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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1주년 특별기획 무료진료사업] 3.부산교구 방어진본당 이지옥씨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07-06 수정일 200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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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고통 벗어날 희망 보여요”

6월 21일 새벽 6시 울산 터미널. 이지옥(데레사, 58, 부산교구 방어진본당)씨 신발이 ‘반짝반짝’ 새 것이다. 무료 진료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진료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길. 이씨는 “무뚝뚝한 성격에 평생 동안 맘 고생만 시키던 남편이 ‘서울 잘 다녀오라’며 부산까지 가서(울산에서 부산까지는 차로 왕복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사온 새 신발입니다”라고 말했다.

20여년 만의 서울 나들이다.‘부시럭, 부시럭’ 검은 봉지에서 도시락 하나를 꺼내 건네준다. 새벽부터 일어나 직접 만든 김밥이라고 했다. 허리 아픈 것도 잊은 듯, 이씨의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밝다.

“수십년간 삶을 짓눌러 왔던 병이 하루 아침에 완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대로된 치료를 한번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제 기도가 이뤄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씨는 선천적으로 허리가 약했다. 아들 둘을 낳을 때, 허리가 쪼개지는 듯한 아픔도 다른 산모들도 모두 그려려니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몸 돌보지 않고’일한 것이 탈이었다. 20년 전 어느 날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허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병원에 누워 있을 수만 없었다.

남편은 21년 넘게 당뇨와 통풍, 관절염, 신장염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목에 혹도 생겼다. “일하지 않으면 남편 병원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벌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남이 시키는 일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성격이어서 몸은 점점 망가져 갔습니다.”

허리의 통증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다. 이제는 진통제도 제대로 듣지 않고, 물리치료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상태도로 얼마다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평생을 ‘돈’ 때문에 가슴 앓이를 하다보니 최근에는 심장병을 얻었다. 또 혈압이 불규칙해 혈압약까지 먹고 있다. 이씨 본인은 심장병을 두고 ‘화병’이라고 했다. 아들이 둘 있지만, 빠듯한 형편이어서 아버지 당뇨병 약값 대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약값을 대기 위해선 이곳저곳에서 빚을 얻어 써야 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5만원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월세를 제때 매지 못해 보증금을 까먹고 있는 형편이다.

울산에서 서울까지는 5시간 넘게 걸렸다. 이씨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아픈 허리를 부여 잡는다. 강남터미널에서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의 ‘여러분 병원’(원장 김정수)을 찾은 것은 12시 정각. 병원은 점심시간을 뒤로 미루고 전 의료진을 가동,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MRI(자기공명영상)와 X-레이 촬영이 이어졌고, 문진과 상담도 병행됐다. 결과는 의외였다. 앞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김종락씨와는 다른 사례였다. 수술을 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리 수술은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치료만 받는다면 이지옥씨의 경우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수술 한 것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잔뜩 긴장해 있던 이씨가‘휴~’하고 한숨을 내쉰다. “제 병에 대해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 주시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야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치료를 받겠습니다.”

# 치료 계획

강씨는 앞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치료를 받게 된다. 우선 1단계로 1주일에 한 번씩 주사 및 약물 치료를 실시한다. 경과가 좋아지면 2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 진료한다. 초기 6개월 동안은 신경 치료에 주력한다.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치료가 아닌, 실질적으로 허리 기능을 회복시키는 진료를 할 계획이다.

▨ 여러분 병원 : 02-517-0770

▨ 무료 진료 신청 및 문의 : 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133-030)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사진설명

▲부산교구 방어진본당 이지옥씨가 여러분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고 있다.

▲이지옥씨가 무료 진료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기뻐하며 기도를 바치고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