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향하는 우리 존재 인식하고
절망 벗어나 부활의 희망 가져야
종말(終末).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다. 나(인간)는 나(인간) 자신의 죽음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물며 개인적 차원의 죽음을 넘어선 세상의 종말을 매 순간 묵상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종말은 어쩌면 먼 나라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말은 우리 삶에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가 직접 종말을 이야기했고 바오로 사도도 종말을 선포했다.(마태 13, 39~49; 1코린 15, 24; 2테살 2, 1)
우리는 종말로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래서 종말을 묵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종말은 더 이상 구석에 던져 놓고 무시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반짝반짝 윤기 나게 닦아가며 늘 옆에 두고 있어야 할 그 무엇이다.
요한 묵시록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그 종말이다. 세상 심판 날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가 하는 것이 요한 묵시록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요한 묵시록은 일반적으로 신자들이 읽기에 조금은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지만(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요한 묵시록을 가까이 하지 못하지만) 전체 맥락을 알게 되면 그렇게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인간을 두 종류로 분류해 보자. 우리 주위에는 의인이 있고, 악인도 있다. 요한 묵시록은 상징적 차원에서 의로운 사람을 당시 박해를 받고 있던 이스라엘인들로, 악한 사람은 이스라엘 민족을 지배하고 박해하던 로마로 상정한다.
물론 요한 묵시록에서는 ‘로마’대신에 ‘바빌론’이 등장한다.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로마를 욕할 수는 없지 않는가. 당시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로마 대신에 바빌론을 악한 세력의 표상으로 내세운 것이다.
요한 묵시록은 더 나아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의로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만약 현재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신자라면 요한 묵시록을 정독해 볼 것을 권한다. 하느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작성된 것은, 이레네오 성인에 의하면 로마 도미티아누스 황제 집정 말기인 약 96년 경으로 보인다. 예수님 돌아가시고 난 뒤 약 63년 지난 시점이다. 이 때 이 책의 저자인 요한이라는 사람이 파트모스섬이라는 곳으로 유배를 가는데 거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이런 계시를 받으면서 묵시록을 적었다(묵시 1, 9).
이 책이 저자는 2세기까지 예수님과 함께 생활했던 사도 요한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앞에서 본 대로 묵시록이 작성된 것은 사도 요한이 죽은 뒤인 1세기말 경의 일이다.
따라서 이 묵시록은 요한의 제자 그룹(요한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속하는 인물 중 그 누군가가 요한의 이름을 빌려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섬에 유배된 후 ‘엄청난’ 하느님의 계시를 접한 그리스도인.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또 누구를 위해 이 글을 썼을까.
저자는 자신이 본 묵시를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보낸다고 적는다(묵시 1,4). 여기서 일곱 교회는 오늘날 터키지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에페소, 스미르나, 페르가몬, 티아티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이아를 지칭한다(묵시 1, 11).
당시 일곱 교회 역시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묵시록은 이 교회들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교회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는 지금 여기서 고통을 받는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희망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악된다. 하나는 역사와 인간 운명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냐를 알리기 위해서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종말에 다시 재림하셔서 인간세상을 심판할 실 분이다. 두 번째는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는 이 위기상황을 인내로 극복하고 용기를 가지라는 희망과 권고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결국 요한 묵시록에서 말하는 바를 크게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 고통과 여러 가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셔서 의로운 사람들을 구원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에로 부활시켜 주실 것이다.
그러니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가지고 꿋꿋하게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묵시’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베일을 벗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언젠가는 휘장이 벗겨질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모든 것들이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제 그 휘장 속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자.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 아닌가.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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