미 미디어 교육의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자신들이「미디어의 숲 속」에 깊숙히 빠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대중매체가 그려주는 세상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자신들이 어떤 삶의 모형을 배우고 있는지 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실제 삶보다는 매체적 삶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매체접촉 습관 관찰과정에는 각종 매체 접촉량을 살피는 것과 어떤 종류의 매체에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 등을 관찰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예컨대 방송, 신문, 컴퓨터 등 각종 매체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인데 하루에 TV를 얼마나 시청하고 있는지를 비롯하여 신문 및 도서 잡지 구독량, 비디오, 케이블 TV 시청량 등을 관찰하여 문제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할 일이 많은 데도 지나치게 TV나 비디오 시청에 매달리는 식구는 없는지, 주로 교양이나 시사물보다는 오락 프로그램 시청과 같은 편식 시청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이런 관찰 및 문제점 추출과정에서 이미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구체적으로는 매체 접촉량과 습관을 고치려는 의지와 세부적인 실천 수칙을 스스로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일 TV 시청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적당한 하루 TV 시청량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기지 않도록 노력한다거나 편식시청 습관을 고치기 위해 신문에 게재된 편성표를 보고 미리 시청 예정 프로그램을 표시해 놓는 방법 등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 실천을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대화와 합의를 기초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가족회의 등을 통해 미디어 교육에 대한 기본 의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접촉량 외에 여러 가지 매체접촉 행태 등도 관찰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TV 시청의 경우 한 번 TV를 켜면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매달리는 「몰입 시청」,아무 때나 계획없이 수상기를 켜는「무계획 시청」,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TV 시청에 할애하는「과다 시청」,TV만 켜면 가족간 대화가 중단되는「개별 시청」, 그리고 잘못된 자세로 TV 시청을 하는 버릇이 있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역시 발견된 문제점들은 해당 식구의 연령이나 생활 습관을 고려하여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매체접촉 습관 관찰에 이어 매체접촉 습관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실제 경험의 세계를 넓혀주는 게 좋다. TV 등 매체 속의 현실은 실제 세계가 아니고 가상 현실이거나 만들어진 현실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통한 현실 인식의 기회를 확대시키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올바른 매체 활용 즉, 창조적 활용을 위해서도 매체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과정은 필요하다.

아울러 집안에서는 우선 모든 일에 규칙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함으로써 절제 있는 매체 접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해진 TV 시청 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집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히 아버지의 협조가 중요하다.

일주일 중 하루쯤 TV를 끄고 가족과 함께 대화를 하거나 외식, 산책을 하는 날을 정해 놓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아무튼 가정은 미디어 교육 실천의 기본이 되는 장소이다. 따라서 올바른 매체 활용을 위한 미디어 교육의 실천을 통해 가정이 평안하고 화목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현장 사람들 - 시청자 시민운동 펼치는 YMCA와 이승정 부장 “시민 참여 없이는 불가”

『TV는 바보상자(?)』

오늘날과 같이 영상매체의 위력이 명백하게 입증되기 이전에는 한 때 TV가 바보상자라고 일컬어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며 도외시하거나 그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고 있다.

서너 개의 공중파에 그치지 않고 케이블 TV, 위성방송, 비디오 테이프, PC통신 등 오늘날 TV에 버금가는 영상매체들이 범람하고 있고 그런 매체들의 잠재력은 충분히 놀라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TV나 비디오 등 시청각 매체의 상업성과 자본주의적 논리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함으로써 영상매체로의 맹목적인 함몰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시청자 권리를 시민권으로 인식

서울 YMCA「시청자 시민운동본부」와 일명「건비연」으로 불리는「건전한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영상매체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를 시민권으로 인식시키고 시민운동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청자 주권운동을 꾸리고 지금까지 조직과 연구, 운영을 해온 그 핵심에는 거의 대부분 현재 YMCA 청소년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승정(세실리아)씨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지난 77년부터 YMCA에 몸 담아 주로 청소년 사업 계통을 담당해온 이승정씨는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중매체라는 데에 착안해 당시로서는 시민운동의 한 분야로 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없었던 TV 감시운동을 시작했다.

그것이 곧 1985년부터 본격화된 시청자 시민운동이다. 운동본부는 TV 프로그램 감시, 미디어 교육, 시청자 옴부즈만,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 방송환경과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여론화 및 압력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좋은 방송을 시청자가 누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워 왔다.

이들의 활동이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몇 가지 구체적인 현안들을 통해 불거지면서부터이다. 그 중 하나가 93년 MBC의 뽀뽀뽀 평일 방송 되찾기 연대활동이다.

다른 하나가 역시 93년에 극도의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방송 저질화에 대한 전 시민적 저항운동의 하나로 벌어진「TV 끄기운동」이다. 그 해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2주간 동안 이루어진 이 운동은 수많은 사회단체와 시민들이 호응,「시청자 주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었다. 이후 3개 방송사는 이 같은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에 대한 자정 선언을 발표했고 옴부즈만 프로그램들이 신설됐다.

『어느 매체이든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이 반드시 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시민들의 권리는 침해되는 것이고 저항이 시작됩니다』

▲앞으로는 미디어 교육에 비중

89년 YMCA는 또 하나의 영상문화인 비디오문화에 대한 시민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비디오의 폭력, 선정성과 특히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건전한 비디오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뜻을 가진 시민들이 이러한 취지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직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것인 건전 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들의 모임 즉「건비연」이다.

감시를 위한 시민모임으로 시작한 건비연은 이후 영화 만들기,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통해 활동했고 특히 시기별로「좋은 비디오」를 선정, 추천했으며 비디오숍 주인들의 모임을 구성, 지역 안에서 비디오 문화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승정 부장은 대안은「시민들의 참여」뿐 이라고 강조한다.『의식의 전환이 가장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미디어 교육 쪽에 크게 비중을 둘 계획입니다. 계층에 맞는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청자의 참여를 확대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