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구청 사람들] 군종교구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9-06-30 수정일 2009-06-30 발행일 2009-07-05 제 265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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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선교국’신설, 군종사제 지원에 매진
한 해 세례 받는 인원 2만여 명
주님 찾는 장병 위해 동분서주
직원 한명 한명이 멀티플레이어
사무처장 겸 관리국장 박기석 신부와 군종교구청 직원들.
올해 약관을 맞이한 군종교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 중이다.

연간 2만여 명의 영세자를 배출하고 있는 교구는 명실상부 한국교회 내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자리 잡았다. 교구가 성장해 오는데 있어서 교구 안팎의 관심과 도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교구 군종후원회는 영적·물적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군종교구의 사령부라 할 수 있는 교구청은 군종사제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왔다.

100명이 넘는 군종사제들이 전국의 각 군인성당에서 국군장병들에게 때로는 아버지로서, 때로는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사제들의 ‘빽’이 되어 주고 있는 군종교구청이 이번 ‘교구청 사람들’의 주인공이다.

본격적으로 교구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 교구청에 대한 의문 하나. 서울대교구청은 서울, 광주대교구청은 광주, 대구대교구청은 대구에 있다. 그렇다면 전국 군부대가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군종교구청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서울. 주교좌성당인 국군중앙 성당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교구청이 서울에 있는 이유는 모든 ‘군종교구청’은 수도에 위치하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군종교구이기에 군과 관련된 업무도 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다.

군인과 민간인, 종교와 군의 중간지대쯤 되는 군종교구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군종사제의 든든한 동반자

군종교구는 일반교구와는 다른 사목환경을 가지고 있다. 신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사제들이 직접 찾아간다. 하루에 차로 150㎞ 이상 이동하는 것도 불사한다.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별칭도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교구청에서도 군종사제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병선교국’을 신설했다. 군종교구에서만 볼 수 있는 병선교국은 군에 입대한 신학생들을 관리, 지원하던 ‘성소국’을 확장한 부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주님을 만나고자 성당을 찾아오는 젊은 장병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군복음화 25%를 향하고 있는 교구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부서이기도 하다. 특히 병선교국이 담당하고 있는 군선교단은 교리교사가 부족한 교구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올 9월에는 군선교학교를 마련해 교리교사들에게 청년심리와 군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을 펼칠 예정이다.

군종교구청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업무가 또 있다. 세례대장 정리가 그것. 한 해 2만여 명이 세례를 받기 때문에 세례대장 정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다. 제대한 이들이 세례대장을 찾는 경우도 많아 꼭 필요한 업무다.

교구 행정사무 전반과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와 관리국도 일반교구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를 한다. 특히 사무처는 각 군의 정보와 의견을 수합해 교구장 이기헌 주교에게 전달하고 군과 일반교구와 연대해 군종사제 충원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또한 홈페이지를 개통하면서 전산실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작은 교구 중에는 이례적으로 통합양업시스템을 운영해 군 세례자들의 정보가 그들이 속한 교구와 본당에 빠짐없이 전달 되도록 하고 있다. 홍보국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이전에는 교구 최대의 행사인 군인주일과 관련된 업무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보다 내실을 갖추기 위해 주보편집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국은 교구 내 청소년들에게 복사캠프와 청소년 캠프 등을 마련하고 사목국은 군종사제와 수도자, 군인신자와 가족들을 위한 영성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논산 연무대성당과 공군교육사 성당 건축추진위원회를 마련해 장병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무처장 겸 관리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석 신부는 “군종사제들은 사제로서, 군인으로서의 이중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있다”며 “교구청은 그런 사제들이 현장에서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후원회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정신으로 일당백

1처5국1실로 운영되는 군종교구는 타교구와 비교해 작은 규모다. 게다가 교구청에 상주하는 전담신부는 사무처장 겸 관리국장뿐이다. 다른 부서들은 현역 군종사제들이 담당하고 있다 보니 본당 업무와 교구청 업무를 겸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교구청 사제들과 직원들은 군인정신으로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국장회의를 열고 있지만 전국에 퍼져있는 신부들이 본당과 교구청 업무를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제들은 쉬는 날도 반납하고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직원 한 명이 두 부서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 군종교구 성장의 힘이다.

교육국 업무를 맡고 있는 이 유니게 수녀는 “작은 교구다 보니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가족같이 일을 할 수 있어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에 입사한 유해문(블라시오·64)씨도 역시 “직장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람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병선교국이 마련한 군신학생 피정에 참가한 신학생들이 성가를 부르고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