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3-연대의 가능성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08-26 수정일 200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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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토착화 노력은 아시아 선교 초석

자매결연·소공동체 교류 추진 필요

선교사 파견·재복음화 지원 나서야

아시아 교회의 교류와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선 ‘아시아 교회가 가다’시리즈를 통해 충분히 언급됐고, 또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이는 기자들이 직접 아시아 각국 교회 현장 방문 취재를 통해서도 확인한 바다.

그런데도 ‘아시아와 함께’‘아시아 교회의 연대’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리는 것은 왜 일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연대’를 단순히 ‘가난한 나라 교회에 대한 금전적 지원’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왜 일까. 왜 우리는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연대에 대한 노력은 이제 다양한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록 아시아 교회는 수적으로 열세지만 초대교회와 같이 강력한 소수 교회의 영성을 개발, 대화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그동안 아시아 교회는 연대에 대한 외연을 넓히지 못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 교회가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매여, 연대에 대한 도전은 상대적으로 후차적인 것으로 밀려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가 변하고 있다. 구체적 연대의 가능 분야와 그 방법론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 복음화를 위한 연대

아시아 복음화율 3.0%, 1978년 이래 2002년까지 아시아 신자 증가율 74%.

아직은 미약하다. 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가톨릭 신자 비율과 성장률은 한목소리로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아시아는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과 분명히 다른 사목적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잠재력은 아시아 각국의 상호 협력을 통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의 실정을 잘 알고 있는 아시아인이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 많은 성소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풍부한 성소를 자랑하는 필리핀에서 아시아 복음화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필리핀이 서구 문화권에 속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으로 잃고 있다. 스페인 계열의 서구 문화권인 필리핀은 불교, 유교 문화권인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동남아시아 및 동북아시아 복음화는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선교사 파견 뿐 아니라, 재복음화 프로그램, 선교 관련 프로그램 보급 등 소프트웨어적 차원의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양재동본당이 베트남 교회에 지속적으로 성경을 보급하고, 성경 번역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 일본 교회가 10년 전부터 서울대교구를 통해 소공동체 운동을 도입, 소공동체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도 연대의 한 단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교회 사제들은 10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 직접 소공동체 모임 현장을 방문하는 등 소공동체 배우기에 열심을 보였으며, 최근 일본 교회 특유의 소공동체 운동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교회가 아시아 각국 교회에 ‘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하드웨어와 물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가톨릭 신앙이 소수에 그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소프트웨어와 감동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 등 교회 신자들은 ‘소수 종교’가 가지는 특유의 ‘열심한 신앙’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와 몽골의 경우, 예비신자 교리기간이 초창기 한국교회의 그것처럼 2~3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 전체 교회의 복음화율은 낮아도 신자 한명한명의 복음화는 철저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교회들의 열성적 신앙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앙 활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교구 한 본당과 캄보디아 교회의 한 본당, 대구대교구의 한 본당과 몽골 교회의 한 본당이 각각 자매 결연을 맺는 교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복음화는 제삼천년기 세계의 가장 큰 과제이며 소망이다. 동시에 이 소망은 우리가 한국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확신하면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각자 자신이 처한 자리와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토착화

연대 가능성을 말하면서 ‘토착화’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토착화는 단순히 한복입은 성모상을 공경하고, 미사 전례를 국악으로 진행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피부에 와 닿는, 아시아 정서와 사상을 그리스도교를 통해 발전시키고 승화시키는 차원의 토착화는 여러 나라의 경험이 공유될 때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소수종교의 경우, 다양한 토착화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미 주류 종교로 진입한 만큼 별다른 토착화 노력을 요구하는 않는 반면(과거에는 제사 문제 등과 관련한 토착화 노력이 있었다) 주류 교회로의 진입을 꿈꾸는 동남아시아 교회에선 토착화가 절대적인 당면 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교회들이 토착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태국과 캄보디아, 몽골, 일본교회의 토착화 노력 교류는 한국교회에 큰 자극이 될 수 있고, 보다 높은 단계의 토착화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보편교회(세계 교회)는 아시아 교회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후속 문헌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 및 백성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강조했다.

문헌 ‘아시아 교회’는 21항에서 “교회는 토착화를 통해 교회 자신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표지가 되고 선교의 유효한 도구가 된다”고 강조하고 “그리스도교가 여전히 너무 빈번하게 외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시아의 다원 윤리적, 다원 종교적, 다원 문화적 상황에서 그것은 오늘날 특별한 긴급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선교

아시아 복음화의 종착점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로마의 복음화가 세계의 복음화로 이어졌듯이 중국의 복음화는 아시아의 복음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현재 중국교회가 한국교회 및 아시아 각국교회와의 교류에 적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아니 볼 수 없다.

문제는 아시아 각국 교회가 개별적으로 중국 교회와 접촉하는 것 보다는 ‘연대’라는 테두리 속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데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거적 관점에서는 한국 교회가, 현재적 관점에서는 몽골교회가 좋은 예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수도회에 의해 복음화가 진행된 것이 아니다. 역사를 보면 수도회와 나라간의 협력을 통해 한국교회 복음화 또한 급속히 진전된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수도회의 다양한 카리스마와 다양한 국적의 복음화 노력은 한국인들에게 다양한 영성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그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넓고 깊은 신앙이 가능하게 했다.

현재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는 급속한 신자 증가를 보인 80년대 이후의 문제이지, 초창기 요리문답을 외우던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는 몽골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 몽골교회에는 15개국에서 58명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교리교육과 예비신자 관리 등으로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설명

▶서울 길동본당과 교토교구 쿠사츠본당이 2006년 2월 일본 군마현 쿠사츠성당에서 자매결연식을 가졌다.

▶선교사 파견 등을 통한 아시아 복음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몽골 한드가이튼에서 열린 선교사 친교의 날에 참여한 한국인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생활성가를 합창하고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