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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로드를 가다] 22. 사랑과 환대의 나라, 몰타

입력일 2008-11-30 수정일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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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섬(St. Paul Island)에 올라 바오로 동상을 향해 걸어가는 김동주수사.
슬픔 속에 피어난 사랑

몰타.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지금 우리는 몰타에 와있다. 그리스에서 로마행 비행기로, 다시 몰타행 비행기로 갈아타니 온몸에 나른함이 퍼져왔다.

터키와 그리스가 사도 바오로의 전도여행이었다면, 몰타는 사도 바오로가 로마로 잡혀가는 슬픈 여행이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조함, 압송 도중 사도 바오로 일행은 몰타섬에 불시착했다.

사도행전 28장에 따르면 바오로 일행은 갑자기 배가 부서져 죽을 고비를 넘긴 채 이곳에 3개월간 머물렀다고 전한다. 낙심하고 슬픔에 허우적거릴 수도 있었지만 바오로는 이곳에서도 선교를 멈추지 않았다. 몰타섬의 수령이었던 푸블리우스의 아버지, 열병에 걸렸던 그 노인을 안수와 기도를 통해 치유시켰던 것이다.

몰타 원주민들은 바오로일행에게 감사의 인사와 생필품을 챙겨주는 성의를 최대한 베푼다. 바오로에게 이들은 천사, 은인이요 든든한 협력자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작은 섬나라의 도로, 성당 심지어는 각종 상점의 이름까지 바오로 사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바오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몰타섬의 수령이었던 푸블리우스는 지금 몰타의 초대교회 주교로 모셔져 있다.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배가 불시착했다고 추정되는 무인도를 향해 동네 어부를 설득해 통통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렀다. 저 멀리 사도 바오로의 동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뛴다.

어부의 말에 의하면 이 무인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나는 바오로 사도의 거대한 동상 앞에서 꽤 긴 시간 동안 상념에 잠겼다. 사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하셨을까. 아니, 내가 지금 무엇을 하길 원하실까.

바오로 사도는 몰타에서 당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자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아픈 이들을 고쳐주고 하느님 말씀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그렇다. 나도, 우리도 그래야 한다. 나는 희망을 갖고 바오로 사도 불시착 무인도의 묵상과 취재를 마쳤다.

우리를 섬까지 태워준 순박한 몰타 어부에게 너무나 감사한다. 그 당시 그들은 배를 점검하고 있어 배를 운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의 애절함에 그들은 ‘친절과 배려’라는 것을 보여주었는지도 모른다.

몰타 시내 바오로 성당 주임신부와 사무장은 또 어떠한가. 꺼졌던 성당 조명을 환하게 밝혀주며 우리의 취재 요청에 적극 협조했다.

그렇다. 이곳은 바오로 사도의 나라, 몰타에는 ‘사랑과 환대’가 있다. 사도의 흔적이 진하게 느껴진다. 사도의 사랑이 깊고 넓게 스며든 이곳 몰타.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는 곳.

여독 때문인지 나는 기진맥진, 탈진 아니 혼수상태까지 이르렀다. 순례 여행 최대의 위기다. 하지만 나는 ‘몰타의 작은 천사들’ 때문에 순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몰타의 착한 이들의 사랑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몰타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이제 내일이면 이탈리아 남쪽을 향해 배를 타고 떠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1 코린 13, 13)

역경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았던 바오로의 정신을 기리며

김동주 도마 수사(성 바오로수도회)

◎오혜민 기자의 동행 tip / 로마로 가던 도중 난파

91%가 가톨릭 신자인 작은 섬

남지중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수도는 발레타이며 언어는 영어와 함께 몰타어를 쓴다. 가톨릭교가 91%를 차지하며 유럽 최고의 휴양지로 정평이 나있다. 정식명칭은 몰타공화국이다.

바오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체포, 로마군의 호송을 받으며 카이사리아로 떠난다. 그 후 그는 시돈 지방에 머물렀다가 터키의 미라(지금의 칼레) 항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그들은 이탈리아행 배로 갈아탔다. 바오로 일행은 크레타섬 남쪽 연안에 있는 항구에 정박했지만 인솔 책임자인 로마군 백부장이 다시 무리하게 항해를 강행, 파선돼 겨우 몰타 섬에 상륙해 겨울철 석달을 났다고 한다.(사도 28,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