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399 성사 각론 -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 - 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들 - 성품성사/이순성 신부

이순성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09-06-25 수정일 2009-06-25 발행일 1998-09-20 제 212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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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섬김」「봉사」제자들이 이어받아
‘마지못해서’ 가 아닌 자진해서 공동체 모범돼야
성품성사의 영성은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 안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분은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죽음까지도 내어주는『섬김』과『봉사』에 있다고 밝히셨고(마르 10,45: 마태 20, 28) 또 실제로 그대로 사셨으며 그렇게 죽으셨다.

그런데 그분은 당신 자신만 그렇게 살으시고 죽으신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사도 공동체를 형성하시고 그들을 특별히 가르치셨으며 여러가지 경우들을 통해서 그들로 하여금 당신이 가르치신 바를 직접 시행할 기회를 주셨다.(마르 6, 6-13: 마태 10, 1-14: 루가 9, 1-6참조) 그들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여 모든 이들을 스승이신 당신의 제자로 만들고(마태 28, 19: 마르 16, 16), 죄를 용서하며(요한 20,21-23) 빵을 나누고(루가 22,19: 1고린 11, 24) 풀어주고 매며 권위적으로 다스리고 분별하며 지도해 나갈 수 있는(마태 16, 19: 18,18참조) 사명을 그분으로부터 위임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승이신 주님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음까지도 받아들이는『섬김』혹은『봉사』를 자신들의 몫으로 했다. 성품성사는 이런 식으로 사도들에게 전수되었고 사도들은 바로 그러한 성품성사의 영성대로 공동체와 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즉 사도들은 교회의 기둥으로서(갈라2, 9) 그리스도께서 자신들에게 맡기신 사명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2디모 4, 2) 열심히 선포하고 자신들의 사명을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안수하며(사도6, 2-6: 1디모 4, 14: 2디모1, 6) 병자들에게 기름을 바르고 (야고5, 14-15) 죄의 용서예식과(요한 20, 21-23) 세례식(사도2, 41) 그리고 빵의 나눔예식(루가 22, 19: 사도20, 7)을 성사로서 수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성품성사는 그 후 사도들을 중심으로 한 교회공동체 안에서 항구하게 전수되어 나갔다.

사도들은 유다 이스카리옷을 대신할 열두번째 사도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전수하는 맨 처음의 성품성사를 시행했다.(사도1, 15-26) 그리고 다시 12사도단이 형성된 후 교회 공동체가 더욱 성장해 나감에 따라 교회 공동체는 사도들을 중심으로, 그들과 특수한 관계를 갖는 또 다른 협력자들을 선발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일곱 보조자들(부제들)의 선발 예식도 또한 성품성사였다.(사도6, 1-6참조)

사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성품성사를 통해서 역할과 책임상 사도들의 직무를 계승한 원로라고 하는 하나의 지도체제(지도자로 불린 경우-히브13, 7. 17.24: 복음 전파자, 목자, 교사로 불린 경우-에페4,14: 원로(장로)또는 감독(주교)으로 불린 경우-사도14, 23: 20, 17. 18: 야고 5, 14: 1베드 5, 5: 2요한1, 1: 3요한1, 1: 1디모 4, 14: 디도1, 5-7 등)가 교회 공동체 안에 자리잡게 되고 이 원로단이 지방 공동체와 세상을 위해 섬기고 봉사했다. 그들은 주님 예수 그리스도처럼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것, 이익을 탐해서가 아니라 성의대로,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자진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범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1베드5, 2-3) 이러한 면이 바로 성품성사를 통해서 체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영성인 것이고 또 실제로 그 영성은 여지껏 교회 공동체의 전통으로 전수되고 있다.

성품성사를 통해서 체험하며 살아가게 되는 영성에 대해서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성품은 그리스도께서 오로지 당신께로부터 나올 수 있는 『거룩한 권한』을 당신 교회를 통해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성령의 선물을 주는데(교리서1538조 참조)성령의 은총이 내려지는 방식은 주교가 서품받는 이의 머리에 안수하고, 서품받는 그 직무에 적합한 성령의 은혜를 내려주시도록 하느님께 청원하는 고유의 축성기도를 바침으로써이다.(교리서1573조) 그러나 주교와 신부의 경우에는 도유예식이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직무를 풍요롭게 하는 성령의 특별한 도유의 표징이다.(교리서1574조)

성품성사에 고유한 성령의 은총은 사제이시며 스승이요 목자이신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이 되는 은총이며, 성품을 받은 사람은 그분의 대리자가 되는데 (1585조) 그러한 직무에 걸맞게 주교가 되는 사람에게는 먼저 「굳셈」 은총으로 주어진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베푸는 사랑과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빈민들을 위한 특별한 사랑으로 자기가 맡은 교회를 아버지와 목자로서 힘과 슬기로 지도하고 보호할 굳셈의 은총이다. 이 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양떼의 모범이 되도록 주교를 이끌며, 성체 안에서 사제이시고 희생제물이신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양떼에 앞장서 성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고, 양들을 위해 주저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한다.(교리서1586조)

이순성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