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새 천년 새 희망] 통신원이 전하는 해외교회 대희년 - 로마

로마=이재학 신부
입력일 2010-11-16 수정일 2010-11-16 발행일 1999-11-28 제 217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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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건축물 때벗기기’ 희년 출발의 신호
편리한 순례위해 5만명 자원봉사단 구성
성 베드로 대성당의 희년 문. 실제 이름은 「거룩한 문」, 즉 성문(聖門, Porta Sancta)이라고 불린다. 12월 24일 성탄 자정 미사 때 교황 요한 바오로 3세가 이 문을 열면서 대희년이 시작된다.
2천년 대희년은 전세계 교회가 모두 함께 경축하는 기쁨과 은총의 해다. 로마와 이스라엘 등 성지에서는 물론이고 각 지역교회 모두가 대희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간을 맞아 내적, 외적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가톨릭신문은 해외 통신원들을 통해 전세계의 생생한 대희년 경축의 현장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각 대륙별로 엄선된 통신원들이 대륙별, 국가별 경축 계획과 현지 분위기를 전해줄 것이다. 이번 주에는 그 첫번째 소식으로 로마에서 이재학 신부(안동교구)가 현지 소식을 전한다. 이신부는 현재 로마의 안젤리꿈에서 신학박사 학위 중이다.

어느 신문 편집자가 『로마의 거리 거리와 돌 한 조각 조각에는 역사와 시간이 배어있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 로마가 요즘 들어 온통 술렁거리고 있다. 거리는 온통 로마식 돌길을 보수하면서 파헤쳐져 있고, 몇 해 전부터 시작된 로마의 거의 모든 성당과 건축물의 때벗기기 작업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아마도 몇 백년이 된 검은 때가 벗겨지고 하얀 대리석의 본래 모양을 되찾으면서 로마 전체는 희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베드로 대성당과 라떼란 대성당은 외부 청소는 끝이 났고 이제 몇 가지 내부 보수 공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삼천년기를 맞이하는 세계의 각 도시들이 술렁거리고 있지만, 특별히 로마는 구세주 탄생 2000년을 지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포한 희년을 준비하면서 더욱 뜻깊은 이 세기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바티칸 광장에서 이탈리아의 청소년들과 교황님이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티칸 광장과 그 앞길인 「화해의 길(Via della Conciliazione)」에 가득했고, 물론 그로인한 교통체증 때문에 평소에 10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거리를 거의 3,40분이 걸리게 되었다. 항상 바티칸을 종점으로 하는 그 유명한 64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필자는 재미있는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2명의 이태리 중년신사와 한명의 조금 젊어보이는 이태리 아가씨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는데 아가씨의 주장은 교황님이 여기 로마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성토였고, 두 중년신사는 교황님을 모시고 있는 우리 이태리 사람들이 얼마나 영광스러우며, 그 영광을 위하여 주어지는 조그마한 불편은 충분히 희생으로 참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희년을 맞이하는 로마의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상 이 천년고도인 로마는 로마시대 때 만들어진 도로들이 아직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로마가 작은 차, 즉 경차로 유명한 까닭은 로마시대 때의 작은 도로, 골목길을 다니기에 그런 차들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요즘 로마의 거리 거리는 온통 도로작업과 건물 보수 작업으로 분주하기 짝이 없다. 곳곳마다 교통 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원래부터 시끄러운 도시가 기계소음으로 더 정신이 없어 보인다. 로마시와 바티칸에서는 대희년 준비작업으로 거대한 규모의 주차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 위치는 바로 선교국가의 신부, 수도자, 신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우르바노 대학의 운동장 밑이다. 지하 7층 규모의 대형 주차장이 거의 완공되고 있는데, 공정 중에 아마도 네로 황제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프레스코 벽화가 발굴되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또한 예년에 비해서 이제 비수기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도 여전히 관광객과 순례객은 거리에 가득하다. 새로운 천년기를 주님의 탄생 2000년을 지내면서 대희년을 선포한 로마에서 맞이 하고자 사람들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0년 대희년 중앙 협의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 삼천년기」라는 대희년에 관한 사도적 서한을 발표하고 며칠 후인 1994년 11월 15일 「2000년 대희년 중앙 협의회」를 구성하셨다. 이 협의회는 8개(교회일치, 종교간의 대화, 전례, 새 순교자, 신학/역사, 사목/선교, 문화/예술, 사회)의 부서와 3개(매스 미디어, 로마, 예루살렘)의 위원회로 되어 있으며 총 2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교황님의 사도적 서한, 『제 삼천년기』에 의거하여 보편교회와 각각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희년 준비지원하며, 대표적인 두 장소인 로마와 예루살렘을 긴밀하게 연결하며, 거기서 이루어지는 각종 행사와 또 그에 따른 순례객들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 특별히 로마 위원회는 로마를 대희년 기간 동안 하나의 선교의 도시라는 인식하에 대부분이 평신도 선교사로 구성된 1만5000명이 각 본당과 가정, 각개각층의 사람들 안에서 영성적인 증언자로서의 영감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희년의 방향

2천년 대희년 중앙 협의회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서한 「삼천년기」의 정신에 따라 대희년의 의미와 그에 따른 중점적인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이번 대희년은 단순한 세기의 마지막으로서가 아니라 한 천년대를 마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1997년 성자의 해, 1998년 성령의 해, 1999년 성부의 해로 정하여 이러한 우리 신앙의 역사적인 의의에 대하여 묵상하고 있다.

둘째로 역사 안에서 갈라진 다른 그리스도교 형제들과의 만남과 일치라는 차원에서 대희년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루터교와의 의화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동방교회와 성공회 등 갈라진 형제 교회와의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셋째로 이번 희년은 세계의 위대한 종교들과의 대화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제 삼천년기의 시초에 있어서 다른 종교들간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교황청 종교간의 대화 위원회에서 주최하여 세계 주요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과 심포지엄이 열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수성 전 국무총리, 성균관장과 불교계 등 여러 인사들이 이 대회에 참석한 바 있다.

넷째로 희년은 그 성서적인 정신에 따라 사회적 경제적인 불평들과 억압을 해소하기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편중된 부의 국제적 차원에서의 나눔, 인간 평등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부채 삭감이나 탕감 등에 따른 교황청의 권고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다섯째로 희년은 교회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는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정신이 교회 안에서나 사회 안에서나 증언자의 삶을 사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또한 개인적인 삶 안에서 신앙의 증거자가 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순례를 위한 준비 항상

2천년 대희년 중앙 협의회는 또한 더욱 뜻 깊은 순례를 제공하기 위하여 몇 가지 기구를 구성하고 있다. 대희년 행사 참가조직, 숙박, 교통 동신 및 각종 문화 종교행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 환영 서비스(SAC, Servizio Accoglienza Centrale), 순례의 영성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봉사, 각 순례장소에서 좀더 편리한 순례를 위한 기술적인 봉사와 의료봉사, 각종 문화재와 환경 보존을 위한 봉사를 위해 연 인원 5만명 가량으로 구성될 자원 봉사단, 대희년 행사의 종교적 의미와 올바른 영성적인 묵상을 돕고 대희년의 준비상황과 진행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통신문서국, 그리고 이외에도 순례자들에게 더욱 간편한 교통, 통신, 숙식 시설 및 각종 행사 예약을 위한 순례자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실상 2000년 한 해 동안 로마시내에서는 어떤 시내 관광 버스도 허가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정보를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www.jubil2000.org)도 열고 있다.

약 89명의 사제와 30여명의 수도자와 신학생으로 구성된 재로마 한인 사제단에서도 희년을 맞이하면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던 상설 고해소를 개설하기로 결의 하였다. 로마의 시내 중앙에 있는 라보나 광장 옆에 잇는 성 아네스 성당을 잠정적으로 정하여 한국 순례객들이 더욱 뜻깊은 순례를 할 수 있도록 한국어 고해성사 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사제단에서는 아울러 대희년의 화해와 평등의 정신에 따라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북한 선교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족 화애와 일치위원회에서 제공되는 통일을 위한 묵주를 사제단 전체에 제공한 바 있다.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 전경.

로마=이재학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