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당신이 희망입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샛별지역아동센터 공부방

권선형 기자
입력일 2009-11-18 수정일 2009-11-18 발행일 2009-11-22 제 267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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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천사 보듬는 사랑·나눔의 보금자리
“주변에 조금만 관심 가져보세요 아직도 굶는 아이들 많습니다 다만 티를 내지 않는 것뿐이죠”
공부방 아이들이 이은주 선생의 지도 아래 공부하고 있다. 이곳에 모이는 아이들은 집에 가도 반겨줄 부모가 없는 결손가정 자녀들이다.
샛별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선생님과 아이들. 성탄절이 다가오지만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없어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이제는 제 친자식이나 다름없게 됐네요.”

한 어머니가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현관을 수시로 내다보며 서성였다.

“쿵쿵쿵…안녕하세요. 재석(가명)이 왔어요.”

학교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박재석(가명·노원초등학교 3학년)군이 송영숙(실비아·샛별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센터장) 센터장에게 인사하며 환하게 웃었다.

11월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샛별지역아동센터 공부방. 학교를 마친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방에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귀가하거나 학원으로 향하지만 집에 가도 반겨줄 부모가 없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송 센터장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은 공부방밖에 없어 의정부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낸지 15년. 송 센터장은 먹는 것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공부방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도 가정에서 받아보지 못한 따뜻한 사랑에 친어머니같이 따랐다.

“어디보자.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오늘 간식은 떡볶이야. 손부터 씻고 먹자꾸나.” “우아. 맛있겠다.” 배고팠던지 재석이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집이 어렵다 보니 영양실조로 고생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더 잘 먹고 환하게 웃어야할 아이들인데….” 송 센터장이 간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자 이제 공부할 시간이네. 간식 다 먹었으면 들어가 공부해야지.” “조금만 더 놀고 공부하면 안돼요. 한참 재밌었는데….” “공부 다 하고 놀자.” 또래 아이들과 한참을 어울려 놀던 아이들이 송 센터장을 졸라보지만 공부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공부할 과목은 영어. 10여 명의 아이들이 한 방에 모여 이은주(루치아) 선생님이 나눠주는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이 선생님은 “개인별로 다 봐주면 힘들 때도 있지만 실력이 날로 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30여 분이 지났을까. 아이들 몇몇이 몸을 꼬아가며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민수(가명)야 공부해야지.” 민수가 선생님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누워 버리고 말았다. “싫어요. 정말 하기 싫어요.” “그러지 말고 선생님하고 공부하자. 응.” “그냥 오늘은 내버려두면 안돼요. 공부해도 달라지는게 없잖아요.”

문 밖에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송 센터장의 가슴은 미어진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에요. 사춘기가 시작되면 말도 안 듣고 정말 힘들어지죠.” 그는 “아이들의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을 대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일이죠.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를 쌓아 놓다가 공부방에 와서 분출하기도 해요.” 그는 “이곳에서라도 마음속 깊이 감춰뒀던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며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이고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경식(가명)이 어머니는 정신병을 앓고 있고 아버지와 누나는 장애인입니다.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품을 모아 팔지만 워낙 가난해 머리 감는 샴푸도 없고 머리도 혼자 자르고 있는 아이입니다.”

“민식(가명)이 어머니는 정신병을 앓고 있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어요. 아이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곤합니다.”

“아직도 이런 아이들이 있냐고요.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세요. 아직도 굶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티를 내지 않는 것뿐이죠.”

그는 요즘 걱정거리 하나가 늘었다. 성탄절이 다가오지만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없다. 지난해에는 인근 복지관의 신부님이 성탄절 선물을 마련해줬지만 올해가 걱정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위로해 보지만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근심이 더 깊어진다.

“아이들이 어찌나 기뻐하던지 너무 뿌듯했습니다. 저희 공부방은 노원구로부터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에요. 올해에도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산타로 희망을 전해주세요.”

※후원문의 02-932-5048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샛별지역아동센터

■ ‘I am your 산타’ 캠페인

급식·교육비 여의치 않아 성탄 선물은 엄두도 못내

연말이 다가오면서 공부방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성탄절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은 산타의 선물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평소에도 아이들의 급식비, 교육비 등이 여의치 않은 많은 공부방들은 성탄선물을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대다수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6년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토론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수 21~31명인 공부방의 경우 월 600만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2009년 정부 확정예산은 242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이사장 김운회 주교)가 ‘I am your 산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성탄절을 선물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자원개발부 송용근 팀장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회에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은 아동복지시설, 청소년 복지 시설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돕고 있는 백혈병, 희귀 난치병 환아들을 위한 성탄절 행사에 후원될 예정이다.

※후원문의 02-727-2257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자원개발팀

후원계좌 1005-101-087283 우리은행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 교회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빈곤 아동·청소년 갈수록 증가

‘대리 보호자’ 역할 더욱 막중

‘전국가톨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소속 공부방은 100여 개 정도다. 가톨릭공부방들은 실무진과 자원교사들과 부모님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대다수 자원교사들이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일반 학원과는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봉사적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공부방에서는 아동,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방과 후의 시간을 보내면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간식과 급식을 제공하여 건강한 생활과 함께 가정에서 결핍된 생활지도로 보호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공부방은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의 정서 및 사회성 발달을 돕고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동 청소년에게 부모를 대신하는 대리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의 탈선을 막는 예방 차원 안에 학교생활에서 소외감을 갖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학업성취를 도와주는 역할과 문화교육활동으로 자신감과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고 계기를 마련해주는 곳 또한 공부방이다.

지역아동정보센터의 2008년 자료에 의하면 공부방은 2810개소 이상으로 추정되며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7년 보건복지백서에는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빈곤율의 경우 1996년 절대 빈곤율과 상대 빈곤율이 각각 3.6%, 3.7%였으나, 2000년 각각 7.4%, 6.3% 증가했으며, 2004년 각각 9.9%,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아동·청소년이 증가했다는 것은 이들의 방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해 공부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권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