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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소공동체 3.'사목' 5월호 주요내용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7-04-22 수정일 2007-04-22 발행일 2007-04-22 제 254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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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계도 위주의 일방통행으론 성장 한계
소공동체 및 사목 전문가들은 오늘날 한국의 소공동체운동은 자율성과 쌍방향의 소통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발전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사진은 대구대교구 포항 죽도본당 신자들의 복음나누기 모습(기사중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자율성’과 ‘소통’ 확보돼야 발전 가능

소공동체의 한국적 모델은 불가능한가?

가톨릭신문과 공동 기획을 진행해오고 있는 주교회의 한국 사목연구소가 발행하는 ‘사목’지는 4월호에서 한국교회의 중요한 화두이자 의제인 ‘소공동체’를 다루고 있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한국교회의 소공동체를 둘러싼 현실과 문제의식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공동체의 현실을 함께 돌아봄으로써 창조적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소공동체와 관련해 ‘사목’지에 실린 6편의 글은 소통이 부족한 한국 교회의 현실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생력을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신자들의 삶에서 수동성을 재생산해냄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진 한국 교회의 풍토와 한계를 분석하고 있다.

▶전동기 신부(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 소공동체 운동, 자율성과 융통성을 키우자

전동기 신부는 ‘사목’지에 실린 글에서 소공동체에 대한 의식 변화에서 소공동체가 지닌 한계 극복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전신부는 이 글에서 “여전히 교계 제도는 사제단 중심의 수직적인 구조이다. 사제들의 의식은 수직적인데 신자들에게 수평적 의식을 요구하다 보니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먼저 사제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아름답고 친교가 잘 이루어진 공동체라 하더라도, 반대 성향을 지닌 사제의 인사이동으로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소공동체가 처한 현재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도시 본당들이 대형화, 공동화, 비인격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초대 교회의 정신에도 맞고 본질적인 교회의 형태를 갖춘 소공동체 모임 프로그램을 발견해 낸 것은, 대안으로서도 적절하고 너무나도 잘 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라 현실성이 충분히 있어야 참으로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공동체 운동이 다양한 계층, 곧 농촌, 어촌, 공업 지구, 도시, 빈민 지역, 아파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우리나라 사람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이 도시, 농촌, 어촌, 노인, 성인, 빈곤층, 부유층 등을 위해서 다양하게 계발되어야 하고, 다른 형태의 소공동체 운동도 소개되어,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김정용 신부(광주가대 교수) : 한국 소공동체의 현실과 전망

김정용 신부는 ‘한국 소공동체의 현실과 전망’이란 글에서 소공동체의 지향과 구체적 현실 사이에 놓여있는 괴리를 분석하고 있다.

김신부는 “소공동체가 하느님의 말씀을 공동체의 중심에 두고, 전례를 통해 심층적으로 만나며, 세상 안에서 증언하는 것을 그 근간으로 삼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줄기차게 모색해 온 ‘신앙의 토착화’를 위한 가장 두드러진 모색”이라고 밝힌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그는 “아무리 타당하고 필요불가결한 쇄신이라도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것은 위험하게 여겨지는 수가 있다”고 역설하고 “소공동체가 의사소통의 불충분함 때문에 안게 된 역사적 부담은 적지 않다. 소공동체의 자기모순은 분명 수정되어야 할 점”이라며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한계를 강한 어조로 지적한다.

▶곽승룡 신부(대전가대 교수) : 소공동체, 그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소공동체 사목의 비판적 성찰

소공동체에 대한 연구에 앞장서온 대전가톨릭대학교 곽승룡 신부는 “지금 이대로의 소공동체를 계속해서 이끌어 가는 것은 소경이 소경을 안내하는 꼴이 되고 말지도 모를 일”이라며 소공동체 사목의 일대 쇄신을 요청한다.

곽신부는 “위에서부터는 쇄신과 도움이, 아래로부터는 참여와 자발성이 만나야만 제대로 된 소공동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소공동체를 위에서부터 주도하면 빠르기는 해도 지속적인 발전은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뼈아픈 성찰을 내놓았다.

그는 “이제는 우리 정서와 환경에 걸맞은 소공동체를 복음의 기초 위에 우리 방법으로 형성해 가야 한다. 소공동체를 추진하는 데는 자발적 자생력이 관건이 된다”면서 “한국 천주교회와 외국 천주교회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염두에 두며 소공동체를 꾸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곽신부는 계속 삐걱대온 사도직 단체 등과의 관계설정 문제와 관련해 “단체와 소공동체의 단계적인 성장 과정을 통하여 소공동체 중심의 복음적 대통합의 공동체론을 지향하고, 하느님 백성의 참여 구조를 과감하게 제도화할 것”을 제안하면서 한국적 심성과 문화에 가까운 복음나누기 방법 등 토착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전원 신부(서울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 소공동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전원 신부는 ‘소공동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글에서 소공동체가 단순히 유행에 따라 도입된 일종의 새로운 사목 브랜드가 아니라 친교의 교회가 살아 숨 쉬게 하는 ‘교회됨의 새로운 방식’임을 역설한다.

전신부는 소공동체에 대해 “작은 자들, 가난한 자들을 중심에 두는 교회, 작은 이들이 주체로 체험되는 교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소공동체는 공동체의 친교 안에 신앙의 뿌리를 내리고 힘을 얻어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현실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아울러 전신부는 교구와 본당 안에서 소공동체 교회상을 실현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원활한 참여 구조 ▲공동체의 자율성과 자발성이 살아 있는 자치 구조 ▲교회 구성원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체계 ▲기획·연구 조정 기구 등을 제안한다. 또한 그는 소공동체가 유럽이 아니라 오히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가난하고 폭력과 착취가 자행되는 대륙에서 태동되었음을 상기시키고, 소공동체의 중요한 성분을 살려나가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을 역설한다.

▶박현준(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장) : 소공동체 운동이 발전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박현준씨는 위 주제의 글에서 소공동체를 둘러싼 한국 교회의 사목 환경에 대한 통찰을 통해 소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면을 제시한다.

박위원장은 “한국의 소공동체 운동은 광범위한 시대적 열망을 담고 있기 보다는 교회 내적 필요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런 분석에 따라 그는 “소공동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열망을 다룰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소공동체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요구가 중첩되어 있는 평신도들의 열망을 읽어 내고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소공동체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박위원장은 소공동체 사목과 관련해 평신도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날 평신도들에게는 이상화된 영성 모델만 주어져 있을 뿐 그들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친화성 있는 영성 모델이 주어져 있지 않다”고 분석하고 “소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에게 맞는 영성 전통이 제시되고 그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접근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소공동체 운동의 성숙이 소공동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 나아가 보편적인 그리스도교 신앙 전통과도 직접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 교회의 사목적 개혁이 함께 모색되어야만 소공동체 운동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혜(사목지 기자) : 아래로부터 형성된 공동체를 꿈꾸다

‘사목’지 이준혜 기자는 한국 교회의 토양을 돌아보는데서 새로운 접근의 시야를 찾는다. 이기자는 ‘아래로부터 형성된 공동체를 꿈꾸다’라는 글에서 상명하달, 신자들의 수동성으로 꼽히는 한국 교회의 풍토가 소공동체의 고착화를 낳는 주요 요인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은 “각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과 각자의 경험, 공동체가 처한 환경과 어려움 등이 저마다 다른데,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형화된 모델을 모든 공동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는 분석에 집약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소공동체의 성패가 아니라 소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이상, 그 복음적 충만함이 교회 안에서 하나의 씨앗이 되어 자라도록 하는 것”이라며 “소공동체는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