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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숙 (9, 끝) 노래할 힘 주신 하느님께 감사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8-04-20 수정일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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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숙씨는 IMF위기처럼 힘겨울 때 노래로 위로할 수 있다는 데 무한한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노래할 것을 다짐했다.
가수가 좋은 작품을 꾸준히 부르지 않으면, 나 스스로 아무리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해도, 또 봉사에 동참하고 싶다고 해도 그 누구도 불러주질 않는다. 내가 가수의 길을 선택하고 기쁘게 걸어가는 이상, 가수로서 먼저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뛰었을 때는 의식하지 않아도 큰 보람이 다가온다. 노래를 부르면서 팬들이 웃음과 박수를 보내줄 때 가수로서 무한한 긍지와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만나는 대중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 부모와 오빠, 언니, 올케 같은 애정이 느껴진다.

특히 IMF위기처럼 국민 모두 힘겨울 때 나는 노래로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다는 데 무한한 보람을 느꼈다. 수많은 자선공연과 위문공연 무대에 섰었지만, 1996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나간 근로자 위문공연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사막의 모래를 온몸에 뒤집어쓴채 고국에 대한 향수에 젖은 근로자들과 얼싸안고 눈물과 모래로 뒤범벅이 돼 노래를 부른 감동은 절대 잊지 못한다. 또 어려운 시절 경제를 구하기 위해 독일로 나갔던 광부와 간호원들을 위한 무대, 파독 40주년 기념공연 때 그들과 함께 역시 눈물로 노래 부르던 감격과 감동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무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몸관리 등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오곤 한다. 하지만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사실 특별히 관리할 시간도 없고, 해본 적도 없다. 목을 많이 쓰니까 물을 충분히 자주 마셔주는 정도다.

수면시간도 하루 4시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몇 년째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일처리를 도맡아 하고, 거의 매일같이 지방을 오가야 하기에 사실 늘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루도 늦잠을 자본 적은 없다. 내 생활을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더욱 책임의식을 갖게 됐다. 나는 매일 아침 늦어도 6시30분 전에는 집에서 나온다.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길이 막혀 이후로는 1시간 이상 하루일과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에 집을 나서면 내가 찾는 곳은 바로 오래된 목욕탕이다. 매일 아침 아주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고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잘 차려진 사우나는 아니지만 나는 오랫동안 내집처럼 드나든 이 동네목욕탕을 좋아한다. 이곳에서는 아줌마들하고 같이 목욕하고, 아줌마들과 할머니들과 스트레칭도 함께 한다.

친구처럼 같이 스트레칭 하며 ‘이렇게 하면 뱃살이 빠진대’ ‘이렇게 하면 팔뚝살이 빠진대’하며 담소도 나눈다. 특히 아줌마들은 ‘현숙씨 그전에 가요무대에서 입은 드레스는 아주 예뻤어. 헤어스타일도 좋던데’ ‘지난번 공연무대는 옷이랑 분위기가 안 맞았어. 옷 좀 바꿔야겠더라’ 하며 스스럼없이 내 최고의 모니터 요원들이 되어준다.

이러한 따뜻한 일상의 기운, 매일매일 새롭게 뛰고자하는 마음으로 나는 또 다시 최선을 다해 노래한다.

한때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나는 스스로 성당을 찾아 새로운 기운을 얻었었다. 오늘도 내가 노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항상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열심히 뛰어본다.

정리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