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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 80장면] 77.한국천주교 완역 새 ‘성경’ 탄생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8-07-20 수정일 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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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6일자 2면 가톨릭신문.
천주교 전래 221년 만에 최초 완역본 ‘성경’ 발간

“천주교가 전래된 지 221년만에 처음으로 한국교회가 독자적으로 완역한 새 ‘성경’이 탄생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2005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개막에 맞춰 10월 10일 오후 5시30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새 성경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날 출판기념식에는 주교들과 교회 출판, 매스컴종사자와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새 성경의 발간을 축하했다.

새 ‘성경’ 발간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생활 전반에 있어 새로운 활력소가 됨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전례서와 성서 연구 등 성경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및 영성운동 활성화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1988년 성서위원회를 통해 번역 작업에 돌입해 2002년 12월 신구약 전권에 대한 낱권 번역본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수정 보완 작업을 벌여왔다.“(가톨릭신문 2005년 10월 16일자 1면 중에서)

경전은 그 종교의 모든 가르침을 담은 가장 중요한 책이다. 가톨릭교회에 있어서도 역시 성전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품고 있으며, 진리 그 자체인 성경이 진리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번역을 한 성경이 없었다. 다만 교회 일치 운동의 일환으로 다소 애매한 의역으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충분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해왔을 뿐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공동번역 성서가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의역에 치중한 나머지 성경 원문이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난 1988년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를 통해 번역 작업에 돌입, 마침내 2002년 12월 신구약 성경 전권에 대한 낱권 번역본 작업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후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2005년 9월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10월 10일 출판기념회를 갖고 새 성경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새 ‘성경’ 출간의 의미를 “살아계신 하느님 말씀이 더 구체적으로, 한국 가톨릭교회를 통해 계시진리를 말씀하시는 새로운 육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성경’의 번역 작업은 그야말로 지난한 일이었다. 특히 수십차례에 걸친 히브리어, 그리스어 성경 본문에 대한 대조 독회와 우리말 독회를 통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어법으로서 적합성을 함께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는 교회내 성경학자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 것은 물론, 국어학자와 문인들이 윤문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성경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다. 성경 공부 모임들의 꾸준한 성장과 함께 다소 소홀했던 성경 사도직에 대해서도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목적 관심이 높아졌다. 특별히, 한국 가톨릭교회 고유의 새 ‘성경’ 번역과 함께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에 대한 관심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신자들은 한국 교회 고유의 성경 번역 작업이 이뤄졌다는데 대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고, 이는 성경 공부와 성경 읽기에 높은 관심과 참여로 이어졌다.

이처럼 새로운 성경의 완역본이 한국 천주교회 최초로 독자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단지 또 하나의 새로운 성경 번역본이 나왔다는데 그치지 않고, 그만큼 한국 교회가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신자들이 상대적으로 성경에 대한 관심과 말씀을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고려할 때, 새 ‘성경’의 완역은 사목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새 ‘성경’ 완역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더욱 깊은 신학적 연구와 성찰, 그리고 더 많은 신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