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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따라 신앙따라] 외할머니 손맛 그대로 ‘옛 툇마루’

이상희 기자
입력일 2008-07-27 수정일 200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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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툇마루'의 산채정식. 제철 나물과 나무 식기는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맛과 멋'을 함께 즐기는 기쁨을 준다.
오감으로 느끼는 ‘고향 맛’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귀인동 먹자골목에 자리 잡은 한정식전문점 ‘옛 툇마루’가 13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비결도 여기 있다.

각종 나물은 울릉도와 강원도에서 공수해오고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은 시골에서 담근 것을 사용한다. 이 뿐만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이옥순(카타리나. 수원교구 안양 평촌본당) 사장의 깔끔한 손맛으로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들이 손님들의 입맛을 돋우는 데 한 몫 한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산채정식(1만 2000원)은 흑임자죽을 시작으로 소라무침, 고기보쌈, 누룽지탕 등 딱 보기에도 열 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코스로 나온다. 제철 나물로 조물조물 무쳐낸 모듬나물과 시골에서 보글보글 구수하게 끓여낸 듯한 찌개는 찾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 모든 음식들은 목기에 담겨져 나온다. 꼭 사찰에서 얻어먹는 맛있는 밥이 생각난다. 천연 재료인만큼 천연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이씨의 생각 때문에 그릇은 물론 수저까지 모두 나무로 된 것을 사용한다. 나무 수저는 삶을 수도 있어 더욱 청결한 유지가 가능해 위생적이다.

또 다른 장수 비결은 인테리어. 외관은 다른 음식점들과 별 반 다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옛 툇마루라는 이름답게 시골집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천장 구조며 아기자기한 도자기 소품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모든 것이 이씨의 작품. 10년 가까이 도예를 공부하며 만든 작품으로 식당 곳곳을 꾸몄다. 이씨는 “옛날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생각날 때면 찾고 싶어지는 곳으로 기억되기 위해 맛은 물론 인테리어에도 신경썼다”고 전했다.

대형화되는 식당들에 밀려 옛 맛을 이어가는 소박한 음식점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옛 툇마루에 걸터앉아 깔끔한 한정식을 맛보며 향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문의 031-386-5262

이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