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묵주 하나만 쥐고 떠났다. 주인이 떠난 빈자리엔 손때 묻은 물건 몇몇만 남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아 서울대교구는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유품전을 열고 있다. 5월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선 140여 점의 유품이 공개됐다.
먼발치에서만 보던 추기경. 제의 외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물건을 사용할까? 내심 품었던 궁금증을 한번에 풀 수 있는 자리다.
김 추기경의 체취가 가득한 일기장과 각종 원고, 성경책.
침대 옆에 걸려있던 성 스테파노의 기도 그림이며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김 추기경의 의자 옆자리를 항상 차지하고 있던 작은 토기 인형까지. 공개된 물건들은 하나같이 김 추기경이 직접 사용해 손때 묻은 것들이다.
절두산순교성지 주임 변우찬 신부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내심 비싼 만년필 하나라도 있길 바랐지만, 되레 구멍 뚫린 양말만 찾았을 정도로 너무나 가진 게 없는 평범한 분이었다”며 “이번 전시회는 평소 가까이 하기 어려웠던 김 추기경님의 면모를 누구나 편안히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