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103위 시성 25주년 기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강론 요지

입력일 2009-09-23 수정일 2009-09-23 발행일 2009-09-27 제 2666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순교자 본받아 거룩한 삶 살아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는 한국 순교성인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이렇게 장엄한 행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행사를 준비해주신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여러 단체들, 교형자매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우리나라에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시길 빕니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생명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무수한 순교자들의 은덕으로 무한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 땅에 순교자들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순교자들의 위대한 모범을 본받아 이 땅에 빛과 소금을 전달해주는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간청합시다.

25년 전, 1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수의 신자들이 103위 시성식에 참여했습니다. 100만 명의 신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치러낸 후 휴지조각 하나 없이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러한 모범을 보고 가톨릭 신자 수는 늘어나 현재 500만을 넘어섰습니다.

당시 주교단은 많은 교우들과 교황님을 모시고 시성식을 경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으므로 매우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교우들은 이 여의도광장을 꽉 채웠고 하루 종일 그 상태가 계속 됐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잘 진행될 수 있었던 은총도 체험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입니다.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했고 박해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신앙을 계속 받아들였습니다. 수없는 박해에도 불구하고 순교자들은 계속해서 이 땅을 거룩한 피로 물들였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신자’라는 표시만 나도 서로 자신의 가족처럼 굶지 않도록, 헐벗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대로의 사랑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거룩하게 살기 위해, 참다운 신앙생활을 다짐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순교자처럼 진리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뿐 아니라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것처럼 하루하루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모범을 따라 걷는 생활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