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목체험기] 하느님! 감사허지라~

입력일 2009-02-08 수정일 200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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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우리 공동체에 커다란 기적을 안겨줬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앞서 이야기에서 전했듯, 100명 남짓한 압해도 공동체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어르신들이다. 연세도 많으신 데다 그 중 절반은 걸음걸이도 온전치 못한 분들이다. 그래서 소금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초반에는 ‘과연 이 일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등등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벌이고 나니 어르신들의 관심과 격려, 도움이 쏟아졌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우리는 농번기에는 농사일에 각자 매진하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농한기에는 모두 모여 공동체 일을 나누자고 뜻을 모았다. 훗날 요령이 붙자 우리 모두는 하루에 120~130 포대의 소금을 탈수하고, 포장작업까지 끝낼 수 있게 됐다. 순전히 땀으로 이뤄낸 결실이었다.

“어르신, 너머 힘들지라~. 성당 나와 이런 일까정 하게 해서 면목없어라~.”

“아니어라 신부님. 성전을 새로 짓는데 내 힘을 보탤 수 있다니, 이게 을마나 기쁜 일인지라. 기양 하느님께 감사허지라~.”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어르신들이 작업장에만 들어서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열정적으로 일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젊은 본당신부인 내가 한 없이 부끄러워지곤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르신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하셨지, ‘소금 만드는 인부’나 ‘소금장수’가 되라고는 하지 않으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기적을 이루는 데 정성을 보태주신 압해도의 모든 신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고는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함께 해주신 분은 오로지 하느님이셨다. 바닷물에서 소금이 생성돼, 우리의 땀을 거쳐 탈수염으로 변신하고,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모든 과정이 하느님의 은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꼴랑 압해도 3바퀴 돌아보고 생전 처음 5톤 트럭을 몰고 포항의 모 본당까지 소금배달을 갔던 일, 수천포의 소금을 싣고 가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춰서 진땀을 빼던 일, 소금 트럭을 성당 앞에 주차했다가 도시 신자들로부터 면박을 당했던 일 등 아찔한 순간과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오늘도 압해도에는 두 종류의 꽃이 핀다. 날마다 내려쬐는 뙤약볕을 받고 염전에서 피어나는 꽃, ‘소금꽃’이다. 압해도본당 신장공소의 소금창고에도 꽃이 핀다. 바로 어르신들의 함박 가득한 ‘웃음꽃’이다.

우리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완전한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을 전국의 우리 교우들과 나누는 큰 기쁨을 누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지막이 하늘을 보며 그분께 외쳐본다.

‘하느님! 감사허지라~.’

정대영 신부(광주대교구 압해동본당 주임)

- 그 동안 집필해 주신 정대영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