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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기획-사제의 사제] 7.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하)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9-12-21 수정일 2009-12-21 발행일 2009-12-27 제 267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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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에서 ‘평화’ 전도한 사제
콜베 신부는 인간이 만든 지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엄격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영적 훈화·고해성사 등을 통해 사제직을 실천해 나갔다.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콜베 신부는 엄격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 영적 훈화, 상담 등을 통해 지옥에 평화를 심는데 전력했다. 인간이 만든 가장 잔학한 장소에서 사제직 실현을 위해 땀 흘린 것이다. 그는 미움을 사랑으로, 모욕을 용서로, 저주는 기도로 바꾸어 나갔다. 비록 사제로서의 행동이 때론 발각되어 심한 고문을 받기까지 했지만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그는 복음 선포 그 자체였다. 콜베 신부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콜베 신부는 소년 시절, 예사롭지 않은 신비체험을 했다. 어느 날 성모님이 두 개의 상자를 들고 그에게 나타나셨다. 하나는 흰색 상자였고, 다른 하나는 붉은 색 상자였다. 성모님은 다정스럽게 콜베를 바라보며 어느 것을 원하시는지 물으셨다. 콜베가 두 상자가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자 성모님은 흰색의 상자는 순결을 뜻하고, 붉은색은 순교를 뜻한다고 하셨다. 설명을 들은 콜베는 둘 다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모님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사라지셨다.

콜베 신부의 일생은 성모님과 함께한 삶이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시복식 강론을 통해 콜베 신부를 “마리아의 신비를 이해하고 공경하며 찬미했던 위대한 성인들과 긴 안목을 지닌 성인들의 반열에 계신 분”으로 선언했다. 콜베 신부는 특히 원죄 없으신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남달랐다.

“원죄 없으신 성모.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이상입니다. 우리가 성모께로 나아가 성모를 닮은 자가 되며 온전히 제한 없이 성모의 소유물이 되는 것, 또 성모께서 우리의 마음과 전 존재를 지배하시고 우리 안에 계셔서 우리를 통하여 사시고 일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의 이상입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를 알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정의(定義)나 구별, 의논 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보다는 겸손한 기도와 일상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사랑의 체험이 더 중요합니다. 이 체험을 통해 원죄 없으신 성모를 보다 더 잘 알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합시다.”

이 같은 열정은 ‘성모의 기사회’운동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이 운동은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라는 잡지를 통해 세상에 퍼져 나갔다. 콜베 성인이 설립한 성모의 기사회는 1918년 교황 베네딕토 15세로부터 인준되었으며, 1926년 비오 11세는 이 기사회에 특정한 권한과 대사를 허락했고, 1927년 4월 24일엔 전 세계에 이 신심 단체의 지부 설립을 허락했다. 우리나라에도 1976년 5월 20일 대구대교구장으로부터 교구 내에 지부 설립 승인을 받은 것으로 시작하여 인천교구(1982. 2. 16), 마산 교구(1986. 9. 3), 서울대교구(1986. 12. 12), 부산교구(1986. 12. 20), 대전교구(1986. 12. 30), 전주교구(1987. 1. 14) 등 여러 곳에서 지부 설립을 승인 받아 현재 수만 명의 회원들이 모임을 가지며 활동하고 있다.

이 운동의 중심은 ‘성모를 통하여 성모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모 기사회 회원들은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나라의 발전을 위해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자신을 완전히 봉헌하고 날마다 봉헌을 새로이 하면서 봉헌 기도를 바친다. 그리고 기사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가지고 생활에 임한다. 모두 콜베 성인의 모범과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콜베 신부는 모든 것을 성모님 안에서 이해했고, 성모님의 전구에 전적으로 의탁했다. 콜베 신부에게 있어서 성모님은 구원사 안에서 주님의 종으로서 구원 사업의 협력자로서 성모님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이해하며 그에 맞는 존경과 예우를 드린다. 그분은 인간이 예수께 나아가기 위하여 통해야 할 전구자이시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시도록 해주시는 협력자이시다.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막시밀리아노 성인께 고통당하기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기쁨을 가르쳐주셨습니까? 그분은 다름 아닌 성인께서 모든 것을 의탁하신 우리의 성모님이십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을 성모님께 의탁하면,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기쁨을 우리에게도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의 기도

원죄 없으신 잉태여, 죄에 물듦이 없으신 시초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는 시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무(無)에서 직접 비롯된 천사도 아니며, 땅의 흙으로 빚어진 아담도 아니고, 아담에서 비롯된 하와도 아닙니다. 또한 당신은 육화하신 하느님의 말씀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잉태되신 하느님의 말씀인 성자는 영원으로부터 존재하신 분이지만, 당신은 시작이기보다는 오히려 잉태된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와의 자녀들도 수태 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저들에게도 잉태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나 당신의 잉태되심은 그들과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원죄에 물든 잉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원죄 없으신 잉태입니다.

원죄 없음은 피조물로서는 최고의 완전함이며,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피조물 가운데서 가장 하느님과 닮으신 분임을 뜻합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목적은 조금씩 조금씩 창조주와 닮은 자로 성장하여 끊임없이 보다 완전하게 하느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 덕망 높은 사람 그리고 성인들을 보고 배웁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누구나 불완전할 뿐입니다. 오직 그분, 곧 원죄 없으신 성모만이 그 탄생의 순간부터 어떠한 죄도 아시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연히 본받아야 할 분, 우리가 당연히 곁에 모셔야 할 분은 원죄 없으신 성모십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