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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로드를 가다] 19. 진정한 고요함을 찾아서, '메테오라'

입력일 2008-11-09 수정일 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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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 모여있는 메테오라.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고요함 숨쉬게 하소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수도원이!

메테오라.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는’이란 말답게 예전 이곳 수도자들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왜 높은 곳으로, 속세와 고립된 곳으로 올라갔을까.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상의 것을 멀리하고 천상의 것을 추구했던 교회 내 많은 성인, 성녀들의 거룩한 삶을 보면 말이다.

매스컴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성 바오로회 수도자들은 정말이지 많이 뛰고, 많이 땀 흘린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구석구석, 제주도는 물론 미국, 브라질까지 가서 선교를 하다보면 때때로 우리에게 ‘고요함’은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 수도회는 월피정과 연피정은 항상 지킨다. 피정이란 피세정념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속세를 떠나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다. 메테오라의 그리스 정교회 수도자들 또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내적 침묵 속에 하느님과의 만남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 성 바오로 수도회와 같은 많은 남녀 활동수도회가 존재하는 것을 보며, 기도가 빠진 활동은 참으로 ‘힘’이 없다는 것을 체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초기 양성기, 그리고 브라질에서의 유기서원기에 동료 수사들에게 미사 강론을 했던 적이 있다.

피정과 기도를 마음 깊이 하지 않으면, 그 강론의 내용은 참으로 무의미하고 메마른 사막처럼 건조하다. 하느님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나의 얄팍한 지식에 의존했던 그 때. 스스로 생각해도 강론 내용이 유치해 얼굴이 붉어지고 다시 한다는 것이 부끄럽기조차 했다.

언젠가는 수녀원에서 강의를 부탁해 형제들의 양해를 구한 후 혼자 피정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성체 앞에 머물며 침묵 가운데 기도했던 적도 있다. 수도회의 기도인 ‘성공의 비결’을 한 달 동안 바치며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분의 힘으로 나를 당신 도구로 써달라고 청했다. 강의 시간, 마음은 너무 평온했고 목소리는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우렁차 있었다.

분명한 것은 우리 남녀 수도자가 하는 사도직이 단순한 일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당의 형제, 자매들도 엄청난 열정으로 봉사하고 땀 흘린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한국 교회에 평신도 봉사자들의 헌신적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 교회가 존재했을까.

하지만 수도자든, 평신도든 우리는 가끔 우리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나친 활동에 치우쳐 앞만 보고 달리지는 않는지, 가끔 멈추어 우리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지, 피정을 통한 침묵 가운데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애쓰는지 말이다.

나의 사부,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한 여정. 그분의 출생지부터 선교지, 소아시아 7대 교회, 마케도니아 지역 등 참으로 많은 곳을 ‘쉼’ 없이 달려왔다.

아, 이제 조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이곳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에서 수도자들과 함께 ‘고요함’을 갖고 싶다.

내 안의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며 김동주 도마 수사(성 바오로수도회)

◎오혜민 기자의 동행 tip / ‘기암절벽 위의 수도원, 메테오라’

정상에 위치한 정교회 수도원들

메테오라에는 바를라암 수도원, 성 스테파노 수도원, 루사노 수도원, 성삼위 수도원, 성 니콜라오스 아나파프사스 수도원, 대 메테오른 등이 있는데 모두 정교회 수도원이며 높은 기암괴석 위에 위치해있다. 수도원 중 몇 곳은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허락하고 있는데 예전 수도자들의 유골과 의복 등을 전시한다. 사마리아 여자, 물고기잡이 기적, 예수 탄생 등 다양한 벽화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성삼위 수도원은 1925년 이전 밧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사람을 광주리에 담아 끌어올렸으나 이후 돌을 쪼아 140계단을 만들어 지금은 걸어서 올라간다.

메테오라 외에도 정교회 수도원 집성촌으로 ‘아토스’가 있는데, 여성들의 출입을 엄금하고 남성들도 허락을 받은 이들만 들이고 있다. 메테오라 또한 입구에서 치마를 나눠주어 여성은 치마를 입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