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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로드를 가다] 21. 시대를 이해하라, ‘아테네’

입력일 2008-11-23 수정일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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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위에서 사도 바오로의 부활 연설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과 호흡하다

소크라테스가 활동했다는 파르테논 신전 주위에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여기저기서 눌러대는 사진기 셔터 소리가 무척이나 바쁘다.

그리스 수도이며 서구의 문학과 철학, 정치의 발상지인 아테네. 그리스 대형국기가 펄럭이는 언덕 위로 솟아있는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본다. 사도 바오로의 그 유명한 아고라(시장이라는 뜻, 혹은 철학자들의 토론장,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라는 의미)의 ‘아레오파고스’ 연설이 떠오른다.

나의 사부, 바오로는 2차 전도여행 중 우상으로 가득 찬 이곳, 아테네 회당에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열정을 다해 전한다.

“하느님께서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명령하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이 정하신 한 사람을 통하여 세상을 의롭게 심판하실 날을 지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리시어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해주셨습니다.”(사도 17, 30~31)

바오로는 우선 아테네 시민이 대단한 종교심을 가졌다고 칭찬한다. 이어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신을 자신이 직접 알려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테네 시민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 신을 바오로 사도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자상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사부, 바오로는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지역의 선교를 위해 그들이 쓰는 언어와 사고방식, 문화를 먼저 이해했다. 터키를 지나며, 그리스를 지나며 이제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곳을 생각하며 바오로 사도는 진정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었다고 절감한다.

‘아레오파고스’를 비롯한 사부의 연설을 보면 우리는 과연 그분을 얼마만큼 본받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리는 우리가 직접 살아가는 현시대를 과연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있을까.

매스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우리 성 바오로 수도회 또한 어려움이 많다. 얼마 전, 선교를 위해 우리가 스스로 제작한 도서와 음반을 들고 반가운 마음에 본당을 찾아 나섰다.

“안녕하세요? ‘책 바오로’ 수사님들 오셨네요?”

반갑고 기뻤던 마음이, 힘이 쭉 빠지고 기분이 묘해진다. ‘책’으로 국한되는 수도회모습도 속상하지만 장사를 위해 본당을 찾는 사람이 돼버린 기분이다. 바야흐로 문자시대를 대표하는 도서는 점점 약화되고 영상미디어 매체가 유행하는 때다. 젊은이들은 도서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선호한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시대를 교회 또한 이해해야 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복음을 전하고,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리스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그리스의 정겨운 공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힘을 낸다. 앞으로 순례할 몰타로 걸음을 옮기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나의 사부 바오로의 도움을 청해본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복음화로 시대와의 소통 희망하며 김동주 도마 수사(성 바오로수도회)

◎오혜민 기자의 동행 tip / 문화도시 ‘아테네’

위엄 자랑하는 ‘파르테논 신전’

사도 바오로는 제2차 전도여행 중 그리스 북부 지방인 마케도니아에서 필리피, 테살로니카, 베로이아에 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아테네에서는 교회를 세우지 못하고 코린토에서 전도, 교회를 세운다.

아테네에는 수많은 고대 유적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중 가장 유명한 신전은 유네스코 지정 인류문화재 1호 파르테논 신전(기원전 447~432)이다.

정교하게 건축돼 수많은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위엄을 자랑한다. 그 옆으로는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있으며 승리의 여신 아테나 신전 또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