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나눔캠페인 '천사운동'] 날개달기-가족 구하려다 화상입은 장수종군

유재우·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7-05-27 수정일 20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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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종아…꼭 일어나야 한다”

전신 85% 화상…구한 아버지마저 끝내 숨져

치료비는 커녕 살던 집도 물어줘야할 처지

5월 8일 어버이날, 아버지를 구하고 자신의 몸을 희생한 아이가 있다.

장수종(요한.14.여수 화양중 3년)군. 8일 새벽1시, 여느 아이들처럼 수종이도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꿈을 꾸며 단잠에 빠져있었다.

화마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시각.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땐 것이 화근이었다. 전남 여수시 화양면 수종이의 작은 기와집은 그렇게 타들어갔다.

화염의 불꽃이 뭉게뭉게 연기를 피우며 수종이의 집을 집어삼킬 때 수종이도 잠에서 깨어났다. 매캐한 냄새에 어리둥절했던 아이가 불길을 봤다.

‘불이 났구나.’

아버지(베드로.52)를 깨우기 시작했다. 이미 연기를 마신 아버지는 눈을 뜨지 않았다. 119에 신고를 하기 위해 유리창을 깼다. 손에 피가 흐르는 채로 이웃집에 들어가 소방서에 신고한 뒤 불길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조막만한 손으로 아버지를 끌어냈다. 수종이의 등과 바지에도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힘으로 거구의 아버지를 끌어낸 것은 ‘기적’이었다.

거기서 멈춰야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를 구한 뒤 다시 할머니,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불길이 거세졌다. 그동안 전신 85%에 해당하는 화상을 입었다.

수종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머니(86)와 어머니(51)는 연기에 질식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수종이와 아버지는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근 언론이 전한 소식은 여기까지다. 수종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종이의 누나(20)를 만났다. 현재 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종이와 떨어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3시50분, 아버지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누나는 “한꺼번에 많은 가족이 죽어 실감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종이는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착했다. 누나는 “동생은 거동이 불편했던 할머니의 대소변을 수발할 정도로 착했다”며 “어려운 집안형편을 알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조르는 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수종이는 죽은 피부를 제거하는 1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패혈성 쇼크로 인한 혈압저하로 상태는 좋지 않다.

화상을 심하게 입은 경우라 보험이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약은 물론 새 피부로 덮고, 피부이식을 위해 피부를 배양하는 것도 모두 본인 부담이다. 수종이의 집도 문제다.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 살고 있었던 수종이네는 집값마저 보상해주어야 할 상황이다.

누나는 아버지가 사망한 것을 수종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 약속을 안고 수종이를 만났다.

붕대로 전신을 감고 있는 어린 아이는 너무나 힘겹게 숨을 헐떡이고 있다. 해맑던 웃음도 사라진지 오래다.

수종이가 말을 꺼냈다. “누나, 아빠랑 나 다 나으면 다 같이 살 수 있는 거야?”

◎배움터- 나눔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

“나누면 ‘안정’ ‘정화’ ‘기쁨’ 체험하죠”

아르메니아 속담 중 이런 것이 있다. ‘내가 당신의 아픔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그것은 내 것일지도 모릅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 이 속담 역시 타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유해, 슬픔조차 나눠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

‘나눔의 밥상’의 저자 조에타 핸드릭 슐리박. 그는 나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눔이란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나눌려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개인마다 나눔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나눔 열풍이 분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눔이란 개인을 변화 시킬 정도의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최근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 건립에 써달라며 선뜻 1억 원을 맡겨온 이승연(요안나.82.서울 오금동본당) 할머니. 그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혼자 있을 때는 전등도 켜지 않는 등 알뜰살뜰 모아 마련해 온 1억 원을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을 위해 내놓았다.

전국 곳곳의 한센병마을을 비롯해 무료급식소 등에서 20년 가까이 봉사해온 이할머니는 나눔의 이유에 대해 “돕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와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개인의 알뜰살뜰 모은 거액도 의미가 있지만 물질적인 능력이 아닌 개인의 신체적인 능력을 통해 나눔을 펼치는 이들도 많다.

교회가 운영하는 기관 등을 방문하면 대부분 기관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각 기관에서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어떠한 일이든 해내고 있다.

장애영유아 시설 디딤자리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김재원(스테파노.25)씨. 말도 안통하고 다루기 힘든 장애영유아를 위해 봉사하는 그 역시 나눔 실천에 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몸이 힘든 건 사실이죠.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또 직접 가서 봉사를 해 느끼는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나눔을 펼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나오는 답이 있다. ‘안정’, ‘정화’, ‘기쁨’ 등. 이러한 부수적인 소득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변화돼 나눔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며 환경을 통해 수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나눔을 통한 기분 좋은 변화를 꾀해보는건 어떨까.

◎당신도 천사-다양한 사랑 실천하는 기업·기관들

“나눔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점심값 모금·장기기증 서약·무료급식 봉사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천사들의 선행은 이제 돈을 통해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다.

신선식품업체 풀무원의 경우 2005년부터 점심 한 끼를 굶는 것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그 식사 값을 모금하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 풀무원이 펼친 기아체험 행사에는 임직원 600여 명이 참여해 모두 600여 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5월 7일 현대중공업의 경우 임직원 6000여 명이 한꺼번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국내 단체 기증인원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한 결과이다. 회사 전체 임직원 네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참여한 결과이며 기증 참여자는 현재도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보증기금은 17일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노숙자와 독거노인 등 4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 행사를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 동안 9차례 걸쳐 3300여 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했다. 또 매년 직원들의 급여 중 5000원 미만의 돈을 모아 공익시설 기부,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기업과 기관들의 사랑 나눔이 증가 추세에 있다 보니 타 기업과 기관들도 봉사단 발족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파워텔의 경우 16일 ‘KT파워텔 사랑의 봉사대’를 발족했다. 지역사회 봉사 및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구성된 봉사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몸이 불편한 노약자, 어린이, 불우청소년 등을 찾아 최소 월 1회 이상 지원하거나 봉사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고아원 및 양로원, 장애인 복지시설 등과 연간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 활동을 시행할 계획이다.

◆천사운동 알림

▨‘천원의 사랑’ 및 천사운동 전반

-문의: 02-727-2262~3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기획홍보실

-계좌: 우리은행 1005-194-001004 예금주(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농협 386-01-019602 예금주(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ARS: 060-300-7004(1통화당 1000원이 계좌로 입금)

▨‘수호천사’ 운동

-문의 02-727-2248 서울 카리타스 자원봉사센터

사진설명

▶부모님과 할머니를 화재로 잃고 졸지에 누나와 둘만 남은 장수종군은 전신 85% 화상을 입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풀무원 임직원들이 ‘금요일의 점심’ 모금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유재우·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