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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사랑입니다 (7) 유전자 조작 (2)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5-27 수정일 2001-05-27 발행일 2001-05-27 제 225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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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나쁘면 취업·보험 불리?”
직업병·질병 발생률 추정 사회적 차별 원인 될수도
사회·윤리적 문제

유전자 연구의 가장 큰 위험성은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연구한다』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모든 연구자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에 바탕을 두고 연구를 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이러한 무책임한 연구 자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생명공학 연구가 지닌 잠재력을 생각해볼 때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 및 재조합 연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위험성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우선 15년간에 걸쳐서 엄청난 투자를 통해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려는 휴먼게놈프로젝트(HGP)는 질병이나 비만, 동성애, 지능 등이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확산시켜왔다. 이는 질병 문제의 주요한 원인인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을 유전적 요인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오히려 보건위기를 악화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결정론은 아울러 성과 인종, 계층간의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생물학적으로 정당화할 위험성도 안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결정론

유전자 결정론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사회 안에 침투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가 직업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노동자를 감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보험과 고용에서 차별을 낳을 우려가 되고 있으며 보험회사에서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피보험자의 질병 발생률을 추정함으로써 사회적 차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 정보들은 대규모의 정보은행에 축적되면서 개인의 유전자 프라이버시가 위협받고 개인 유전자 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정부 기관에서 개인 유전자 정보 은행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곧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검찰청이 지난 1996년부터 범죄수사를 위해 유전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해 인권 단체들로부터 인권 침해라는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와 한 사회복지재단을 주축으로 DNA를 활용한 가족 찾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시 유전자 정보 은행 설립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했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아무리 이해할 만하다고 해도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문제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즉 수집된 유전자 정보가 오직 미아 찾기라는 제한된 목적에만 이용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과 재조합 문제는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인간 외의 식물과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험에서 그 위험성이 노정돼 왔다.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농산물 생산 증가는 일견 전세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희망적인 대안으로 간주돼왔지만 유전공학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생명공학 발달에 따라 인류의 안전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위협으로 등장했다.

유전공학 식품은 식물 독소의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고 영양가를 의도하지 않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예기치 않은 알레르기나 항생물질 저항을 수반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 공학 식품들이 일반 식품과 함께 아무런 표시 없이 유통되고 있어 이제 소비자들은 자의와 상관 없이 이들 유전공학 식품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유전자 변형 유기체

유전자 변형 유기체(GMOs)들이 자연환경에 대규모로 방출됨으로써 이제 자연종이 유전적 변종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즉 이종간 교배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전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새로운 병원균이 탄생함으로써 생태계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유전자 변형체들은 자연환경에 방출되면서 통제가 불가능해지며 오직 스스로의 진화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생물무기의 생산도 국제적으로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단 생물무기를 연구하고 생산해 만의 하나 사용하게 될 경우 이는 다른 무기들과는 달리 생태계 안에서 번식하고 확산된다. 따라서 상대는 물론 자기 나라 역시 치명적인 전염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생학적 사고방식

무엇보다도 유전자 연구의 가장 큰 위험성은 인간 복제와 생명의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 복제에 대한 전반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학 및 농업 분야의 필요성으로 인해 개체 복제의 연구는 갈수록 확대되어가고 있다. 동물 복제를 거쳐 급기야 인간 복제 실험을 선언하는 과학자들이 나타났다. 인간 복제 시도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인간 종족과 능력의 다양성이 가진 가치를 부정하고 결국 우생학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게 우려되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