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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따라 신앙따라] 전통 찻집 전주 ‘루갈다원’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05-19 수정일 2009-05-19 발행일 2009-05-24 제 264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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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차 향에 피로가 싹~
‘루갈다원’은 녹차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찻값이 5000원 안팎이며 차와 함께 간단한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다.
예로부터 ‘가장 한국적인 맛과 멋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주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한정식과 비빔밥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경기전과 전주향교, 전주사고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전주에서는 함부로 소리하지 말라”는 금언이 있을 정도로 전주는 판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교회사적 측면에서도 전주는 윤지충, 권상연, 유항검 등 많은 순교자를 냈고, 천호성지와 숲정이, 치명자산 등 수많은 성지가 자리하는 등 ‘한국천주교 순교 1번지’로 꼽힌다.

그러나 전주를 지금도 전통의 도시로 느끼게 하는 가장 큰 힘은 ‘한옥마을’이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과 교동 일대에 들어선 한옥마을에는 800여 채의 고풍스런 한옥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전통 찻집 ‘루갈다원’(대표 정영옥 루갈다)은 한옥마을 입구의 ‘전주최씨’ 종대(宗垈) 옆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팔각형 모양의 ‘樓渴茶’란 입간판이 눈에 띈다. 이집 안주인 정영옥씨의 세례명인 ‘루갈다’를 한자음에 맞춰 표기했단다. 대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느낌의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몸을 파고드는 맑고 그윽한 차향이 매연에 찌든 코를 시원스레 씻어준다. 대청마루 한켠에 올라앉아 통유리에서 들어오는 봄볕을 쬐고 있자니 망중한이 따로 없다.

정씨는 20여 년 전 ‘다도’(茶道)와 첫 인연을 맺었다. 평소 차(茶)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느 사찰에서 만난 스님으로부터 차 재배하는 법에서부터 가꾸는 법, 제조과정, 은은하게 차를 우려내는 방법 등을 차례로 익혔다. 루갈다원은 지난 2004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다.

‘루갈다원’은 그 분위기와 차 맛이 알음알음 알려지며 인근 전주교구청과 전주가톨릭센터 형제자매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추담판소리 보존회’는 이곳에서 판소리 모임을 열기도 했다. 전주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만점 여행 코스가 됐다.

수많은 종류로 나눠지는 녹차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찻값은 5000원 안팎. 차와 함께 간단한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다.

정씨는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동안 공부해왔지만, 다도와 차는 알면 알수록 더욱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며 “‘덕을 베푸는 것’이란 다도의 가르침에 따라 이웃들과 차향을 나누고 싶어 전통찻집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문의 063-288-3494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