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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신부이야기] 26.공동체 정신의 책임사목 이뤄져야

입력일 2007-05-06 수정일 20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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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주민들은 비옥하고 광활한 농경지와 더불어 생활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농업을 자신의 일생 업으로 알고 살아간다. 눈 뜨면 밭으로, 해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게 이 곳 주민들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고산에서 한라산 자락으로 오를수록 밭농사가 과수농사로 비율을 바꾸어 간다. 토질과 바람영향 때문에 이렇게 생계방법이 바뀌어 진다.

이 곳 제주도는 겨울다운 겨울이 없다. 중산간으로 올라 갈 때까지 겨울에도 밭에는 녹색의 작물이 자란다. 가을이면 주로 감자와 고구마가 수확되고, 봄이면 쪽파와 양파, 봄감자가 수확된다. 초겨울에는 귤과 브로콜리가 수확되고, 여름과 가을이면 양배추와 가을감자, 밭벼가 들판에서 농부들을 손짓한다. 이처럼 제주도의 1년 농사는 쉼 없이 계속된다. 그나마 사람들이 주일이면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며 은혜로운 삶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본당구역에는 5000여 명의 주민이 산다. 그 중 젊은 층의 사람들은 주소만 두고 제주시에서 머물며 왔다 갔다 한다. 생활 수단을 농사만으로 해결해 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에 당연한 모습이리라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새벽전례에 참여하는 신자는 10여 명을 넘기 힘들다.

예전에는 ‘농자는 천하지대본야’ 이었지만, 오늘날의 많은 농부들은 채무자로 전락되어 그저 땅만 지키는 땅지기가 되어있다. 특히 물류비가 많이 드는 제주도의 특수성 때문에 육지의 농산물 시장이 기침을 하면 제주도의 농민들은 중환자가 되어 애써 가꿔놓은 작물이 의미를 잃는 때가 빈번하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어려움은 본당 사목 활동에도 민감하게 작용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는 우리나라의 도시집중 현상을 부채질 했고 급기야는 교회마저 중산층화 시켰다. 농촌은 농촌의 소박함으로 주님 축복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도시는 도시대로 역동적인 모습을 교회에 정착 시켜야 하는데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이다. 농촌과 도시의 개성이 평준화 되어 버리는 현상은 교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닌 듯 싶다.

대량 생산이나 과잉 생산과 같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노동 생산성 작물 재배는 기획적으로 조정되는 행정 조직을 필요로 한다. 어떤 조직이 운영, 통제를 하더라도 기획생산, 조직판매가 이루어져 농민들과 도시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입으며 삶의 기쁨과 생활의 질을 나누고 높여야 한다.

여기에 교회도 공동체 정신을 함양 시켜 기쁨을 나누고 행복을 만드는 책임있는 사목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내야 하는 사목적 배려로써 공동체가 가야 할 방향성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목에 관심을 두고 성도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노력에 마음을 쏟고 있다. 지나친 노동과 불균형 생산이 지양되어 이 곳 고산 들판에 소중한 삶의 터전이 지켜지길 소망한다. 하느님의 섭리를 빨리 알아낼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주님의 역사개입을 깨닫고 싶다.

김남원 신부 (제주교구 고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