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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진로

입력일 2007-04-01 수정일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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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태 몬시뇰/황종렬 박사
심상태 몬시뇰/황종렬 박사
심상태 몬시뇰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교회는 세계와 ‘형제적 협력, 연대’ 추구해야”

“아시아 복음화 위해서는 말보다 인격적 증거 필요”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가 제삼천년기에 세계 안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이래 서구 신학자들도 서구 라틴교회가 주도해 온 ‘제2교회’를 대치하게 될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교회의 ‘비서구 제3교회’ 시대에 대해 말해왔다. 서구 교회는 헬레니즘 문화권에서 동방교회가 주도한 ‘제1교회’ 이후 제이천년기까지 천여년 간 전 그리스도교계를 이끌었다.

I.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 상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1990)에서 세계의 선교 상황이 아직 출발선상에 머물러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이는 정확히 아시아 교회에 해당된다. 아시아 교회는 선교가 시작된 지 2천년이 경과한 지금도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그리스도교의 지배적 분위기는 참으로 에큐메니컬하지 않고 공의회 이전의 교파적이다. 공의회의 에큐메니컬 정신은 아직 아시아 주류와 현장 교회에 통합돼 있지 않다.

오늘날 아시아인들은 다른 대륙 백성들과 함께 하나의 지구촌에서 살고 있다. 서구에서 시작된 세계화 과정은 전 세계에서 인간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이 새로운 실존 가능성들의 도래는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 일찍이 표현하신 것처럼 지성적 지형을 기초에서부터 뒤흔드는 지진과 같다.

모든 형태의 빈곤과 소외부터의 자유를 열망하는 것이 지구촌 전체에 확산되어 있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우리 시대의 특징적인 징표인 것 같다. 제삼천년기의 현 단계에서 인류는 사회, 경제적이고 정치적 요소뿐만 아니라, 윤리적이고 정신적 차원을 그 원인으로 하는 심각한 생태학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II.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 노력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주교들은 아시아 주교 연합회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중요시하였던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A New Way of Being Church)을 발견하고 닦으려는 의사를 반복해서 나타냈다.

주교들은 아시아 종교들이 ‘삼중의 대화’ ▲아시아 문화와의 대화 ▲아시아 종교들과의 대화 ▲아시아 백성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에 들어가도록 촉구하였다.

아시아 대륙에서 성공적 복음화를 위해서는 말보다 인격적 증거가 더 많이 요청된다. 가톨릭 가르침들은 아시아의 현실들, 즉 보다 커다란 문화적 감성, 가톨릭 종교 표현의 다양성,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와 연대를 통한 그리스도교적 삶의 긍정, 시대의 절박한 사회적이고 경제적 위기에 입장을 표명함에 있어 다른 아시아 종교들과 협력 등의 필요성에 적응해야 한다.

교회는 ‘생명의 백성’으로서 지배적인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을 수호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는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들과 다른 종교 신봉자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형제적 협력과 연대를 추구해야 하고 ‘연대의 세계화’(the globalization of solidarity)나 ‘주변화 없는 세계화’(globalization without marginalization)를 촉진시키려 도모해야 한다.

III.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상황

1984년 ‘이 땅에 빛을!’ 결의하면서 이뤄진 한국 교회 200주년 기념은 우리 교회의 성숙을 위한 전환점이었다.

200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 교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사목회의를 조직하여 12개 의제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의안 대부분이 보다 성숙한 한국 교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토착화가 절박하게 요청된다고 표명했다.

수천 년에 이르는 한국 역사 안에서 사람들은 다른 위대한 문화와 종교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샤머니즘, 불교, 유교 또는 도교 전통 등의 다종교적 특징을 드러내는 그들의 한국적 정체성에 신실하게 머물러 왔다.

18세기 이래 그리스도교 문화와 전통이 이러한 전통적 한국 특징에 보태진 것이다. 한국 교회는 전통적 한국-아시아 문화와 서구-그리스도교 문화와의 만남의 결과로 생겨난 한국 그리스도교계의 특유한 특성의 문제와 겨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다름 아닌 토착화에서 관건이 되는 주제다.

현 한국 교회,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신앙 선조들과는 대조적으로 토착화의 필요성을 아직 진정으로 확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회와 신자들은 한국 전통 문화의 맥락 안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이 땅에서 토착화는 그리스도 신앙을 한국인들의 기본 문화적 코드 안으로 삽입시키는 노력과 상관한다.

한국 교회는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보편 교회의 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지역 교회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적 성숙과 역량에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 당국은 인권의 보호와 계발, 생명의 문화, 특히 약자를 위한 보다 의롭고 인간적 사회 질서를 위해 실천적으로 노력하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교회 구조와 관련해 교회는 성직주의에 고착된 나머지 성직 관료화가 고착되었으며 권위주의 처신이 교회 안에서 팽배해 있다.

지난 1990년대 이래 냉담자수가 증가하고 지식인과 청소년층이 대거 등을 돌리는 안타까운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대략 10%만이 정상적인 신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수세기에 걸쳐 진행 중인 사회의 탈교회 과정이 우리 교회 안에서는 더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서 획기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규모가 작아졌으나 복음의 향기를 여전히 발하는 서구 교회’와는 달리 참담한 처지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V.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진로

한국 교회는 발전과 쇠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역사적 순간에 한국 교회가 자신의 고유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택해야 할 도정은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준비하고 아시아 주교 연합회의가 닦아온 길을 신실하게 걸으려는 결의를 해야 할 것이다.

복음화의 결정적 요체를 주요하고 보완적인 다음의 두 국면들로 간주한다. 하나는 아시아 종교와 문화의 복음화 국면, 다른 하나는 창조의 목표로서의 하느님 나라 구현을 위한 국면이다.

1. 아시아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한국 교회의 주된 과업은 상이한 문화들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현재와 미래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신앙 선조들처럼 다종교적 한국 문화 안으로 침수될 때에만, 다양한 종교 전통들과 화해를 이룬 뒤 이 전통들의 풍요로움을 아시아와 세계 안의 자매 교회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가교 역할은 인류 문화의 풍요와 아시아 복음화 실현에 본질적 기여를 할 것이다.

2. 아시아의 종교·문화적 전통들은 세계화 과정 안에서 지구적 세속주의와 소비주의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사회 공동선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다른 종교 신자들, 선의의 인간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1) 공동선의 강조가 복음화를 위한 기초를 형성할 것이다. 이러한 토대는 이 다수 종교적 대륙 안에서 이룩되어야 하는 복음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2) 한국 교회는 하느님 나라로서의 ‘사랑의 문화’ 건설을 위한 주도적 투신을 통하여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V. 결론으로서의 제안

그동안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한국교회 200주년기념사목회의 의안」을 다시 검토하면서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고 죽음의 문화 확산으로 대두되는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는 ‘제삼천년기 복음화를 위한 제2차 한국교회 사목회의’ 개최를 제안한다.

한국 교회가 ‘이 땅에 빛을’(A Light to This Land)이란 슬로건을 앞세우고 민족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국 사목회의를 개최한 것처럼 제삼천년기의 아시아 복음화를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 ‘이 대륙에 빛을’(A Light to This Continent)이란 슬로건 아래 전국 규모의 사목회의를 개최하는 일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지정토론 요지 - 황종렬 박사

한국 교회는 단순히 자기의 신앙 성숙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특히 아시아의 이웃 민족들의 주체적인 신앙 해석과 실천을 뒷받침할 사명에 비추어서 토착화의 필요성을 바라보면서, 신학과 영성과 사목의 주체적 토착화가 자신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요청되는가를 철저하게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정의 평화 창조 보전을 위한 투신을 통해 아시아의 지평에서 공동선의 증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경제-사회적으로나 복음적으로 아시아의 여러 민족에게 어떤 존재일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묻고 정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시아 지역 사회가 새로운 생명의 관계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틀을 용기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불꽃을 지닌 이들이 아시아 문화와 종교들의 주체들을 만나서 할 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러셨던 것처럼 온 몸으로 밑으로 내려서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의 불꽃 운동의 지평을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하느님의 다스림에 따라서 확장시켜 올라가야 할 것이다. 바로 이 밑으로 내려서기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교회들의 자기 토착화와 복음화를 매개하는 그리스도적 케노시스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