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데스크칼럼]내 인생의 오아시스/마승열 편집팀장

마승열 편집팀장
입력일 2010-08-17 수정일 2010-08-17 발행일 2010-08-22 제 271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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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가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과 사진으로 접하며 묘한 매력을 느꼈다.

사막의 광풍에도,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늘 푸름과 생수를 공급하는 나그네의 안식처라 믿어서다.

오늘 아침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를 보며 문득 ‘오아시스’란 말이 떠올랐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준 반가운 이 비가 오아시스와 닮은꼴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막 길은 인생의 긴 여정에 비유할 수 있다. 바다에는 갈매기 같은 벗과 등대가 있어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고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다. 탈진하면 신기루(蜃氣樓)가 보여 헤매기도 하지만 오아시스는 사막의 축복이다. 먼 길을 가는 사람은 오아시스에서 잠시 휴식과 물을 보충한다. ‘삶과 죽음’의 대비되는 말처럼 ‘사막의 오아시스’란 말은 ‘절망과 희망’, ‘꿈과 좌절’, ‘지옥과 천국’을 의미하는 듯하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물질적으론 풍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린 어떠한가.

여전히 이기적이고, 여전히 탐욕적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용서하질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보다 치열한 경쟁이 우리 삶의 중심에 서 있다.

사는 게 이렇듯 각박하다. 마치 메마른 광야에서 고난을 당하면서도 자신들의 육신에 얽매였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첫 서울대학교 졸업생인 정훈기 씨.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 육체적 고통을 극복한 이 청년의 삶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외친 그의 내공(?)에 전율을 느낀다.

인생길은 한 길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각자의 길이 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절망이라고 했다. 어떤 경우든 절망하지 않으면 길이 있다는 의미다. 비록 그 길이 가시밭길이고, 광야라 할지라도 걷다보면 오아시스도 나오고, 옥토도 발견할 수 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사막을 건너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 사막을 넘어 젖과 꿀이 흐르는 주님의 땅에 이르는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양들을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해 주신다. 그분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영혼과 육신에 필요한 모든 양식을 배부르게 먹을 것이며, 자기 짐을 주님께 내려놓고 안식을 얻는다.

주님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지치고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말씀의 꿀과 성령의 생수를 마시게 하여, 그 영혼들이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끄신다. 험난한 광야에서 바른 길로 인도해주실 주님이 함께하시기에 우린 두렵지 않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시편 23편 1~4)

오아시스는 쉬는 곳이다. 몸이 쉬고 생각이 쉬고 마음이 쉬는 곳. 모쪼록 힘들고 지친 우리를 한줄기 생명의 샘인 오아시스로 이끄실 주님께 더 의탁하며 감사하자.

마승열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